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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명 른 May 17. 2024

운전대를 잡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10년째 초보운전

나한테 세뇌를 당한 것 같기도 하다.

너는 운전을 못해.

너는 운전이 무섭지.

방향치 주제에 어디를 가겠다고.

정녕 그 차선을 넘는 게 맞다고 생각하니 등등..


인하대학교에서 일하고 있을 때 운전면허증을 땄다. 사실을 별로 운전을 할 생각은 없었다.

시간 강사한테 늦은 퇴근을 강요하던 시절이라 가방을 학교에 놓고 운전면허를 따러 다녔다.

인하대 박사를 강요받은 게 그 시작이었다. 철저한 인하대 사람이 되라는 것이었다.

어디든 그렇겠지만 대학은 가끔 이렇게 터무니없는 일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행을 택했다. 언제든 돌아오라고 했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박사를 강요하던 그도 떠난 곳이 되었다.

횡령 사건이 있었다는 소문만 돌았다.


미국에 가려면 국제운전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준비를 한 것이었는데 결국 미국에서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운전을 할 줄 안다는 동생과 렌트비를 나눠 차를 빌렸지만 결국 그 동생도 운전을 할 줄 몰랐다는 사실...

차선을 못 바꿔 얼바인까지 올라갔다.


한국에 와서는 수업이 저녁에도 생기자 체력적으로 힘이 들기 시작했다. 운전을 결심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혼자 운전대를 잡은 날.


애국가를 부르며 덜덜 떨며 가던 출근길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학교와 집만 다녀 버릇해서 그런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초보운전이다.

그런 내가 오늘은 3시간 가까이 운전을 했다.

지하철을 타고 싶었지만 꼬맹이 둘을 데리고 지하철을 타자니 나도 지치는 일이었다.

그렇게 친정에 왔다.

다크서클이 턱 아래에 달랑달랑 거린다.

그래도 오기를 참 잘했다. 40이 넘었는데도 엄마 아빠가 가까운 이곳은 내게 언제나 위안이 된다.

푹 쉬다 가야지.


아침 : 학생식당 덮밥, 점심 프레첼 커피, 저녁 피자 (진짜.... 잘 먹는구먼), 와인

소감: 감정의 파도. 좀 예민했다. 지친 마음도 있었겠다. 역시나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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