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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명 른 Jul 05. 2024

불친절한 새벽 6시

그래도 사랑해

불친절한 재옥 씨가 되었다.

새벽 5시부터 7시는 의식처럼 나만의 고요한 시간이 시작된다. 지난달에는 학기가 마무리되면서 몸이 같이 풀어져 버렸다. 일어나 보면 7시가 넘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시작한 하루는 정신없이 끝이 났다.


여름학기가 시작됐음에도 정신은 돌아올 생각을 안 했다. 몸은 더 처졌고 작년 여름에 입었던 옷은 작아졌다. 얼굴 턱살을 잡아본다.

아.. 이렇게 늙으면 진짜 심술궂은 할머니 같아.

속으로 생각한다.


그러다 7월을 맞이했다. 다시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고요한 하루를 시작하면 뭔가 조금 더 마음이  평온해진다. 새벽에 보고서 주제의 책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마음을 정리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문장을 만든다. 마음에 든다.


오늘은 두 녀석이 모두 나와 동시에 기상을 했다. 아직 10살도 안된 쪼맹이들이 왜 5시에 일어나는 거야. 다시 자라고 토닥여도 이미 잠이 깼다.

거실로 나가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 시간을 보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가서 텔레비전을 꺼 버린다.

배고프다는 소리에 불고기를 한다. 한 녀석은 맛있다며 잘 먹는데 한 녀석은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눈초리다.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며 투정을 부린다. 나도 6살이 된다.

"힘들게 만든 음식인데 맛없으면 그냥 먹지 마. 내려 가"

아이는 이내 눈물이 터진다. 미안한 마음에 아이를 안고 달랜다.

새벽 고요한 시간을 뺏겼다는 생각에 나 역시 심술이 났다. 새로 밥을 하는 중이니 어제 사온 김하고 같이 먹자며 아이를 달래니 이내 웃기 시작한다. 뽀로로 동요를 틀어줬다.


그래도 놓치며 매일 아까워하는 아이들의 성장 시간이다. 나도 이렇게 엄마가 되어간다.


새벽 시간은 뺏긴 게 아니라 공유가 된 것뿐이다. 이쁘다. 고맙다.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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