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이런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젊은 사람이 병에 걸린 것은 왠지 모르게 더 안타깝고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했으나 다시 재발하여 오는 경우에는 더욱더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한 40~50대 남성분이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였으나 결과가 좋지 않아 골수검사를 새로 하러 오신 분이 있었다
그분은 호탕하게 웃으며 "결과가 안 좋다고 하네.. 어쩔 수 없지" 하셨다
수액을 맞아야 해서 주사를 꽂아야 할 때는 "주사 꽂을 때가 마뜩잖다"하며 말씀해주셨다
한 번에 꽂아줬다고 좋아하셨었고
그렇게 골수검사상 결과가 좋지 않아 항암치료를 시작하셨고 그 이후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며 매일 혈소판 수혈을 하였다
자가면역도 떨어져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 격리에 들어갔으며..
환자는 옛날 조혈모세포 이식을 할 때 무균실에서 한 달 정도 살았어야 하는데 그때가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서 그런 방에 갇혀있는 게 힘들었다고 두 번 다신 못 들어갈 것 같다 하며..
(대부분 무균실에서 살다 오신 분들은 학을뗀다..)
그리고 무균실에서 자기는 유명한 사람이었다며 교수님한테 나갔다 오겠다고 이렇게 살면 살아도 산 것 같지 않다고 하며 죽겠다고 해서 무균실에 있어야 하는데 외출도 갔다 온 사람이라며 답답한 걸 못 참는다고 하셨다
또 무균실에서 있던 샘 말로도 정말 못 참아서 나가고 부인이 꼭 같이 무균실에 있어야 했던 사람이라며..
이랬던 분이었다
그래서 이 분 이야기를 왜 하냐면..
이렇게 갑갑한 걸 싫어하는 사람이
1인실 보호 격리 방에 잘 있었을까?
물론 아니다 계속 나가고 사식 먹고 해서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수저를 드는데 힘이 빠져 수저를 놓친다며 컴플레인을 하셨다 그리고 찍어본 mri상 경막하출혈.(뇌출혈의 한종류)
이분의 혈소판 수치는 바닥이었다 10000이었다가 다시 수혈해도 다시 5000 수혈해도 다시 12000 다시 10000
매일 수혈해도 혈소판 수치가 바닥..
혈소판은 혈액응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게 부족하면 피가 나도 피가 잘 멈추질 않는다
그런데 경막하 출혈
충격적인 결과에 환자에게 가서 괜찮냐고 물어보니 괜찮다 지금은 나아졌다 하며 축구를 보고 계셨다. 본인은 머리 부딪힌 적이 없는데... 하며
당연히 경막하출혈이 멈추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환자 신경학적이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움직임에 바로 이상이 올 수 있는 응급상황이었다
(뇌쪽에 피를 빼내는 시술을 해야하나 마찬가지로 혈소판이 너무 낮았다)
보호자를 불러야 한다 하니 아들을 부르며 아들에게 말한다
엄마에겐 말하지 마라. 괜히 걱정할라
그렇게 보호자(아들)가 왔으며 나는 그 뒤로 이틀 뒤에 그 환자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의식이 없으며 얼굴, 몸이 보라색으로 엄청나게 부어있다고.
환자는 피부 껍질이 다 벗겨져서 각질이 다 일어났으며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을 빨갛다 못해 퍼랬으며 너무 부어 혼자 움직일 수 없어 보였다
그즈음 신장까지 좋지 않아 투석을 돌려야 했으나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적었으며 감당해야 할 위험이 너무 컸다
(시술을 하는 부분에서 출혈, 의식 없는 상태, 회복 불가)
배우자분은 그 이후로 봤으며 울음을 참지 못하며 울컥울컥 오열했다
그랬다
나도 마음이 아팠고 의사 선생님도 마음 아팠을 거며 간호사 선생님들도 다 마음 아팠고 환자는 끝까지 마음 아팠을 거며 그렇게 답답한 곳에서 지내기 싫어하던 분이 결국은 그렇게 돌아가셨으며, 그분을 받을 때도 보낼 때도 내가 보내며 그분의 인생에서 아무것도 못해준 게 너무 마음 아프며 또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