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사교육에 종사자이면서도 딸은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모순적인 인간이 나란 인간이다. 나림이는 보통 5~60점의 점수를 받아왔는데, 녀석은 그때마다 자기가 잘한 거냐고 물어봤다. "50점 넘으면 잘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는 내 속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내 딸은 언젠가는 알아서 공부를 할 거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모든 부모가 바라는 착각이었다.
나림이가 5학년 때 울면서 말했다.
"우리 반에서 내가 영어를 제일 못해. 영어시간에 다른 애들이 웃었는데 나만 못 알아들었어."
웃었던 아이들도 다 알아들은 건 아닐 거라고 했지만 녀석은 "왜? 영어 학원 비싸서 그래?"라고 했다. 나림이는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6학년이 된 나림이가 또 울먹거렸다.
"우리 반에서 내가 수학을 제일 못해."
이번만큼은 나도 할 말이 있었다.
"엄마가 수학 선생님인데 뭐가 걱정이야. 엄마만 믿어. 이제 엄마랑 재미나게 공부하는 거야."
나림이와 공부를 시작하고 이제는 내가 울고 싶어 졌다. 나림이는 100분의 50을 약분하는데 2로 나누기 시작했고 그마저도 계산이 틀렸다(나머지가 나오다니). 나는 조용히 수학책과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가슴속에 피어나는 증오의 불씨를 느꼈고 수학 따위로 우리의 소중한 관계를 해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파트 내에 있는 수학 공부방에 나림이를 보냈다. 그러니까 내 딸이 나와 경쟁구도에 있는 공부방의 학생이 된 것이다. 첫 수업을 하고 돌아온 나림이는 들어오자마자 (나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엄마하고 공부할 때보다 훨씬 좋아.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와.”
나림이는 공부방 선생님 칭찬을 필요 이상으로 자주 했고 그때마다 나는 그것 참 다행이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나림이는 영어, 수학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공부는 누가 알려줘야만 할 수 있는 걸로 생각해서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학원의 학생들을 보면서 나는 학원의 역기능만 생각했던 것 같다. (변명 아니고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말해보려고 합니다)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다. 학원이 보가 되고 부모의 교육관이 주가 되면 어떨까? 부모의 교육에 관한 가치관이 하나의 기둥을 이루고 학원은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목적으로 이용하면 어떨까?
지인이 가보자고 해서 "20분 운동으로 6시간 운동효과를 낸다"는 운동을 체험한 적이 있다. 그것은 전기가 흐르는 옷을 입고 발차기를 하거나 허공에 팔을 휘두르고 트레이너가 시키는 대로 푸시업을 하는 방식이었다. 전기는 저주파인데 그게 근육을 자극해서 운동효과를 극대화하는 거라고 원장이 설명했다.
운동이 습관이 되려면 운동하는 게 재미있어야 하고 방법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전기가 흐르는 옷은 찌릿찌릿해서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2대 1 피티를 받으면서 근육이 생기는 원리나 효과적인 운동법에 관한 지식을 쌓았다. 2년 정도 피티를 받은 후에는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운동이 익숙해져서 네 개 동작을 20분간 하는 건 부담스럽지 않았다. 일부러 헬스장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돈과 시간이 절약이 되었다.
학원도 같은 개념이지 않을까? '공부 습관을 만든다'를 목표로 하고 방법과 재미를 얻을 수 있는 곳을 정하면 좋겠다. 정기적으로 공부습관이 생기고 있는지 자가진단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은 독립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 정신적, 경제적, 육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지기 위한 준비를 공부를 통해서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학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면 좋겠다.
20분에 6시간 운동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광고는 조급한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에 불과하다. 심지어 한 달 회비가 50만 원인 그 운동으로 6개월 동안 몸매가 예뻐진다고 하더라도 그만둔 후에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운동법, 습관 등 나한테 남는 게 없으니까.
살아봐서 알지만 운동이든 공부든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려운 일일수록 지난한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런 시간을 통과해온 사람이 그래서 대단하게 보이는 게 아닐까? 내가 홈트를 하는 것처럼 나림이도 집에서 공부를 하는 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