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대신 비가 일을 하나 봅니다
수요일은 보통 사무실로 출근한다.
그런데 지난밤부터 아이의 상태가 이상하다.
목이 아프다며 울다 잠들고 열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
중이염으로 항생제를 먹는 와중에
좀 나아지는 와중에
당황스럽다.
날이 밝은 대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비는 쏟아지고 마음은 무겁다.
그래도 이 정도인 게 다행이라며
해열제에 열이 떨어지는 게 다행이라며.
가라앉았던 아이는 열이 떨어지니 좀 살아났다.
병원에서 친구를 만났다. 지난주에 수족구에 걸려서 이제 괜찮아져
서류를 받으러 확인차 왔다고 한다.
수족구.
아이의 손바닥을 본다.
빨간 자국이 보인다.
선생님이 아이를 확인한다.
이슈가 생겼네요.
구내염 보이시죠? 수족구가 왔어요.
목을 보니 간밤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딱하다.
엄마 삼계탕 먹고 싶어.
아이의 원을 다 들어주고 싶었다.
아이가 먹을 삼계탕을 사고 집에 도착하자
물 한 잔 마시지 않고 잠들어 버린다.
그렇게 반나절 이상을 잠들어 첫째가 오는 시간 보다도 훌쩍 잠이 들었다.
좋아지려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를 기다렸다.
컨디션은 오전보다 나아졌다.
삼계탕을 먹인다. 배도라지주스도 먹이고.. 아이가 먹고 싶다는 걸 계속 물어본다.
또 지나가야 할 일이다.
그 사이 해야 할 일이 잔뜩 적혀 있는 다이어리를 의도적으로 보지 않았다.
하나만 하자라는 생각에 맷 그레이의 글쓰기에 대한 방법만 정리를 좀 했다.
또 뭘 해야 하지.
해야 할 건 많은데 아이가 아프면
같이 정신이 없다.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데.
아이가 아프면 나를 방치하게 된다.
모든 내가 하는 일이 덧없게 느껴진다.
엄마는 그러면 안 된다.
정신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