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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라 Aug 29. 2016

엉망진창와장창! 탄자니아식 외국요리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을 먹게 될 것이다.

탄자니아에서 서양 레스토랑에 간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주인이 직접 만드는 경우는 본토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주방장에게 가르쳐 놓고 관리를 잘 안 하게 되면 듣도 보도 못한 엉뚱한 음식이 나오기도 한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메뉴에 적힌 숫자로 주문을 하는데, 이 메뉴 번호를 고를 땐 로또 숫자 고를 때보다 신중해지는 것 같다. 이건 따로 양념이 없으니까 실패하지 않겠지? 이건 조리과정이 간단하니까 괜찮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그냥 내가 만들어 먹고 말지 왜 왔을까 하는 고민까지 이르게 된다.


자신이 다음에 해당된다면 서양 레스토랑 탐험에 나서도 좋다.

1. 로또 살 때 랜덤으로 번호 고르시는 분

2. 심즈 플레이할 때 캐릭터 랜덤으로 만드시는 분

3. 공복을 즐기는 다이어터


하지만 다음에 해당된다면 호텔 뷔페 음식을 먹는 걸 추천한다.

1. 술집 테이블 벨 누르고 30초 후에 ‘안 눌렸나?’ 하고 또 누르시는 분

2. 지금 당장 배가 너무 고프신 분

3. 가성비가 중요하신 분





아루샤 코리더 지역에 있는 LE PATIO. 처음 가보는 레스토랑이지만 일단 ‘아루샤 메일링’이라는 아루샤에 사는 외국인들을 위한 메일 광고에 이벤트 홍보로 자주 나오는 가게이고 이탈리안 음식은 무난하니까 도전해보기로 했다. 막상 가보니 점심시간임에도 한 테이블밖에 없었지만 음료수를 시키고 메뉴를 보니 일반적인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그 중 조리가 간단해보이는 마르게리타 피자와 치킨 시저 샐러드를 시켰다. 그리고 끝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탄자니아에서는 호텔, 레스토랑, 로컬 음식점 어디든 일단 앉으면 웨이터가 와서 어떤 음료수를 마실 건지 물어본다. 메뉴도 안 골랐는데 뭘 벌써부터 물어보는지 당황스럽지만 이내 알게 된다. 음식은 이 음료수를 다 마실 때쯤 나온다는 것을..



약 45분쯤 지나고 웨이터가 피자와 샐러드를 가져다준다. 엇! 잘못 온 거 아니냐고 말할 틈도 없이 웨이터는 가버리고, 먼저 와있던 테이블을 보니 무언가 먹고 있다. 우리 테이블 음식이 맞는가 보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원래 얇은 반죽에 토마토, 모짜렐라 치즈, 바질을 올린 간단한 피자다. 하지만 내 눈 앞엔 씬 피자보다 다섯 배는 될듯한 두께의 기름진 피자가 버티고 있었다. 옆의 샐러드 접시를 보니 그럴듯한 비주얼이라 한번 놀라고, 정말 비주얼만 그래서 한번 더 놀랐다. 원조 레시피 따윈 바라지도 않았지만 하이라이트인 크루통 대신 튀긴 식빵이 있고 치즈도 안 뿌려져 있다니! 게다가 토마토는 왜 들어있을까? 피자를 만들다가 남은 걸까? 옆에 다소곳이 놓인 드레싱을 빼면 완전 ‘걸그룹 다이어트 도시락’이다.



그럼 그렇지 하며 일단 배고프니 피자를 한입 먹는 순간, 와.. 대체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런 피자는 정말 먹어본 적이 없었다. 피자 치즈의 느끼함을 거의 구워지지 않은 토마토가 깨끗하게 잡아주고, 두꺼운 피자 도우가 전반적인 맛을 담백하게 만들어주었는데 토마토소스를 발랐는지 안 발랐는지 알 수 없게끔 살짝 가미만 한 것은 역시 도우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나 보다. 일반적으로 두꺼운 도우는 먹다 보면 퍽퍽하기 마련인데 반죽을 어떻게 한 건지 보송보송하면서도 쫄깃하고 탄력이 뛰어났다. 앙꼬가 다 빠져있다고 생각했던 샐러드는 드레싱이 압권이었다. 시중에서 파는 것과 확연하게 맛이 달랐다. 올리브 오일이 적게 들어가 조금 꾸덕한 느낌이고 몇 가지 빼고 만든 것 같았지만 묘하게 끝 맛이 산뜻해서 중독성이 있었다. 작은 드레싱 그릇을 거의 상추로 닦아먹듯 먹어치우고, 구운 닭고기를 남겼다.


여행의 묘미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의외성에 있다고 한다. 아루샤는 밥 한 끼만 사 먹어도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신기한 동네다.



커버 이미지 : LE PATIO 전경 @2016

큰 사진 : 큰 나무로 둘러싸여 숲 속 가게 같았던 LE PATIO @2016

작은 사진 1 : 탄자니아식 마르게리타 피자 @2016

작은 사진 2 : 탄자니아식 치킨 시저 샐러드 @2016

작은 사진 3 : 두꺼운 도우의 마르게리타 피자 @2016

작은 사진 4 : 한국돈으로 마르게리타 피자는 6500원, 시저 치킨 샐러드는 8500원 정도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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