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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정 Nov 17. 2021

두 번째 쌍꺼풀 수술

중 1에 성형이라니요

“니 비빘쩨?”

“네?”

“눈을 손으로 막 비빈 거 아이가?”

“아닌데요....”     


정확히는 “아인데여”였다. 나는 두 번째 쌍꺼풀 수술 중이었고 나한테 말을 시킨 사람은 다름 아닌 내 눈꺼풀을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자르고 있는 의사 선생님이었다. 나는 의사 선생님이 제발 집중력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마취 때문에 어눌하게 겨우 대답했다.     


풀려버린 쌍꺼풀 때문에 하게 된 애프터 서비스 수술이었다. 내 눈두덩이는 지방이 없어서 풀리기 쉽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하기는 했지만, 일 년도 안돼서 의사 선생님의 예상이 적중하는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     

 

짧은 시간 두 번의 수술을 받다 보니 쓸데없이 수술 과정에 대해 상세히 알게 되었다. 내가 한 수술은 매몰과 절개의 절충한 방법으로 처음에 눈동자 위 눈꺼풀을 가위로 자르고 절개한 양쪽은 전기 의료 도구로 지진다. (이때 환자는 자기 살이 타는 냄새를 확인할 수 있다) 치과에 있는 의자와 비슷한 의자에 앉아 의사에게 얼굴을 내맡기고 나면 이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후각, 촉각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강렬한 기억을 안겨준 쌍꺼풀 수술을 떠올리게 된 건 초밥이가 쌍꺼풀 수술을 하고 싶다고 해서다. 학원을 할 때 고등학교 2학년 애들이 수술을 하는 걸 보고 놀랐고 이후에 중 3인 애가 하는 걸 보고 뭘 저렇게 빨리... 하고 혀를 찰 때만 해도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아이가 중 1에 수술을 하게 해달라고 할 줄은 몰랐다.     


“수민이도 병원 예약했어. 걔네 부모님은 허락해줬데.”

그 나이대 아이들이란 같이 몰려다니는 친구가 하는 일은 세상없어도 나도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초등학교 때부터 예쁘고 똑똑하기로 유명한 아이가 있었다. 내가 운영하던 학원에 다닌 아이였는데 고 1이 되어 만난 아이는 쌍꺼풀 수술을 한 모습이었다. 옆으로 길어서 매력적인 눈과 고유의 분위기가 사라진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실망을 했더랬다.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예쁜 얼굴이었는데 왜 그랬을까. 성인이 되어서 필요하면 하면 될 텐데 왜 성급한 결정을 했을까. 내가 다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수술을 해서 전보다 예뻐진다 해도 얼마 안가 다른 수술을 하고 싶어질 거야. 이후에는 한 번으로 만족되지 않는 유혹에 내내 시달리겠지. 그래서 성형중독이 되는 거라구.”     


먼 훗날 사진을 보며 이때 눈이 예뻤는데 왜 말리지 않았냐며 엄마를 원망할지도 모른다고, 아직 네가 모르는 미의 기준이 있다고 했지만 초밥이는 전혀 수긍이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이쯤 되면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하면 돼. 엄마가 모든 일에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너를 납득시킬 수는 없어. 하지만 너에게 일어나는 일의 법적 책임이 엄마한테 있는 만큼 엄마는 신중할 수밖에 없고 너는 그걸 따라야 해.”     


어느 선에서는 한계를 말해야 한다. 말로 이해를 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쌍꺼풀 수술을 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아이한테는 아무리 타당한 말이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못하게 말리는 말일뿐이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만고의 진리를 초밥이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내 아이의 행동이 또래들 사이에 미칠 영향도 생각해야 한다. 내 아이가 쌍꺼풀 수술을 하면 아이들 사이에 소문이 퍼질 거고 성형수술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무엇이 되거나 선망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 어릴 때 형성된 사고는 성인 이후에 바꾸기 어렵기에 위험하다.     


부모가 100만 원이 넘는 파카 같은 고가품을 아이한테 사주는 일도 같은 맥락에서 경계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 봐야 옷일 뿐이고 운 좋게 그걸 사주는 부모를 만난 것뿐인데 우월감을 가지는 아이나 그걸로 부러움과 박탈감을 가질 아이한테나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성인이 되면 치열한 먹고사니즘과 차별에 시달릴 텐데 청소년기만큼은 유예되도록 어른들이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이쯤에서 초밥이 얼굴 공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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