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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멍 Jul 10. 2021

병원의 새벽

병원 밖의

나이트가 생각난다

두 명이서 43명의 환자의 오더를 다 받고 수액 만들고 하면서 힘들었는데 거기에 동까지 타오를 때의 절망감이란


그때 인계 준비도 하나도 안되었는데 윗년차에게 인계를 줘야 할 때면 나도 모르게 덜덜 떨리던 손


그때는 왜 그렇게 떨었을까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 난 오히려 무서운 게 없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는 그냥 표현은 못해도 엄청 긴장하며 일했던 것 같다.


요즘은 어떤가

겁이 많아졌다. 사소한 일도 실수를 할 수 있는 일도

용서가 안될 때가 많고

화가 많아졌

남을 심판하지 말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나에게 되뇌어 본다.

하지만 병원일? 회사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판하지 않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어머니께서 조금만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고 하던데

그게 그런 뜻인가 싶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나의 예민함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채는 것에부터 시작한 것 같다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을 나는 쉽사리 알아챘고 나는 그런 예민함을 가지고 싶지 않아 무시하고 모르는 척을 종종 하고 했다

지금도 내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은 모르는 척하며

궁금하지 않은 것들은 들은 척도 안 하려고 노력하며

나는 어떤 점에서 그런 눈치 없는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일하는 곳은 병원의 거의 꼭대기 층이다

그러면 창문을 바라보면 주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냥 오며 가며 봐왔던 풍경이 오늘은 색달라 보였다

더 푸르르며 현실 같지 않은

내일이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이라는 되지도 않는 감상에 젖게 되는


아마 그렇다면 나는 모든 것에 감사하겠지

누군가를 만난 것도

지금 이 순간 이 풍경을 보는 것도

그 순간이 마지막 순간임을 알 수 있었다는 사실에도

감사할 것이 너무나도 많지만

조금은 아쉬울 것 같다

하고 싶은 일도

무서워서 용기 못 낸 일도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별로 못해봤는데


너무 바빠서 보지 못했던 창문 밖 풍경이

밖이 무척 시끄럽지만 뛰쳐나가고 싶은 느낌

환자분들은 무슨 생각을 할지 잘 모르겠다


새벽이라 그런가

감수성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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