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플리트 Jun 03. 2022

온 세상이 매일 당신에게 다정하길


Intro

우리는 비난의 시대를 살고 있다. 특히 연예계가 그렇고, 우리 소시민들 사이에서도 SNS를 통해 퍼져나가는 민폐 사례들을 보다 보면 ‘이런 것까지?’ 싶을 때가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예민하다. 나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의문이 든다. 내가 공인이 되면 그 레이더망을 다 피해 갈 수 있을까? 우린 너무 약하고 아이러니하고 모순된 존재다. 한마디로 나도 너도 쟤도 언젠가 털리게 되어있다. 

 
 
아, 너무나 미숙한 우리

모이게 되면, 두 사람 이상 모이게 되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갈등은 서로의 생각이나 형편이 달라서 충돌할 때 일어나는데, 회사에서도 모두의 생각이나 처지가 똑같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갈등 자체는 현상이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갈등을 잘 해결하지 못할 때 나타나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어른일지라도 어떤 문제가 생길 때 회피하거나 상대를 탓하는 방식으로 그 갈등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숙한 갈등 해결은 관계를 어그러뜨리거나 설령 그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위태위태하게 된다. 
솔직히 우리 누구나 미숙한 대처로 마음 졸이고 아프고 속상했던 날들이 있지 않은가. 18살 때도 그랬는데 24살에도 그랬고, 서른 마흔 쉰이 되어도 반복한다. 참 관계가 쉽지 않다. 
 
우린 언젠가 리더가 된다. 그냥 하루하루 일하러 회사 갔다 집에 오기를 반복할 뿐인데, 나이는 들고 직급은 올라가고 후배는 계속 들어온다. 원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앞에서 끌어주고 책임지는 자리에 오르게 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지식과 경험이 쌓여 지혜로워져야 하는데 어찌 된 까닭인지 주변에 어른다운 어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말은 나이는 저절로 늘어도 어른은 저절로 되는 게 아니란 뜻이 되겠다. 
일을 잘하고 업무에 능숙해지면 좋은 리더가 될 것 같지만 막상 닥치면 그렇지 않다. 왜냐면 본인보다 경험이 적고 업무가 미숙한 사람을 끌어가야 한 처지인데 이럴 때 필요한 건 전문성 플러스 인내다. 부족한 점, 채워야 할 영역이 분명히 보이는데 리더의 인내심과 인격이 부족하면 냅다 지르고 혼내고 내치는 사람이 되는 거다.  교과서를 잘 가르치는 게 선생인가? 전인격적으로 가르침을 주는 게 선생이다. 사회에서 좋은 리더는 좋은 선생과 같아야 한다. 아직 미숙한 후배를 능숙하게 일도 잘하고 우호적으로 협업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워내야 하는 자리.  
저절로 되지 않는다. 일에 대한 이해만큼 사람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그래서 감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람은 생각보다 감정적인 존재라는 연구결과를 본 기억이 있다. 사람은 이성과 감정 모두를 갖고 있는 존재기 때문에 회사라고 해서 감정의 영역을 무시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과신해서도 안 된다.  
 
 

달라서 사랑하고 달라서 미워하네. 

필자는 요즘 MBTI의 긍정적인 효과를 체감 중이다. 개인적인 얘기를 해보자면, 예전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남편의 이상하고도 어이없는 성격이 그의 의지도 아니요 그의 잘못도 아닌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기질이라는 것을 알고 내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내가 ‘관리자형 꼰대’인 그를 만나 사사건건 잔소리 듣고 사는지. 어쩌다가 그는 ‘알겠어.’ 대신 ‘내가 알아서 할게!’라며 따박따박 따지는 나를 만나 제 뜻대로 컨트롤 못하고 속 끓이며 사는지. 서로가 서로에게 빌런이라는 팩트 앞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관대하게 마음이 열린다. ‘아하! 네가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거구나. 어쩔 수 없는 거구나. 너에게 내가 타겟인 게 아니고 누구에게나 그런 거였어!’  

MBTI의 긍정적인 효과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 해 줬다는 점이다. 예전엔 ‘쟤 왜 저래.’ 했다면 지금은 ‘아, 쟨 저렇구나’라는 거. MBTI 등장 이후 취향이 갈릴지언정 몰이해는 적어졌다고 본다. 우린 다 다르다. 일단 이것만 인지해도 갈등의 팔 할이 풀린다. 
 
