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참 고마웠었어. 다들 잘 살고 있지?
"어디서 일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랑 일 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오래 같이 일한 직원의 말이다. 물론 나 듣기 좋으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나도 직장생활을 경험했었고, 사람 때문에 힘들면 진짜 일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너무나도 공감한다. 7년간 자영업을 하면서 직원 때문에 속도 많이 썩었지만 마음맞고 오래 같이 일한 친구들도 꾀나 있다. 일하는 것에 만족하며 직원들끼리 사이좋게 지내기도 하면서 말이다. 물론 사장입장에서는 축복받을 일이지만 경험으로써 느낀 것은 반드시 매출이 성장곡선을 그려야 이러한 직원들의 단합과 시너지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매출의 성장은 사장위치에서의 개인적인 수익뿐 아니라 직원들의 안정된 월급과 워라밸까지도 직결되어 있어서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의 목표이다. 인생에 돈이 다가 아니다고 표면적으로 말하지만, 사업에 있어서는 "매출이 곧 복지다!"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하여튼 사업이 잘 될 때는 그랬다.
코로나라는 이슈로 매출 거품이 꺼지고 식구를 줄여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는 직원들 사이에 생계를 건 배틀로열이 시작되었고, 오랫동안 같이 일했지만 더 이상의 언니 동생 간의 업무 캐미는 터지지 않았다.
퇴직금을 받지 못할까 봐 사장눈치를 보면서 '하루라도 빨리 그만둬야 하나'를 고민하던 직원들의 눈빛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다. 사람 쓰기가 힘들다는 자영업자 사장님들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남 쓰기가 싫어서 가족경영을 했더니, 가족불화로 이어졌다는 이야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절친과의 동업은 세상에 둘도 없는 원수로 전략했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은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단골 안주거리이다.
매출 증대라는 목표아래 같은 방향을 영원히 같이 뛰어가면 좋겠지만, 사장이든 직원이든 인간이라는 욕심을 가진 동물이기에 변수가 너무나도 많은 것이 자영업계의 생태계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든 사람들의 인간관계에 통용되는 것이 아닌가...
오늘은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거 같은 일이 있었다. 바로 타이어교체.
신용회복을 하면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 바로 목돈이 나갈 때이다. 영업용으로 운영하는 차량이 타이어 교체시기가 되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마음에 근처에서 잘한다는 중고타이어 매장을 방문했다.
"사장님 오래 기다리셨죠? 이 제품은 80% 이상 수명이 남아있고요. 외형도 좋고 빵구 이력도 없어서 사장님 마음에 드실 겁니다. "
새 제품 못지않은 타이어를 반도 안 되는 가격에 안내받고서, 여기 오길 잘했다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30대 초반의 사장님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은 키도 크고 얼굴도 훤칠하다. 거기다가 목소리까지 동굴 목소리다.
"사장님 여기서 타이어 장사 오래 하셨나 봐요? 장사가 엄청 잘 되네요?"
"아... 제가 사장은 아니고요, 사장님은 따로 계세요."
너무나도 친절하고 능수능란한 손님 컨트롤에 당연히 사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원이었다니... 멋진 청년은 내게 음료수를 건넸고, 작업을 하면서도 기다리는 내가 지루하지 않게 타이어 사용에 관한 팁, 주의점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결제를 마치고 차를 몰고 나오는데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청년의 폴더인사는 나의 마음속에 정점을 찍는다.
'이제 타이어 교체는 무조건 여기서 한다! 저런 직원을 두었다니... 타이어 사장님 복 받으셨네...'
'사장님의 가족인가??? ㅎㅎㅎ
자영업을 한 번이라도 해본 경험이 있다면 저런 직원은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나? 라며 우스개 소리를 할만하다.
"일도 잘하시고 참 친절해서 사장님 가족인 줄 알았어요...."
나도 한때 같이 일하는 직원이 친동생이냐면서 손님이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사장으로서 그때만큼 기분 좋은 적이 없었다. 매출 잘 나오고 직원들 파이팅 좋을 때 장사 참 재미있었지...
'그때 참 고마웠었어. 다들 잘 살고 있지?'
좋은 사장이 먼저일까? 좋은 직원이 먼저일까?
씁쓸하지만 현실은 매출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