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운명공동체

by 김준정

마라토너 산악회에는 시작과 무섭게 치고 나가는 선두팀과 인간적인 후미팀이 있다. 후미팀은 나를 포함해서 다섯 명이다.


나는 우리 후미팀을 ‘운명공동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태어날 때부터 선두가 될 수 없는 운명이라는 뜻도 있지만,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이라는 뜻도 담겨있다. 떨어져 가다가도 어느 순간 보면 골라낸 것처럼 우리 다섯 명만 남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야 버스가 출발할 수 있다는 책임을 공동으로 짊어진 우리는 마치 한 몸이 된 것 같은 일체감을 느끼고는 한다.


지난달에 대구 부모님한테 가느라 수도지맥을 빠졌더니 그다음 주에 (후미팀 소속) 청연님이 "힘들어서 죽을 뻔했는데 왜 안 왔냐"고 했다. 이번 달 수도지맥에도 후미팀 중 청연님과 오원종님밖에 신청하지 않았길래 내가 신청댓글에 “후미팀을 든든하게 하기 위해서 신청합니다”라고 달았더니, 산행 전날 (후미팀 소속) 석산고님과 손서방님이 “참전한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참전이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수도지맥은 힘들어서 하는 말이었는데, 그걸 보자 왜 내 마음이 가벼워지는지 모르겠다.


힘들어서 죽을 뻔했는데 왜 안 왔냐,라는 말에 들어있는 감정을 짐작해 봤다. 혼자만 힘들어서 억울했다는 것과 같이 고생해야 한다는 물귀신 같은 마음, 무엇보다 큰 감정은 같이 고생했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아닐까.


이번 달 수도지맥 5구간도 장난 없었다. 경남 합천과 고령 일대의 구릉을 배부르게 오르내렸다. 덕분에 전주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다리와 허리가 뻣뻣하게 굳어서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할머니처럼 버스 손잡이를 잡고 에구구하는 소리를 냈다.


“몸이 고장 났나 봐요.”


그러자 석산고님도 “나도 그래”라고 하면서 어그적거리며 걸었다. 그 모습을 보자 풋, 하고 웃음이 터졌다.


힘들어하다가도 나만큼이나 힘들어하는 산우를 보면 불쑥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데, 그것이 잠을 반납하는 걸로 시작해서 온몸에 근육통을 주렁주렁 다는 걸로 끝나는 이 일을 반복하는 이유일지 모르겠다고 잠시 생각했다. 에구구.

KakaoTalk_20250218_172847854.jpg 선두와 후미가 만나서 간식을 먹는 귀한 장면
KakaoTalk_20250218_174847264.jpg 등산 후에 먹는 능이오리백숙의 맛은 감동 그 자체
KakaoTalk_20250218_172909568.jpg 제목: 할매와 소녀 사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새해가 반갑지 않은 벌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