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라 Aug 14. 2016

"바우야, 오래오래 같이 살자"

동물의 천국 탄자니아, 반려견에게도 그럴까

아침부터 바우가 문을 열어달라고 성화다. 문 앞을 기웃기웃 거리고 낑낑거리며 자기가 있다는 사실을 열심히 알리더니, 반응이 없자 창문 안을 보려다가 앞발로 모기장을 갈기갈기 뜯어놓았다. “바우야, 너! 이리와!” 화를 내며 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집안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쏜살같이 내 책상 밑으로 들어가더니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헥헥거린다. 내 책상 밑은 바우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다. 


바우는 탄자니아에서 경비업체로 유명한 '워리어 시큐리티' 출신이다. 경비견이던 바우의 엄마는 바우를 낳던 중 죽었다. 경비업체 직원이 남겨진 하룻강아지들을 하나씩 우유 먹이며 키울 수가 없어 분양한, 더 정확히 말하면 용돈 벌이 하려고 몰래 팔았던 강아지 중 하나가 바우다. 엄마 젖도 못 먹고 자라 비실비실 했지만 이 집에 와서 우유도 먹고 비타민 섞인 사료도 먹으며 무럭무럭 자랐다고 한다. 바우는 지금 35kg의 대형견이다.




탄자니아의 동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야생동물, 가축, 그리고 경비견. 국가 재정의 40%가 국립공원의 수입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공원 안의 야생동물이 가장 중요하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살던 사람들도 내쫓고, 관광객들도 정해진 길로만 다녀야 하며, 길을 벗어나거나 동물을 위협하게 되면 국립공원에 벌금을 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야생동물을 위해서다. 반면, 공원 밖의 동물들은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한다. 가축은 채찍질 당하며 큰 고기가 되기 위해 풀을 하염없이 뜯고, 경비견은 낮엔 구석진 곳에 묶여있고 사료나 간식의 달콤함은커녕 사람을 적대시하는 법을 배운다. 먹이를 찾기 위해 시장 한구석을 돌아다니는 주인 없는 개가 돌을 맞고 쫓겨나는 현장을 볼 때면, 이곳이 동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세렝게티가 있는 곳이 맞는가 싶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다. 개든 고양이든 동물을 집안에 들이지 않는다. 개를 기르는 현지인이 있다면, 이유는 오직 하나, 도둑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커다란 개는 굉장히 낯선 생명체이다. 가끔 바우와 동네 슈퍼에 가거나 야외 음식점에 갈 때가 있는데 바우를 보기만 하면 남녀노소 도망치기 바쁘다. 십중팔구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촬영을 같이 하는 운전수들도 바우를 무서워한다. 나보다 몸집도 크고 짐도 번쩍번쩍 드는데 개한테 물릴까 봐 기겁을 한다. 내가 보기에 바우는 영 허당인데 신기한 반응이다. 반려동물은 둘째치고 애완동물의 개념도 없어서 벌어진 해프닝도 있다. 야외 식당에서 바우한테 물을 주려고 생수를 하나 시켰다. 바우에게 물을 주라고 하자 종업원은 바우 앞에 놓인 그릇이 아닌 바우 얼굴에 물을 부어버렸다.





내 곁엔 항상 누군가가 있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 바우는 숨만 쉬어도 따스한 위로가 된다. 모기장을 다시 붙여야 하고 아직도 자기가 강아지인 줄 알고 달려드는 장난에 넘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 곳에 사는 개들은 수명이 짧다. 기후가 다르고 풍토가 맞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동물 병원도 딱 한 곳뿐이고 예방접종이나 간단한 처치밖에 못해 큰 병에 걸리면 어찌할 방법이 없다. 바우는 이제 곧 여섯 살이 된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이 훨씬 넘은 나이다. 언젠가 이 곳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촬영 내내 쫓아다녔던 사자보다 우리 바우가 더 보고 싶을 것 같다. 한국에서 공수해온 북어국을 주며 바우의 포슬포슬한 머리를 쓰다듬는다. "바우야, 우리 오래오래 같이 살자."



커버 이미지 : 바우 @2014

사진 1 : 랜드로버 안 바우 @2014

사진 2 : 내 책상 밑 바우 @2016

매거진의 이전글 메리의 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