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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명 른 Jun 05. 2024

손을 놓는 지혜

예술의 전당으로 도피

강렬한 볕이다. 11시 55분. 5분만 기다려 보기로 했다.

큰 나무의 그늘에 의지해 주변을 둘러본다.

보통 그늘져 있는 곳이 건물 아래여서 그런지 예술의 전당 한가운데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 한가함이 좋았다. 더웠지만 덥지 않은 느낌을 주는 한가함이었다.


12시가 되었다.

클래식한 음악에 맞춰 분수가 빰하고 나타났다.

분수쇼에 빠져 있는 동안 어디에서 종소리가 들린다. 분수쇼에 나오는 음악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시계를 본다.

12시 정각.

그래. 그래서였구나.

마치 유럽이 배경인 영화를 보면 나오던 그 종소리.

12시를 알리는 종소리였다.

종소리가 예술의 전당에 울려 퍼진다.

분수쇼의 클래식 음악에 같이 왈츠라도 추는 듯 함께 연주된다.


마치 소녀가 된 듯  분수쇼와 종소리, 분위기에 빠져 들었다.

음악의 마지막에 다다르자 분수쇼도 격정적으로 마지막의 흐름에 함께 한다.

아. 역시 예술의 전당이다.


마흔이 넘도록 와 본 적이 없었다.

1년 가까이 독서심리상담사 과정을 밟은 곳이 이 근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이 끝나면 아이를 픽업하러 정신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래서 몰랐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는지를.

아이들과 와 보고 싶다.

좀 덜 더운 날. 좀 선선한 날.



➡️ 기록 

식단-아침: 참외, 시리얼 / 점심: 두부 요리 / 저녁: 건라면

운동- 예술의 전당에서 1시간 넘게 걸은 것으로 퉁

소감- 오래간만에 선생님을 뵀다. 그간의 내 소식을 전하며 사람으로 인해 힘들었던 마음을 털었다. 세상에는 벚꽃처럼 한 철 와서 떨어지는 인연도 있어요.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아요. 선생님의 가벼운 이 말에 큰 위로를 받는다.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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