관계에 있어서 자신만의 답을 찾은 사람은 성숙하다. 타인과, 그리고 자신과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 행복하다. 모두와 잘 지낼 수 없기 때문에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과 밀도 있게 지내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의 언행에 휘둘리지 않고 사는 게 평범한 사람의 관계 맺기 방식이다. 나에게 관심 없는 사람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오해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쓸 필요가 없다. 그럴 수 있지, 라며 넘기고 내 사람들에게 집중하라고 수많은 선배들이 강연에서, 책에서, 영화에서 말한다. 이게 안돼서 힘든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사람은 자기 자신과도 갈등이 있는 존재다. 남에게 관대한데 나에게 야박한 사람이 있고, 반대로 남에게 야박한데 자신에게만 관대한 사람이 있다. 둘 다 옳지 않다. 관계에 있어 내가 너무 힘들고 지친다면 나를 혹사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반대로 어디 가나 꼭 적이 있고 이 세상은 전쟁터란 생각이 든다면 내가 타인을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인간관계에도 황금률이 있다. 

한 번쯤은 나를 객관화하기 위해 내 마음의 크기와 단단함의 정도를 사색해보자. 그동안 만나왔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볼 때 내 수용의 폭이 어느 정도였는지 체크해보면 내 마음의 크기가 나온다. 타인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난 관대한 거 같지만 날 잘 아는 누군가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충격받을 각오를 단디하고 친한 동료, 가족, 친구에게 물어보자. 내가 한 실수, 부족한 처신, 놓친 배려 등이 줄줄이 나올 수 있다. 머리로는 수없이 양보하고 배려하고 존중했지만 행동으로 드러난 건 그중의 일부였음에 충격받을 수도 있다. 내 마음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한 번 재보자. 

 
내 마음이 단단한지 무른지에 따라 상처를 받는 강도와 회복하는 능력이 달라진다. 상처를 잘 받는다면 내 마음은 말랑말랑한 거다. 내 뜻과 다르게 간이 콩알만 해지고 쫄깃해지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마음이 무른 사람이 굳이 직선적인 사람 옆에서 자극을 감내할 필요가 없다. 꾸깃해진 마음을 다정하게 다림질해주는 동료를 곁에 두고 지내는 게 무른 심장을 위해서도 좋다.  
 
이렇게 내 마음의 크기와 단단함의 정도를 사색해본 자라야 타인에 대해서도 그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저 사람의 마음이 좁다고, 너무 무르다고 탓할 게 아니라 불쌍히 여기고 너른 마음으로 수용하게 된다. 내가 이해받고 싶은 만큼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만큼 타인을 대접하게 된다. 이것이 인간관계의 황금률이다. 


 

온 세상이 매일 당신에게 다정하길.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 게 어려운 시대라 하지만 그게 없이는 도무지 방도가 없다. 서로 어루만져주어야만 살아낼 수 있다. 예전에 어느 이사님께서 내 실수를 덮어주시며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나도 다음엔 차장님 도움을 받을 날이 있을 거예요.” 윗사람이 표할 수 있는 세련된 위로다. 그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새겨져 나 또한 겸손한 마음으로 타인의 실수를 덮어주게 되었다. 지금은 내가 돕지만 나중엔 저 사람의 도움을 받을 날이 오겠지. 난 점점 약해지고 도움을 받을 일이 많아지겠지. 그래서 씨앗 뿌리는 마음으로 격려와 응원과 위로를 나눈다. 어디서 어떤 열매가 맺혀 나에게 돌아올지 몰라도 열매의 총합이 많아지면 누리는 사람도 많아질 거라 생각하며. 

우리, 회사에서 용기를 내보자. 다정하게 먼저 손 내민 사람이 있어 누군가는 자기 연민 안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다정한 안부 인사가 누군가에겐 활력이 될 수 있다.

어느 카페의 커피잔을 통해 만난 다정한 메시지



다정함은 진통제이자 치료제, 비타민이자 영양제 (feat. 다정함의 과학) 

다정함이란 단어에 끌려 빌려 온 책 한 권. 정신의학 교수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 인간에게는 다정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책에서 주요 내용을 소개해본다. 

 
1. 외로움은 위험하다. 
회사가 일만 하는 곳이 된다면 외로움은 필연적으로 찾아오게 된다.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의 정신의학 교수 캘리 하딩에 따르면 오래 지속되는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거나 과음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비만은 조기 사망 위험을 30% 증가시키는 반면 외로움은 50% 증가시킨다. 심장 질병과 뇌졸중 발병률 또한 30% 증가한다.    
 
