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는 엄마>를 읽고
초밥이는 요즘 다이어트 중이다. 반바지를 입어보니 전보다 다리가 두꺼워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밥을 차려주면 밥그릇을 들고 가서 밥솥에 밥을 덜고 세 숟가락도 안 되는 밥을 먹는다. 말려도 소용없고, 잔소리를 하면 억지로 먹어서 소화가 안 된다며 토라지는 녀석이다.
그래서 요즘 매일 닭 가슴살 요리를 한다. 쌀을 씻어 밥을 하듯이 아침이면 닭 가슴살을 오븐에 굽는다. 그것만큼은 살이 안 찐다고 생각하는지 초밥이가 양껏 먹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닭 가슴살 샐러드를 기본(밥)으로 하고 서브메뉴를 바꿔가면서 상을 차렸다. 양배추 볶음 오믈렛, 버섯볶음, 도토리묵, 이런 식이었다.
오늘은 명란 파스타를 만들었다. 올리브유에 마늘, 양파, 브로콜리를 볶다가 명란을 잘라서 넣고, 삶은 파스타면을 같이 섞어주면 된다. 페페론치논 몇 개와 국간장 한 스푼 넣어주면 매콤한 감칠맛을 낼 수 있다. 명란 파스타는 초밥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초밥이는 식탁에 앉자마자 “우와, 파스타다.”하면서 좋아했다.
“이 집이 파스타로 유명한 집이잖아.”
나는 딸기를 내오면서 말을 이었다.
“이건 서비스래. 여기 괜찮다. 그지?”
초밥이 때문에 집에서 레스토랑 음식만 먹는다고 하는 장난이었다.
“집스토랑? 집토랑? 이름 붙이면 좋겠다.”
“홈스토랑”
초밥이가 말했다.
“그거 좋다. 카피라이터 저리 가라 인데?”
“어제 <담배 피우는 엄마> 무슨 내용이었어?”
책 <담배 피우는 엄마>는 여덟 가지의 옴니버스 동화인데, 내가 1화를 읽고, 2화를 초밥이가 읽었다. 들으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어느새 내가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엄마에게 아들이 생일 선물로 담배를 줘. ‘마지막 담배’라고 쓰고. 엄마가 담배를 끊게 하기 위해서.”
“그런 내용이라면 보통은 아빠를 등장시켰을 텐데, 인물만 바꿔도 참신하게 느껴진다. 그지?”
밥을 먹고 <담배 피우는 엄마>를 읽어봤다. 아들 남주는 아빠 역할까지 하는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엄마가 스트레스로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을 걱정한다. 집에 있는 담배꽁초 개수를 세면서 엄마가 하루에 피는 담배 수를 가늠하고, 어떻게 하면 담배를 끊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러다 엄마의 생일에 ‘마지막 담배’와 엄마를 염려하는 마음이 담긴 편지를 주는 내용이었다. 엄마를 이해하려고 애쓰면서도 소중하기 때문에 애태우는 남주의 마음이 대견해서 울컥 눈물이 났다.
집밥이라고 해서 밥과 찌개만 먹으라는 법도 없고, 엄마만 책을 읽어주라는 법도 없다. 조금 바꾸면 같은 상황이 새롭게 다가온다. 어젯밤 딸이 책을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드는 건 신선한 경험이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떠오르는 잡생각 때문에 날마다 뒤척이다 잠들었는데, 어제는 포근하고 따뜻한 품에 안긴 채 스르륵 잠든 것 같았다.
딸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안전하고 편안한 기분, 앞으로 딸에게 이런 시간을 얼마나 줄 수 있을까?
“오늘 밤에는 엄마가 책 읽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