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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명 른 May 28. 2024

대학강사가 사는 법

대학강사라고 늘 배고픈 건 아닙니다만 

일 중심적인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법 


어제 오늘 급하게 들어온 포스코 보고서 윤문 의뢰에 이틀을 비웠다. 

모든 일정을 뒤로 미뤘다. 

이럴 때 보면 참.. 일 중심적인 인간이다. 


그래서 나같이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안 그러면 삶이 재미없다. 


내 본질은 학교였다.

학교에 머무르던 시간이 너무도 길어서 학교를 빼면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하면 반응은 아주 선명하게 갈린다.

배가 고픈 직업이라고 하지만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중고등학교 교사보다 나은 월급이었다. 연금을 생각하면 생각이 짧았을지도. 아. 20년 가까이 됐지만 월급도 거의 오르지 않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대학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점심값을 아낀 적은 있어도 배고팠던 적도 별로 없다. 

좋아서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가 쌓이니 징글징글하게 깊은 인연이 되었다. 

특혜처럼 특강이 들어오는 때도 있었는데 몇 번하고는 거절한 기억도 난다. 


"이유가 뭐니?"

나를 아끼는 상사였다. 

"행복하지 않아서요. 그 수업을 하고 있으면 제가 행복하지 않아요."

".... 그렇게 말하면 강요도 못하겠네. 알았어"


배고파도 하고 싶지 않은 수업도 있었다. 그렇게 살아와서 내가 가끔 제멋대로인가.

무리를 했던 건지 두 명의 동료는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중요하다. 

도덕적인 범위 안에서는 나는 제멋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다. 


그래도 학교에 남아 있는 이유 


사계절의 흐름이 눈에 담기는 학교는 참 예쁘다. 교정이 아름답다는 무시 못할 복지다. 학교를 옮기면서 이제는 같이 장난처럼 사진을 찍을 동료도 없지만 가끔은 혼자 사진을 찍어 본다. 여기 학교도 이쁘다. 넓고.. 

무급이지만 방학도 있다. 지금 내가 그래서 쉬고 있는 것처럼. 

학생들은 나와 함께 나이가 들어 어느새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다. 그런 학생 중 한 명에게 한국에 왔다며 어제 연락이 왔다.

잊지 않고 기억해 주니 고맙다.  

다음에 한국에 올 때는 아이를 데려올 계획이라고 한다. 

7살이라고 하니 내 둘째 아이보다 한 살 많다. 같이 만나자 약속을 한다.  감사한 일상이다. 


연금도 없고

퇴직금도 없고

20년 가까이 월급은 그 자리고

숫자로 생각하면 참 서글픈 직업이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이 후회스럽지는 않다.

그러면 된 거지. 이 경험으로 다음 스텝을 밟아 나가고 있으니 그걸로 내 노후를 준비하지 뭐. 

그러니까 건강하자. 운동해야 돼. 노후자금 없는 인간은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 아이들도 어리니. 


잘 살자!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


기록


식단: 아침-샌드위치, 두유/점심-베이글, 아침에 아이들이 남긴 밥, 우유/저녁-커피

운동: 구르기 100, 1분 플랭크, 복근 10

느낌: 교열이 마무리돼서 시원하고.. 이틀 동안 못 쓴 글을 생각하니 막막하기도 하고.. 그래도 써 나가면 또 뭐가 나오겠지 싶다. 

잘 살자.



#책과강연 #백일백장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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