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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멍 Oct 05. 2019

지극히 간호사로서의 고충

...

일단 이 글은 지극히 간호사로서의 고충을 적은 것입니다

저는 최근 1년 내에 직업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단순히 일을 너무 오래 하다 보니 생긴 권태로움뿐이었습니다

나이트 업무의 연속성, 낙상 조심성 등등..


그런데 오늘은 환자로 인해 저도 스트레스를 받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다만 내가 소중하지 않다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야 하는 일이지만 오늘은 영 그렇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더군요


오늘은 나이트 전담 2개월을 끝낸 후 오전 근무를 한 지 2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어제는 예민한 환자분이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 백혈병에 폐렴이 왔다는 말에 슬퍼하시기에 옆에 있어드리며 위로해드렸습니다

폐렴이 나을 수 없다는 그분의 말에 아니라며. 나아서 나가는 사람이 많다며. 아직 젊고 컨디션이 괜찮아지면 분명 나갈 수 있다며


아주머니는 내가 나이가 62인데 뭐가 젊냐며 나을 수 없지 않냐고 우셨고,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낫다며 생각보다 정말 잘 견뎌내는 거라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며 대답하며 토닥토닥 위로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은 복막암을 앓고 있는 장폐색이 간간히 되던 여자분을 간호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습니다

인턴 선생님이 피검사를 해야 하는데 항암을 몇 차례나 해 케모포트를 가지고 있는 분이었는데 피 뺄 자리가 없는 분이었습니다

한 차례 실패 후 아주머니가 뭐라고 했는지 인턴 샘이 쭈뼛거리며 안 바쁘시면 혹시 피 1cc만 빼줄 수 있나 저에게 부탁해 흔쾌히 혈관을 찾아 피검사를 무사히 나갔고요!

그런데 갑자기 아주머니께서 실패했던 인턴 샘을 보시며 "다시는 내 피 빼러 올 생각하지 마세요"

라고 말씀하셔서 "하하;;다음에는 잘 하실거에요..너무 그러지마세요;;"라고 하며 달래주었습니다


그런데 주말인데 교수님이랑 담당의사 선생님이 회진을 돌더니 배가 많이 불러오고 복부 불편감을 계속 호소하니 L tube를 꽂고 Gomco suction을 적용하자고 합니다

환자분은 바로 절대 안 한다며 나는 그런 것 까진 못한다 하며 무서워하셨지만 별거 아니라며 교수님도 안심시키며 결국 콧줄을 꽂아 배에 있는 가스나 차여있는 액들을 뺄 예정이었습니다


물론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이해되었으며 손잡아 걸어드리며 괜찮다며 안심시켰습니다


콧줄을 꽂을 때 "간호사 선생님 저 좀 잡아주던지 하세요"라는 말에 얼른 달려가 손잡고  옆에서 "다했다"며 정서적 지지를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콧줄을 꽂고 나니 계속해서 목이 불편하다며 침도 못 삼키겠다며 불편해했습니다

당연히 불편한 건 사실이니까요..

진통제나 가글 엑스레이 촬영 다시 꽂아보기 등의 방법이 있었지만 환자는 싫다 합니다

러면서 아주 예민해져 말을 못 하고 뒤에 누르는걸 달라합니다

저는 뒤에 침대 조절 버튼을 드렸으며 "아~ 이걸로 조절하세요~"하니 "이거 말고 누르는 거!!!" 하며 버럭 합니다

"네?.. 아 응급호출기 여기 묶어둘 테니 필요시 누르세요~

혹시 지금 필요하거나 도움 요청할 거 잇으세요?"라고 물었으나 환자는 "몰라!!!!!!!!"소리치며 화가 났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저도 그냥 병실에서 나왔으며 당황스러운 마음을 진정했습니다

그리고 한 30분 뒤 다시 병실로 가 혹시 지금 너무 불편하거나 도움 요청할 것 있으세요?라고 물으니 손짓으로 휘휘하며 가라 합니다. 그리고 한 20분 뒤? 콜벨이 울려 가보니 갑자기 " 여기가 뭐하는데야!!! 한 시간이 넘도록 왜 안 와!!!!!" 소리치는 겁니다

"네? 저가 아까 20분 전쯤 와서 필요한 거나 불편한 것 있냐고 물어보고 혈압이랑 체온 다 재갔잖아요" 하니

"네가 언제 그랬어. 너그러는거 아니다. 너는 안 늙을 줄 아냐. 너는 안 아플 줄 아냐" 하는 겁니다


제가 뭘 잘못했는데 저렇게 말을 들어야 하는 건지

콧줄이 잘 안 나오면 다 봐주고 옆에서 설명 다해주고 계속 옆에 있었는데..

근데 멍청하게도

화도 못 내겠는 겁니다


'나한테 그렇게까지 말하셔도 괜찮은 거냐고'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간호사라는 직업이 다 이해해줘야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겁니다


그래도 제 직업이 간호사라는 점 때문인지

화도 못 내고 토닥토닥하며 많이 힘들고 두려운 거 이해한다며 내가 미안하고 저도 돕고 싶다고 말하며 불편한 점을 말하거나 이야기하라 하니 

또 손 휘휘하며 가라 합니다...


그리고 몇 분 뒤 콜벨을 누르며 왜 안 와보냐고 따집니다

원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냥 자주 와봐 달라 하는 건데 가서 있으면 손휘휘 저으며 가라 합니다


진통제도 싫다 빼기도 싫다 이래도 싫다 저래도 싫


 혹시 또 빼 달라고 하면 의사 선생님한테 이야기하고 빼는 쪽으로 하라며 인계를 주곤 집으로 퇴근였습니다


그다음 근무자에게 인계 추가 줄게 있어 추가로 주며 파이팅이라는 카톡에 답장이 오네요

"넹넹 안 그래도 ㅠ안 나오지 않냐고 거울 던지려 하고 ㅠㅠ"

"나온다고 다설명하고 관통해 나온다고 보여드리고 흑"

.....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어린 날의 나에게 당당히 설 수 있냐고

이런 날도 금방 잊혀지겠지만

제 기억 한 구석에 상처 받은 기억이 하나 더 생겼구나

상처가 있어서 성숙해질 수 있는걸지도 모르지만

이런 상처를 지속적으로 받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생각도 드는 하루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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