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이 내 손을 잡아끌던 새벽에
홀로 깨어 있는 한밤이 그 무엇보다 두렵던 시절이 있었다. 낮은 파도처럼 진동하는 숨소리와, 정수기 불빛밖에 보이지 않는 적막한 어둠. 잠이 결국에는 찰나의 죽음이라 하더라도 나도 같이 데려가 줬으면 했다. 혼자 살아남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으니까.
그럴 때 옅은 잠을 흔들어 깨우면 그는 나직하게 휴대폰 손전등을 켰다. 우리 그림자놀이 하자. 네가 먼저 잠들 때까지 나는 남아 있을게. 허공 위로 약지를 가르며 만들어낸 그림자가 개인지 늑대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고요한 밤이 빛으로 소란해지는 시간을 바라보다 눈을 감으면 열어 둔 창문 사이로 차 소리가 들렸다. 차에 치일 것 같은 감각과 함께 여름밤은 요란했고, 차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내가 있는 곳이 반드시 차도인건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그림자가 사람을 그다지 많이 닮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림자와 함께 춤을 추는 건 아주 쉬울 것 같아. 내가 손을 내밀었을 때 네가 맞잡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불안해할 필요가 없잖아 안 그래?
그런 말들을 중얼거리다 보면 양을 세는 것보다 빠르게 의식을 끊어낼 수 있었다. 언젠가 그와 전시회에 갔을 때 마음에 드는 작품 가까이로 다가가다가 내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을 보고 놀라 걸음을 멈춘 적이 있었다. 네가 나한테 그런 사람이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같았어. 그래서 내 그림자를 들키지 않는 것이 노력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내내 그림자 속에서만 머무르며 실루엣만을 내비친 쪽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아주 나중에서야 들었다. 그게 널 외롭게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이따금씩 심장에 물이 차는 기분을 느낀다고 너에게 말하는 편이 더 좋았을까?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는 건 아주 어렵구나 하는 감각은 그런 순간에 찾아왔다. 상대에게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냥 잘 보이고 싶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여전히 잠이 오지 않는 밤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