2. 스트레스는 실제로 몸을 아프게 한다. 
회사생활에서 스트레스 또한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내분비과 전문의인 한스 셀리에 박사는 “스트레스가 없는 유일한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한스 셀리에 박사에 따르면 스트레스의 근원을 파헤치는 건 무의미하다. 사자가 쫓아오고 있든지, 전쟁이 일어나고 있든지, 집에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든지, 어깨너머로 적대적인 상사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든지 간에 신체는 이를 생사가 걸린, 투쟁-도피의 상황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폭포처럼 쏟아지는 호르몬과 반응한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하고 생물학적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장기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스트레스가 너무 많으면 신체에 심한 마모가 일어나며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스트레스 반응에 의해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이 염증을 촉진하며 사람들을 침대로 기어들어 가고 싶게 하고, 기분이 우울해지며, 의욕이 떨어지는 등 ‘아플 때 나오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  
 
3. 스트레스에 대처할 방법이 있다. 
그런데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는 사람이 분명 있다. ‘다정함의 과학’에 나온 사례들을 보자. 
뉴욕시의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노미는 자기 일을 사랑했다. “저는 항상 사무실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 밖에 있는 것을 좋아해요. 눈이 온 다음 날 아침, 어느 누구보다 제일 먼저 길 위로 나오는 것만큼 좋은 게 없어요.” 그는 수년 동안 도시를 가장 보기 좋은 모습으로 유지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꼈다. 
기예르모는 병원 관리인으로 일하며 병원 바닥과 병실을 반짝이게 할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의 하루도 밝게 만든다. 그가 출근하지 않으면 병원은 눈에 띄게 어두워진다. 
줄리는 동네 슈퍼마켓 점원으로 일한다. 동료나 고객들과 대화하고 머릿속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잔돈을 계산하는 것을 좋아하며 퇴근할 때 잘 해낸 일에 대한 만족감을 느낀다.  
드류는 항상 동물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눈다. 은행원이었던 그는 불경기 때 해고당한 후 이웃들의 개를 산책시키는 일을 시작했다. 그는 은행에서 일하던 때보다 반려동물을 돌보는 일을 더 즐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의학 교수 캘리 하딩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직장에서의 존엄성은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세상을 구하면서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완벽한 직업은 무엇일까 고민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놓치는 것은 일하면서 느끼는 단순한 즐거움이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좋은 상사가 없거나 임금이 낮고 신체적, 정서적으로 부담되는 일을 하는 등 여러 제약을 갖고 있다면 통제권과 존엄성을 느끼고 회복력을 키울 방법으로 ‘몰입’과 ‘휴식’을 제시했다.  
업무에 정신적으로 몰두하는 즐거운 상태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행복감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며, 몰입의 순간을 찾으면 어떤 업무를 하든 즐거움과 긍정적 경험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몰입의 순간을 찾는 것뿐 아니라 일어난 일을 털어버리고 회사에서 짧은 휴식(짧은 산책)을 취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본인 업무에 50% 더 몰입하고 두 배 더 건강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4. 회사생활에서 '사람'이 중요하다. 
자, 주목해보자. 회사를 즐거운 곳 혹은 스트레스받는 곳으로 결정짓는 요소는 동료들과의 관계다. 직장에서 공동체를 만들면 한 사람으로서 지지받는다는 느낌을 키우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월요일 아침에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물어보거나 서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주중에 시간을 따로 내거나 일과 관련되지 않은 활동을 함께하는 동료들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서로 존중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곁에 좋은 의사를 두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자료들을 보면 좋은 상사를 두는 것도 질병에 걸리지 않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년간의 갤럽 여론조사에서 나온 수많은 답변을 살펴본 한 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상사’보다 ‘파트너’ 느낌을 주는 관리자를 둔 직원들이 훨씬 더 행복했다. 파트너 같은 상사를 둔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가계소득이 두 배로 늘어난 것과 맞먹는다. 사람들이 관리자로부터 사회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느끼고, 업무 중 작업 통제권을 가지며 일에 대한 노력을 보상받는다고 느끼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을 때 그들의 정신과 신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5. 사랑받은 토끼는 같은 질병에 걸려도 아프지 않다. 
1978년 로버터 네렘 박사 연구팀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장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위해 ‘표준 토끼 모델’이라는 실험을 설계했다. 몇 달간 토끼들에게 동일한 고지방 사료를 먹이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몇 달 후, 모든 토끼들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졌고 이제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일으킬 확률이 올라갔다. 그런데 토끼들의 미세혈관을 관찰하자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유독 한 무리의 토끼들만 다른 토끼들에 비해 혈관에 쌓인 지방 성분이 60% 적었던 것이다. 연구원들은 이 이상 현상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지방이 덜 쌓은 토끼들은 무리나 레베스끄라는 연구원이 돌본 토끼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들은 레베스끄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토끼들을 다룬다는 점을 발견했다. 레베스끄는 토끼들에게 먹이를 줄 때 말도 걸고 종종 껴안고 쓰다듬으며 토끼들을 귀여워했다. 실험체에게 먹이만 준 것이 아니라 사랑도 함께 주었던 것이다. 네렘 박사 연구팀은 실험 결과를 더 엄격히 통제해 레베스끄가 돌보는 토끼들의 동맥과 표준 방식으로 돌본 토끼들의 동맥을 비교했다. 연구팀은 여전히 동일한 결과치를 얻었고, 그 내용을 <사이언스 science>에 등재했다. 병에 걸리는 토끼와 건강을 유지하는 토끼를 나누는 것은 식단이나 유전자가 아니라 바로 ‘애정’이었다. 
 
