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오는 부조리를 만날 때
정치철학자로 알려진 아렌트 여사는 우리가 보통 ‘일’이라 부르는 활동을 ‘작업’과 ‘고역’으로 구분한다. 이 두 가지 모두 인간의 노력, 땀과 인내를 수반하는 활동이며, 어떤 결과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전자가 자의적인 활동인데 반해서 후자는 타의에 의해 강요된 활동이다. 전자의 활동을 창조적이라 한다면 후자의 활동은 기계적이다. 창조적 활동의 목적이 작품 창작에 있다면, 후자의 활동 목적은 상품 생산에만 있다.
전자, 즉 ‘작업’이 인간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물리적 혹은 정신적 조건 하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면 ‘고역’은 그 정반대의 조건에서 행해진 ‘일’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