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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정 Sep 29. 2020

첫 달 수강료 무료인 학원 괜찮을까?

학원 상담 가기 전에 해야 하는 일

문희 언니가 영어학원 홍보 전단지 사진을 톡으로 보내줬다.

“첫 달 수강료 무료/ 초단기에 1등급을 만들어 드립니다/주말 무료 보충”

전단에 있는 문구였다.

“이런 학원 어떨까?”


문희 언니의 아들 준형이는 공부가 힘들다. 영어, 수학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고, 영어와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모두 싫다. 다른 사람은 한두 번 풀어보면 아는 수학 문제도 준형이는 열 번 이상 풀어봐야 겨우 이해가 된다. 다른 학생들이 열 걸음 갈 때 준형이는 한 걸음을 가는 식이니 학교 진도를 따라갈 수 없고 그렇게 미숙지된 과제들이 쌓여갔다.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에서는 준형의 수준을 맞춰주기 어렵다고 판단한 문희 언니는 공부방을 선택했다. 하지만 1년을 다녀도 실력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선생님 입에서 “그만 가르치고 싶다”는 말이 나왔다.

“준형이는요, 도돌이표 같아요.”

뭔가를 가르쳐줘도 금세 잊어버리고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이었다. 문희 언니도 준형을 가르쳐봤기 때문에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문희 언니가 준형에게 연립방정식을 가르치는데 한 달이 걸렸다. 교과서에 있는 10개도 안 되는 문제를 풀고 나면 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식을 전개하는 것을 아무리 설명해줘도 준형은 이해하지 못했다. 공부 잘하는 자식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학교 진도만 따라갔으면 하는 게 그렇게 큰 욕심인 건지, 퇴근해서 아들과 실랑이를 하고 나면 언니는 녹초가 되기 일쑤였고, 누구에게라도 마구 원망하고 싶은 심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언니에게 준형 이를 우리 집에 보내보라고 했다. 같이 공부해보고 언니가 준형을 가르칠 때 필요한 팁을 내가 알려주겠다고 했다. 준형은 수학 교과서와 프린트(식의 계산)를 가지고 왔다. 지금은 2학기인데 공부방 선생님과 엄마와 1학기 내용을 공부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2학기 중간고사가 2주 뒤에 있었다.


중학교 2학년 2학기는 이등변 삼각형부터 나오고 여기부터 시험 범위다. 우선 준형에게 이등변 삼각형의 정의와 성질 2개를 쓰게 했다. 그리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교과서에 있는 이등변 삼각형 문제를 설명하고, 문제와 풀이를 옮겨 쓰게 했다. 준형이는 문제에 있는 삼각형을 그리고 삼각형 안에 각도와 변의 길이를 써넣었다. 그렇게 세 문제를 푸니 1시간이 지나있었다. 그 세 문제를 다시 풀어 보라고 한 다음, 단원 평가에 있는 문제로 테스트를 해보았다. 배운 것이 숙지가 되어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그걸로 충분했다.


“이등변 삼각형은 두 변의 길이가 같고, 두 밑각의 크기가 같다”는 것 하나만 공부했다. 아무리 간단한 내용도 학습부담이 큰 학생들에게는 어렵다. 심리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학생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가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대답을 못하고, 빨리 이해를 못해도 괜찮구나’라는. 그러기 위해 반복 설명이나 자세한 설명을 피해야 한다. 준형에게는 강요나 압박으로 받아들여져서 위축이 될 수 있다. 문제와 풀이를 쓰면서 스스로 소화하는 시간을 주는 게 더 좋은 방식이다.


그런 준형에게 어떤 학원이 맞을까? 교과의 지식보다는 학습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능력은 심리적인 부분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고 있는 교사가 지도하는 것이 필수다. 현실적으로 다수의 학생을 상대로 하는 학원은 맞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에게 맞춰진 학원의 시스템은 자칫하면 준형의 마음을 더 닫히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학원 상담을 가면 학생 수준에 맞춘 수업을 한다고 한다. 이건 평범한 수준의 학습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처음에 낮은 레벨로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지 근본적인 학습역량, 심리코치를 해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장은 할 수 있다고 말해도 실제 수업에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정리하자면 학습목표는 ‘학습에 대한 저항감을 낮추는 것’이 되어야 한다. 교과목수업이지만 이 학습목표에 중점을 둔 수업방식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학습목표에 뜻을 같이하고 경험을 통해 적절한 교습 방식을 가지고 있는 교사가 준형에게 필요하다.


준형이의 사례로 얘기했지만 일반 학부모들도 학원 선택에 앞서 자녀의 학습목표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 학원 선생님과 이와 관련한 상담을 하고 부모가 자녀와 같이 공부를 하면서 학습목표를 정한다. 다음으로 목표에 부합하는 학원을 찾는다면 이후에 자녀가 개선되는 점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냥 전문가인 학원에 맡기고 싶은 학부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야장천 학원만 보낼 것이 아니라 내 자녀가 학습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알고 그것에 맞는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 즈음에 자녀와 공부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고 해결방법을 같이 찾아보면 좋겠다. 그렇게 처음에 부모가 도와주면 이후에는 자녀 스스로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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