6. 예외는 없다. 누구나 애정 어린 관심, 손길과 포옹과 같은 스킨십이 필요하다. 
애정을 갖고 키운 건 다르다는 연구 결과는 토끼 말고도 많다. 누군가의 손길은 살아가는 동안 모든 생명체에게 중요하다. 스킨십에서 오는 ‘연결된 느낌’은 감정적인 애착 그 이상이다. 거기에는 생리학적 요인이 숨어있다. 손을 잡으면 혈압과 심박동수, 코르티솔 수치가 내려간다. 서로 손을 맞잡으면 용기가 생긴다. 사랑하는 사람이 괴로워할 때 손을 잡으면 두 사람의 호흡과 심장박동이 같아진다. 놀라운 점은 그들의 뇌파도 같아지는데, 이를 '동조 entrainment' 현상이라고 한다. 인간은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는 방식으로 정서적 및 생물학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접촉이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누군가의 손길은 인생의 어느 시기든 항상 건강에 중요하다. 마사지가 조산아, 자폐성 아동, 유방암에 걸린 여성, 자가면역 장애를 가진 사람, 치매에 걸린 고령자에게 주는 잠재적 이점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늘고 있다. 포옹은 신체적 친밀감 외 건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일 포옹을 받은 사람들은 병에 걸릴 확률이 32퍼센트나 낮았다. 포옹을 더 자주 할수록 병을 더 빨리 회복했다.  
 
신체적 접촉만이 친밀한 유대관계를 쌓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끈끈한 1:1 유대관계는 우리가 세상을 탐험하고 갈등이 발생할 때 평화롭게 해결하게 해 줄 탄탄한 밑바탕이 된다.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 

필자는 일을 참 좋아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인격과 성품이 좋아서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불안한 마음들이 생기더니 어느 날 갑자기 극도의 공포감이 찾아오며 일순간 평정심이 무너져 내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인생은 수수께끼 같으니 내게 그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여기고 있다. 일을 쉬며 육아에 집중했는데, 필자의 아이는 스킨십을 좋아하는 아이다. 하루 종일 안고 뽀뽀하고 간지럽히고 팔베개 무릎베개를 하며 붙어 지냈다. 그래서 '다정함의 과학'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을 신뢰한다. 아이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면서 내 몸과 마음이 4월의 새순처럼 파릇해졌다.   
 
회사에서 감정을 표현하면 아마추어라고 믿는가? 회사와 다정함이란 두 단어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는가? 한국에서 20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독일인 안톤 숄츠 기자가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이라는 책을 냈다. 한국인의 불행에 대한 보고서인데, 한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정이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우리'보다 '나'를 더 생각하고, 돈에 너무 집착하는데, 결국 '같이 해보자.',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보자.'라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감이 간다. 요즘 엑스퍼트 포럼에서 배우는 내용도 그렇고,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하는 메시지도 그렇고 결국 답은 사랑, 관심, 공동체 의식이다.   
 
그래서 권한다. 유플리트 안에서 서로 마음껏 다정하기를. 부끄러워 말자. 동료가 살아야 나도 살고 내가 살아야 동료도 산다. "나는 손, 당신은 다리. 다리가 피곤하면 손으로 주무르며 피로를 풀지요. 나는 손, 파견 나간 당신은 눈. 내 손이 당신을 눈동자 지키듯 지켜줄 거예요." 모두 내 몸이라 여기며 사랑하자. 간지러운가?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다정함이 어색한 당신을 위해 몇 가지 예시를 남기겠다. 잘 활용하기를. 
 

1. 출근길에 만나면 '어제 봐도 좋더니 오늘 보니 더 좋네.'라며 인사하기. 

2. 밀려드는 업무로 넋이 나간 동료에게 커피 한 잔 하자며 숨통 틔워주기. 
3. 팔짱 끼기, 등 두드리기, 머리 쓰다듬기, 간지럽히기 등 합당한 관계의 합당한 스킨십 
4. '나쁜 리더는 없다, 서툰 리더가 있을 뿐'이라는 책 제목을 떠올리며 당신의 리더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용서하기. 
5.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베스트셀러를 기억하며 내 팀원을 우쭈쭈 우쭈쭈 기세워주기. 
6. 오늘 하루도 수고한 나에게 맛있는 디저트를 선물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와 함께 넵병이 창궐하였다 하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