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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정 Apr 26. 2023

화목 1시 힐링요가반

동사무소 요가 01

일주일에 세 번 하던 아파트 요가가 선생님 사정으로 이틀로 줄었다. 어쩌다 하루 빠지면 주 1회밖에 못해서 요가원을 알아보던 중이었다. 하지만 일반 요가원은 십만 원이 우습게 넘는 수업료에다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거리가 부담스러워서 망설이던 중 동사무소 요가가 생각났다.   

   

동사무소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분기별로 회원을 모집하는데 1분기는 지났고 4월, 5월, 6월 하는 2분기 신청일을 기다려야 했다. 내가 사는 동은 희망자가 많아서 경쟁이 치열하다. 온라인 접수기간은 단 이틀. 나는 시청 홈페이지에 두 달 전부터 들락날락 한 끝에 접수 시작일 오전 9시, 개시와 동시에 신청하는데 성공, ‘화목 1시 힐링요가반’ 수강생이 되었다.      


수업 첫날은 낮잠을 자느라 결석하고, 두 번째 날 매트를 끼고 동사무소로 향했다. 우리 집에서 580m 떨어져 있는 동사무소에 차를 운전해서 갔다. 시간이 많고 거리가 가까워도 불가항력적인 일이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동사무소 1층은 민원업무를 하는 곳이고 2층에 올라갔더니 작은 강당 같은 강의실이 있었다. 어디에도 안내 표지판은 없었지만, 눈치로 그곳이 요가하는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먼저 온 회원들이 깐 매트로 빽빽했다. 생각보다 회원이 많았다. 입구에 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있자 한 친절한 아주머니가 맨 앞줄의 빈자리를 가리키며 “여기로 오세요”라고 했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고개를 숙여 보이고 빈자리에 매트를 깔았다. 앉고 보니 선생님 바로 앞 명당자리였다.     


위아래 까만색 요가복을 입은 선생님이 등장했고, 출석을 부르는 것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이삼례’, ‘장복실’, ‘김막순’ 연배를 짐작하게 하는 이름을 불렀고, 선생님은 익숙하게 회원들과 “신청하셨네요?” “따님 하고 같이 오셨어요?”같은 말을 주고받았다. 회원은 대략 30명쯤이었는데 오래 수강한 분이 많은 것 같았다. 마치 학교에 온 것 같았다. 강당 같은 공간에다 내 이름이 불리길 기다리는 기분이 꼭 그랬다.  

   

수업은 스트레칭 위주로 오래 버티기보다 다양한 동작을 짧게 했다. 선생님은 요가 용어를 쓰지 않고 “팔을 쭉 펴세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세요.”라는 말을 천천히 했다. 꾸밈없는 친절이 묻어나는 말투였다.   

   

선생님만 보다가 뒤를 봤는데 회원들의 동작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손의 각도나 다리 위치 모두 조금씩 달랐고, 완전히 다른 동작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앞사람을 따라 하면서 조금씩 변형, 진화를 거쳐 창작이 돼버린 것 같았다. 요가복이 아닌 다채로운 복장에다 중년부터 노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의 모습이 저마다의 살아온 자취 같아 인상적이었다.       


선생님은 회원들 옆으로 가서 자세를 봐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동작도 좋네요. 참고해야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한번 해보세요.”    

 

틀렸다고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식이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선생님의 말을 따라 몸을 늘리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동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화의 주인조차 “나 요가 중이니까 끝나고 전화할게”하며 태연했고, 그걸 보고 각자 전화기를 무음설정을 할 것 같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진도 아리랑이 구성지게 울렸다.     


50분쯤 지났을 때 선생님이 말했다.     


“이제 등을 바닥에 대고 누우세요”     


그리고 불을 껐다. 자는 시간이었다. 나는 얼떨떨했지만, 곧 긴장이 풀려서 처음 온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굴 속에 빠져들듯 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선생님이 불을 켰고 양손을 뻗어 기지개를 켜라고 했다.      

“같이 자면 이상하면 잠이 더 잘 오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말했다. 오후 2시, 같은 동네에 사는 여성들이 모여 단체로 잠을 자는 시간이 평화로웠다. “자는 시간 좀 더 줘요. 이불도 한 채씩 갖다 줘요” 어떤 회원의 말에 모두 까르르 웃었다. 웃음소리와 함께 나는 멀어졌던 정신이 느리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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