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각자 자기만의 자리에서 고민 하나씩은 있다
아이의 망가진 줄자를 봤다. 시나모롤에 빠져 귀엽다고 사고 싶다고 졸라대 얻어낸 귀여운 줄자였다. 버튼을 누르면 줄자가 후루룩 들어간다. 아이는 한동안 줄자의 후르륵에 빠졌다. 그리고 이내 3000원짜리 줄자는 더 이상 후루룩 들어가지 않았다. 속상한 마음에 버리지는 못하고 구석에 박아둔다. 이내 흥미를 잃는다.
아침. 문득 그 줄자가 떠올랐다. 배둘레를 재본다. 겁난다며 몸무게도 재지 않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배둘레를 보니 안 재기를 잘했다 싶다. 이 숫자가 맞나 싶을 정도다. 나이가 드니 뱃살이 두둑해진다. 관리를 하지 못한 탓도 있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었다. 핑계다. 밤샘 교열을 하면서도 복근을 만들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처럼 독하지를 못한 탓이다.
배둘레를 재고 나니 오늘 건전하게 먹겠노라 다짐한다. 먼지가 수북한 셰이크통을 꺼내든다. 셰이크도 유통기한이 있나? 일단 타 본다. 맛은 변하지 않았군. 학교 오는 길에 홀짝홀짝 셰이크를 마시며 왔다.
꾸르륵... 배는 고프지 않은데 배가 아프다. 이런.
그렇게 아침저녁은 셰이크, 점심은 학생식당에서 제육을 먹었다.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으며 배를 본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오늘도 여전히 비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