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인증”톡을 보낸다. 몸이 일으켜지지 않는다. 5시 30분, 한 쪽 눈만 뜨고 5시 40분으로 알람을 재설정하고 베개에 머리를 묻는다. 이내 전혀 경쾌하지 않은 소리가 들리고 이번엔 5분 뒤로 맞춘다. 5시 45분, 이제는 마지막이다. 화장실에 갔다가 노트북을 켜니 6시. “용기를 내서 이를 닦고 양말을 싣습니다.”톡을 보낸다.
‘새벽 5시 기상 미션’을 시작했다. 함께하기로 한 H에게 인증 톡을 보내고 6시 안에 ‘한 문장’을 올리면 된다. 책의 글귀도 좋고 내가 쓴 글도 좋다. 하지만 첫날부터 실패. 5시 45분에 일어난 데다 위장까지 했으니 괘씸죄까지 추가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하루에 한두 시간 일찍 일어나는 일, 그런 일에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해본 사람은 안다. 이럴 때 잠은 얼마나 달콤한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잠을 자는 것 같고, 잠들기 전에 결심을 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고 우기고 싶어 진다.
일 년 전에 학원을 폐업했다. 직후에는 넘쳐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느라 책도 읽지 못했다. 그런 날이면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무모하고 대책 없는 선택이었다는 자책,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변호, 머릿속에서 재판이 벌어졌다. 폐업하기 전에 고민한 것도 모자라 지금까지 이러고 있다니. 나 자신이 한심했다.
함께 5시 기상미션을 하기로 한 H는 다니던 회사가 도산하는 바람에 얼마 전에 실직을 했다.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알고, 백수 사정은 백수가 안다고 그 속이 어떨까 싶어서 그가 하는 얘기만 잘 들어주자 싶었다.
“이번 일 겪으면서 전문직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노무사 자격시험 준비를 해보려고요.”
이 말을 하는 그의 얼굴을 보니 ‘40대 후반에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죠?’라고 묻는 것 같았다.
“나는 토익 점수가 없으니까 그것부터 공부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죠?”
그가 중얼거렸다.
“토익 공부를 한 사람이 유리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건 아니죠.”
내 말에도 확신 같은 건 없었다.
작가가 되겠다며 18년간 해온 일을 그만둔 내가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마 그래서 나한테 얘기했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만큼은 허황되다거나 늦었다는 말을 할 수 없을 테니까.
사실을 반가웠다. 잘 생각했다며, 할 수 있을 거라며 마구 부추기고 싶었는데 조심스러운 성격인 그가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싶어서 참았다.
일 년 전 나는 학원을 그만둬야 하는 이유를 궁금해하지도 않는 그에게 무던히도 설명했고, 그는 동의도 반대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때는 몰랐다. 말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 확신을 주려고 했다는 것을. 그는 말을 아낌으로써 내가 스스로 묻고 답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다.
매일 시작되는 날처럼 날마다 새롭게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마음속 깊은 곳에 내가 바라는 무언가에 조금씩 가닿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은 아름답다. 강한 사람이다. 하지만 때로는 홀로 배에 탄 것처럼 외롭기도 하다.
매일 하는 근력운동, 1월부터 쓰고 있는 감사노트가 나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준다. ‘5시 기상’은노를 하나 추가하는 일이다. 각자의 노를 저을 뿐이지만 그의 배가 순항하기를, 내 배가 멈추지 않기를 바라기에 5시 기상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