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이 만든 타성인가
일요일.
사진 클래스가 있다.
운전을 해서 가면 15분, 버스로 가면 50분.
차를 가져가는 게 당연한 시간 차지만 버스를 택한다.
주차도 자신 없고 버스에서 나태하고 한가하게 움직이고 싶었다.
일찍 가서 앞자리에 앉을 생각은 안하고
천천히 꿈틀꿈틀 움직이며 길을 찾는다.
두 번째 버스를 탄다.
이 버스를 타면 한강을 건넌다.
한강을 보며 생각한다.
바다는 속이 후련한데
왜 한강은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을까
익숙해서?
그러다 문득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가 떠올랐다.
이름은 천진희. 유독 웃는 모습이 해맑았던 친구였다.
어떻게 그 친구와 같이 지하철을 탔는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
다만 지하철을 탈 때 그리고 한강이 보일 때 친구가 내뱉은 탄성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와!! 한강이데이!! 내가 탄 지하철이 한강을 건넌데이!! 봐라 봐라!! 한강 보라니까!!"
친구는 흥분한 듯 나를 건드리며 한강을 보라고 강요했다.
"그래. 한강이야. 근데 왜"
"한강이잖아!!"
친구는 아예 몸을 틀어 한강 구경에 정신이 팔린다.
그런 친구가 신기해서 물어본다.
"한강 처음 봐?"
"어!!!!"
아.... 처음이어서 그랬구나.
친구의 그 눈망울이 잊혀지지 않는다.
바다가 그립다.
나도 한강을 보고 감탄을 하던 시절이 있었겠지.
바다가 그립다.
앞이 막힌 강 말고 끝없이 볼 수 있어서 마음껏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바다가 그립다.
사진 클래스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오늘 찍은 사진들을 확인하다가
언제 한강을 건넜는지 모르게 목적지에 도착해 버렸다.
그런 하루였다.
조만간 바다 근처에라도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