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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 물들지 않은 터프함이 있는 곳

동네 중국집

by 김준정

“동네 중국집으로 와.”

“동네 어디?”

“동네 중국집.”

가게 이름이 ‘동네 중국집’이다. 진짜 우리 동네에 있는 중국집.


집밥 같은 짜장면, 집밥 같은 짬뽕을 원한다면 이 곳을 가면 된다. 빈속에 아침으로 먹어도 느끼하지 않고 먹고 난 후에 속이 편안하다. 여기서 처음 음식을 먹었을 때 맛도 좋았지만 먹고 난 후에 특유에 중국음식을 먹고 난 후의 더부룩함이 없어서 좋았다. 좋은 재료를 쓴다는 느낌이 들었다.


건강한 음식이 그렇듯 무난한 맛이냐고 한다면 절대 아니다. 내가 최고로 손꼽는 삼선짬뽕은 각종 해물과 죽순이 넘칠 정도로 푸짐하고 국물이 매콤한데 담백하다. 짜장면은 비주얼부터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면은 초록색으로 녹차나 부추? 아무튼 그런 것이 들어갔는데 쫄깃해서 마지막까지 퍼지지 않는다. 건강해지는 기분은 덤이다.


내가 이 가게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가게 사장님에는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은 터프함이랄까? 그런 게 있다. 부부가 함께 가게를 꾸려가는데 이들은 친절한데 상업적이지 않고 성실한데 기계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이름부터 알 수 있듯이 돈을 많이 벌려는 욕심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배달은 하지 않고 포장 주문도 받지 않는다. 한 번은 전화벨이 계속 울리길래 내가 “바쁘시면 제가 전화를 받을까요?”라고 했다. 그때 사모님이 말했다.


“일부러 안 받는 거예요. 홀에 있는 손님도 감당이 안 되는데 포장 주문을 어떻게 받아요.”


보통은 손님이 늘어나면 직원을 두고 가게를 넓히려고 할 텐데 이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번 먹어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게 되는 맛이라서 점점 손님이 늘었다. 갈 때마다 자리가 없을 때가 많았다. 중국음식은 신속이 생명이지만 이 곳에 가면 음식 나오는데 40분 이상 걸리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테이블 7개인 식당 내부는 항상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고 매일 그날 담은 겉절이를 내어놓는다. 한쪽에 필요한 사람은 밥을 퍼서 먹을 수 있게 준비해두었고 요구르트와 누룽지도 먹을 수 있게 했다. 그런 주인장의 마음이 정겨워서 나는 이 가게가 더욱 좋아져 버렸다. 우리 집이라고 하듯 ‘우리 동네 중국집’이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동네 중국집 갈까?”

나는 딸과 함께 슬슬 걸어서 갔다.

“나는 삼선짬뽕, 너는?”

“나는 짜장면, 근데 모자랄 것 같은데. 곱빼기 먹을까?”

“탕수육도 시킬까?”


탕수육과 곱빼기 사이를 고민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말했다.

“점심시간에는 탕수육이 안돼요, 그리고 삼선짬뽕 없어졌어요.”

아… 그렇구나… 이상하게 바로 수긍이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당당한 사장님의 태도에 길들여진 것 같았다.



짜장면 곱빼기와 고추짬뽕을 주문하고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20분밖에 안 지났는데 음식이 나왔다. 이렇게 빨리? 길들여진다는 건 사이좋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고추 짬뽕을 먹기 시작했다. 입이 얼얼할 정도로 화끈한 맛, 맛있는데 매워서 빨리 못 먹어서 약이 올랐다. 나림이를 보니 짜장면을 마시고 있었다. 어린이 짜장에서 시작한 녀석이 짜장 보통을 거쳐 이제는 짜장 곱빼기를 마시는 단계까지 간 걸 보니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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