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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 아이

원장일 때 하지 못한 말01

by 김준정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둔 어머니와 상담을 했다.

“애가 틀리는 것을 용납을 하지 않아요. 제가 설명을 해주려고 하면 안 들으려고 하고, 시험지를 숨기기까지 해요.”

이럴 때 엄마로서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몰라 난감하다고 했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욕심이 있는 딸을 둔 게 어디냐고 부러워하는데, 앞으로 심해질까 봐 걱정이에요."


사실 이런 경우는 부모가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처음 한글을 익힐 때, 한 번에 척척 알아듣는 아이가 기특해서 자랑스러워하고 어쩌면 그것을 기준으로 삼았을 수 있죠. 이것은 아이의 기준도 돼버립니다. 항상 한 번에 맞춰서 부모를 만족시켜 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할 때, 아이는 그 상황을 부정하게 됩니다.


“똑같이 키웠는데도 둘째는 느긋한 성격인데요?”

정확한 인과관계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첫아이 경우는 아이의 특정 기질과 부모의 양육태도가 결합해서 반응한 경우라 할 수 있어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 번에 능숙하게 되기가 조금씩 어려워집니다. 특히 수학은 숙련의 학문이에요. 예를 들어 두 자릿수 곱하기 두 자리 수라면 일의 자리끼리 곱한 수가 10이 넘어가면 십의 자리에 받아 올림을 하고 십의 자리를 곱한 것과 합해줘야 합니다. 마치 뜨개질이나 운전처럼 여러 번 반복하고, 하다 보면 실수도 줄고 속도도 빨라지는 것과 같죠.


“시험 치는 것과 공부하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연습과정에서는 헷갈리고 서툰 것이 당연합니다. 중요한 것은 틀렸을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반응입니다. 왜 자꾸 실수하느냐는 질책이나 비난은 아이로 하여금 추진력을 잃게 할 수 있어요. 그러면 아이는 어려운 문제는 시도하려고 하지 않으려 하고, 어려운 문제집은 피하게 되죠.


상담했던 아이와의 첫 수업에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윤지야, 10문제 풀고 다 맞는 사람하고, 100문제 풀고 열 개쯤 틀린 사람이 있어. 그러면 누가 공부를 많이 한 걸까?”

“100문제 푼 사람이요.”

아이도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틀리는 것은 별 표시를 할 거야. 한번 생각했다는 뜻으로. 별이 많으면 윤지가 많이 생각했다는 뜻이겠지?”

윤지는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하지만 별을 치기는 쉽지 않은지 머뭇거렸어요.

“윤지가 별을 하면 선생님은 사탕 하나씩 줄 거야. 많이 생각하는 윤지는 칭찬받을 자격이 충분하니까.”


“처음부터 안 틀리는 사람도 있잖아요?”

내 자식이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한두 번만 풀어봐도 숙달이 되는 아이도 있습니다. 달리기를 잘하는 것처럼요. 그러면 되는 걸까요? 달리기 잘하는 것으로 삶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듯, 틀리면서 배우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한 번도 넘어져 보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이 오히려 위험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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