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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말을 걸어온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 마크 브래드포드 : Keep Walking

by 은이은



아모레 퍼시픽 미술관은 용산역 맞은편에 있다. 직육면체 건물이고 특이하게도 중앙에는 텅 빈 공간이 있었다. Y는 약간 낯설고 어리둥절해하면서 심플하고 모던한 날카롭게 각이진 느낌의 공간으로 입장했다. 처음 간 곳이라 그랬다. 전시관에는 백팩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https://vmspace.com/project/project_view.html?base_seq=MjM0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 1961년 11월 20일 출생)는 미국의 시각 예술가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고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고, 캘리포니아 예술 학교에서 공부했다. 콜라주 회화 작품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비디오, 판화, 설치 미술도 아우르는 다양한 작업을 한다. 브래드포드는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 대표였다. 2021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https://en.wikipedia.org/wiki/Mark_Bradford


두괄식이라고 해야 할까? 전시는 첫 번째 방부터 압도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커다란 방 전체가 작품이다. 관람객은 작가의 작품을 밟으면서 관람한다. 아니, 밟아야만 한다. 밟지 않을 방법은 없다.


마크 브래드포드, <떠오르다>


산업사회의 공산품들은 대개 필요 이상의 색을 뒤집어쓰고 있다. 작가는 그가 수집한 일상의 소재들, 당연히 색을 지닌 소재들을 배열해 알록달록한 패턴을 만든다. 별로 특이한 소재도 아니다. 종이, 로프,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 그 쓰레기들의 배열이 아름답다. 초원에 펼쳐진 꽃밭을 보는 것과 같다. 그는 어떻게 저런 색의 패턴을 이토록 넓은 공간에 흩어놓았을까? Y는 생각했다.


브래드포드는 로스앤젤레스 작업실 주변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 광고 포스터, 신문지 등의 부산물들을 긴 띠의 형태로 재단하고 노끈으로 이어 붙여 전시장 바닥 전체를 덮는 회화적 설치물로 재구성하였다.


다음 공간에서, 우리는 그의 작품세계가 막 출발하기 시작했을 당시의 아이디어를 목격할 수 있다.


그의 생활세계는 가난, 소외, 노동, 이주, 하위문화, 퀴어 이런 단어들의 조합이었다. 앤드페이퍼(end papers)는 그가 주목했던 소재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일했던 미용실에서 보았던 파마할 때 쓰이고 버려지는 사각형의 반투명 종이. 그는 그 종이를 이용해 세계를 구축한다. 사슬 같기도 하고 인연 같기도 하고 세포 같기도 한 구획의 연속. 앤드페이퍼는 특이한 공간과 시간을 떠올리게 하고, 그리고 버려짐의 애잔함을 마음에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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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몽상가. 브릿G에서 소설을 씁니다. 언젠가, 경주에 정착할 날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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