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따위 생각하지 않는 것이냐
하늘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평소보다 일찍 나섰다.
그럼에도 평소보다 한 시간이 늦었다.
정신없는 시작이었다.
오늘은 학생들의 시험이 있는 날이다.
평소 지각 한 번 하지 않은 학생이 지각을 한다.
버스에 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어쩔 수 없이 걸어오거나 버스에 들어갈 수 있는 차례가 기다려야 한다.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이 먼저 도착했다.
그들도 나도 정신없는 하루다.
시험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끝났다.
시험은 학생들도 피로하지만 감독을 해야 하는 나도 피로하다.
딱따구리처럼 내내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그나마 말하기 시험은 낫다.
읽기 듣기 쓰기 시험은 의미 없이 그들 주위를 돌아다니거나
다른 사람들의 답지를 보는 일은 없는지 주시하다 보니 더 피곤하다.
커피를 마셨는데도 커피 마시기 전 상태다.
게다가 채점하는 시간으로 평소보다 퇴근 시간은 더 늦다.
강의실을 정리하고 학생들의 대기실을 둘러보니 책을 놓고 간 녀석이 두 명이나 된다.
물병을 놓고 간 학생, 우산을 놓고 간 학생.
오늘 뭔가 그들도 나처럼 나사가 하나씩 풀렸다.
그래서 비 때문이라고. 그렇게 핑계를 대기로 했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르겠다.
평소에는 터널을 피하는데 오늘은 그 긴 터널이 편안했다. 앞이 안 보이는 빗길 운전은 터널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줬다.
집에 오면 무조건 2시간은 책 쓰기에 몰입하겠다고 했지만
수족구로 고생 중인 둘째와 김에 밥을 싸서 맛나게 먹고 잠깐 잠이 들었다.
그 사이 메시지가 와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챌린지를 신청했다. 이제 그 준비도 해야 한다. 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조력자도 만났다. 든든하다. 서로 윈윈 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하나하나 체계가 생긴다.
3년. 시스템을 만들어갈 기간 3년. 3년 후 안정화.
피곤해할 시간이 없다.
그래도 빗길운전 여파가 너무 크다.
목요일이라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