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어스 브랜드 다이어리 02
전문가로 성장 과정에서
새로운 전문가의 출발 과정으로.
흥미를 느낀 나는 주방을 떠날 준비를 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내가 찾는 호랑이가 있는 공간은 이곳이 아니었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80시간인 이 곳과 병행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확인하긴 힘들었다.
새로운 과정의 시작이 두렵고, 불확실했지만 분명한 사실은 내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해결할 방법은 생각이 가는 대로 쫓아가 보는 것뿐이었다.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불확실했다.
돈도 없는데 생각만 가득했다.
단지 내가 아는 것은 브랜드 경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욕구뿐이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시작했다. 책을 읽고, 사례를 찾고, 밖을 돌아다니면서 지금껏 내가 놓쳐왔던 브랜드의 간판과 디자인, 색깔 등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들을 두고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천직일 줄 알았던 요리에서 내 스스로 멀어지는 경험을 하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불확실함에서 이제야 손에 잡힐 듯이 흐릿하게 보이는 어렸을 적 꿈에서 멀어진다는 아쉬움,
그리고 그 아쉬움을 만든 이 감정은 다시 나를 불확실함이라는 출발선에 세워둔다.
만일 이 감정이 일시적인 것이라면, 나는 중요한 순간을 놓치는 게 되는지도 모른다.
돌아왔을 때 제 자리가 남아있을 것이란 보장 없이 막막한 길을 가야만 한다.
심지어 내가 하고 싶다는 것을 한다는 것은 사업을 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었다.
적응한 시스템을 벗어난다는 결정은 겪어보지 못한 리스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과 같았다.
그렇다고 해도 내게 다른 방법은 없었다. 나는 담장을 넘지 않고선 담장 밖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이젠 담장을 넘는 게 맞는지를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담장을 넘을 방법과, 담장을 넘어가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을 찾아보는 것.
그리고 담장 밖에서 실행을 하기 전까지 생존이 위협받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머리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마침 그때 중국에 있던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너 일 그만둔다며? 2달만 중국 와서 일 좀 할래? 메뉴 짜줄 사람 필요한데."
괜찮은 조건으로 제안이 왔다.
주방에서 벗어나는 게 옳은 지, 또 지금 하고 있는 생각에 욕심이 있는 게 맞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중국을 경험하고 싶단 생각도 컸다. 머리가 복잡할 때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건 항상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인생에서 몇 안 되는 큰 결정을 앞두고 있었다.
운 좋게 취직한 한국에서 가장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레스토랑에서의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손에서 놓고,
동시에 냄새를 맡아본 것이 전부인 분야를 비집고 들어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레스토랑을 그만두는 것은 그냥 이직이지만, 앞으로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는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많은 고민을 싣고, 나는 중국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