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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우 Mar 22. 2023

마지막날의 기억

프롤로그 : 고통의 시작

 시간을 거슬러 2021년 12월 31일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7년간의 사업을 정리했다. 사장님이란 호칭을 마지막으로 들어본 날이다. 개인 짐을 챙기고 마지막 근무를 한 직원들과 인사를 후 매장문을 나왔다. 큼직한 간판을 물 그러 미 쳐다봤다. 시원섭섭함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눈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덤덤했다. 사실 아쉬워하거나 나 스스로 그동안 수고했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당장 내일부터 먹고살 걱정을 해야만 했다.


나는 신용불량자다. 10년간의 회사생활을 했고 7년간의 대한민국 자영업자로써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다. 항상 꿈이었던, 내 사업을 하려고 퇴사를 하고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놓은 조금의 자금, 그리고 사업자금 대출을 받았었다. 좋은 매장은 아니었지만 위치가 괜찮았고, 적당한 가격에 가게를 넘겨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자영업은 7년의 시간 동안 우여곡절을 겪고, 2억 원이라는 빚을 남긴 채 내 인생의 빨간 줄을 그었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 장사가 꾀나 잘 되었다. 운이 좋았던 건지 영업수완이 좋았던 건지 지금 생각해 보면 긴가민가 하지만, 엊그제까지 월급쟁이 회사원이 사장님 소리 들으며 하루매출 100만 원이 넘어갈 때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곤 했다.


"여보, 오늘 매출 세 자리다!"

"정말? 우리 이러다 금방 부자 되겠다!"

"역시 돈 벌려면 장사를 해야 돼! 애들 영어유치원도 보내고! 당신은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30대 중반이었던 나는 잔뜩 성공에 취해 있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했던가. 멀지 않은 거리에 작은 매장을 하나 더 인수하고 사업의 덩치를 키워갔다. 그렇게 장사하다 보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작은 매장 두 개를 하니 관리하기 번거롭고 차라리 큰 매장 하나로 가자'


기존매출이 좋아서 큰 매장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대출로 모두 충당 가능했다. 와이프가 항상 말해왔던 더 이상의 대출은 안된다라는 경고는 뒤로 한채, 자신감 하나로 밀어 붙었다. 지금 생각하면 분명 하늘이 도와준 것임에 틀림없다. 오픈 후 연매출 7억 원이라는 경이로운 첫해를 보냈다.


이상하게 잘 풀리면 불길하다고 했던가. 바로 예측하지 못한 위기 '코로나'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어터져 나갔던 매장은 영업시간 단축이라는 철퇴와 함께 매출은 수직하락 했고, 매장의 크기만큼이나 비싼 임대료는 감당 못하는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 와중에 인건비는 계속 올라가고...


그렇게 힘든 시간을 그동안 벌어놨던 돈과 추가대출로 밀어 넣으며 1년 이상을 버텼지만  대출금 상환까지 해가면서 버티기란 너무 힘들었다. 결국 7년이라는 시간의 종지부를 찍고 폐업을 마음먹었다.


'처음 시작할 때 마흔 중반쯤에 졸업을 목표로 했었지 아마...'


그랬다 서른 중반에 시작했던 자영업으로 마흔 중반에는 다 벌어놓고 인생졸업을 생각했었다. 꿈이 너무나도 컸던 것일까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것일까. 2~3년만 더 고생하면 빚도 다 갚고 한 달에 천만 원 이상 꾸준하게 버는 게 목표였는데,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 마지막날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꼭 코로나 때문에 내가 무너진 게 아니야'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의 방식은 잘못되었었고, 금융교육 또한 부족했으며 장사 3년 차에는 가장 무서운 병이라는 일명 '사장병'에도 걸려있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예인병"이랑 흡사하다.


그날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투잡을 뛰고 있다. 야간에는 아파트경비를 주간에는 방역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한다. 틈틈이 시간이 나면 배달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곳까지 와버린 것이다.


그 당시 가진걸 모두 다 팔아도 대출원금을 충당할 수 없었다. 결국 집 팔고 월세집으로 이사를 하고 신용회복에 필요한 대금을 갚아나가려니 생활고까지 겪어 되었다. 사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이다.


모든 것을 잃고 시작되었던 진정한 생존경쟁.

신용등급 9등급의 지난 1년6개월.

사업실패에 대한 복기.

초보사장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들.

불혹이 넘은 시점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

성공의 의미. 가족, 행복의 기준


망하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하서 얘기하려 한다.

이 글을 보는 사람은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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