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편하게 만드는 세 가지

by 유플리트

어릴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어린아이들은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믿는 선물을 기다리는 날이고, 어른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쁨을 선물하기 위해 기다리는 날이다.


파인다이닝.jpg 특별한 날의 사치, 파인다이닝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 기분을 제대로 내기 위해 동네에서 나름 유명한 파인다이닝에 갔다. 코스 요리의 시작은 뭘까, 기다리고 있는데 맞은편 자리에서 (그들만의) 작은 소동이 일어나 계속 지켜보게 됐다. 어느 남자가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종이백과 꽃다발을 들고 레스토랑에 들어섰고, 우리 맞은편 자리의 여자에게 다가와 건네주며 (그들만의) 소동이 시작되었다. 기다리던 여자는 선물과 꽃다발을 보고 눈이 똥그래졌고, 희고 가는 두 손으로 절로 벌어지는 입을 냉큼 가렸다. 보아하니 진짜로 놀란 눈치다. 제삼자인 내 눈에도 그 반응에 흐뭇함이 올라왔는데 남자의 마음은 오죽했으랴. 남자의 등 뒤가 빨갛게 물드는 것 같았다.

남자는 꽃다발을 건네고, 종이백에서 선물을 꺼내고, 포장된 작은 상자를 열어 그녀를 닮아 여리여리한 향수병을 꺼낸다. 향수 뚜껑을 열고 그녀의 손을 이끌어내어 한 번 칙 뿌려준다. 남자의 행동에 점점 자신감이 붙어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여자의 리액션은 마치 그가 밤하늘에 별이라도 따는 듯 초롱초롱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여자는 두 손목을 가볍게 마찰시킨 후 향기를 음미하고 남자에게도 손목의 향을 맡게 했다. 갓 연애를 시작한 듯한 이 커플이 주변인들 갈비 언저리까지 간질간질하게 만들었다. 여자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가 여자들 사이에서는 내숭이라 구박받을 법 하지만 난 진심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의 시작 또한 조심스럽고 상냥하고 친절했으니까.

누군가를 보살피는 역할이 많은 시기다 보니 선물 받은 여자보다 선물한 남자에게 감정이입되더라. 꽃다발 매장을 알아보고 그녀에게 어울릴 향수를 검색했을 남자. 어쩌면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니트카디건도 오늘을 위해 큰맘 먹고 질렀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그녀의 반응이 궁금했겠지. 얼마나 설렜을까. 나 역시 남편과 아이를 위해 파인다이닝을 쏘기로 작정하고 얼마나 뿌듯했던지 호기롭게 결제하고 나와서는 식사가 만족스러웠는지 몇 번이고 물어봤다. 두 남자의 만족스러운 반응으로 내 크리스마스는 정점을 찍었다.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하고 만족스러운 날이었다.


지난 3월, 유플리트 이름을 달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 채근담의 한 구절로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2022년의 마지막 유플위클리 역시 채근담으로 마무리하고 싶더라. 여기저기 2023년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넘쳐나는데. 그럼에도 방법은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적절한 내용을 찾아봤다. 발견했다! ‘세상을 편하게 만드는 세 가지’다.


자신의 마음을 어둡게 하지 않고,
남을 야박하게 대하지 않으며,
재물을 낭비하지 않는 것

이 세 가지는 천하를 위해 (내) 마음을 세우는 길이고, 살아가는 백성을 위해 목숨을 세워주는 것이며, 자손을 위해 복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오늘 적용해보아도 이 세 가지는 모든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길이다.

온갖 사람들을 만나며 치열하게 일하는 우리들에겐 마음을 어둡지 않게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좁은 땅덩어리에 많은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한국, 그중에서도 인구밀도가 높디높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우리들에겐 남을 야박하게 대하지 않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또라이 총량의 법칙에 의하면 나와 맞지 않는 또라이를 여기저기서 만날 확률이 너무나도 높고 그들로부터 나를 보호하기에도 바쁘다. 그럼에도 야박하게 굴지 않아야 나와 세상이 편하다고 하니 새겨야겠다. 재물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건 결국 적재적소에 잘 쓴다는 말이 될 테니 크리스마스의 남자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써서 세상을 한 뼘 더 아름답게 만들어보자.

얼마 전 비행기를 탔었는데 안전한 비행을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수칙을 안내받았다. 그중 하나가 산소공급기 착용 방법인데, 특히 부모의 경우 자신이 먼저 산소공급기를 착용하고 이후에 자녀의 착용을 도우라 했다. 뭐든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저 주고 싶은 법이지만 위급상황에서는 내 안전이 먼저 확보되어야 사랑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유플리더 모두,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온전하게 세워지길 응원한다. 마음에 어둠이 스미지 않도록 단디 단속하고, 자신이 온전하기에 남에게 야박할 필요가 없기를 또한 바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낭비하지 않고 착실히 쌓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넉넉히 베풀 수 있도록 재물이 술술 들어오길. 이렇게 유플리더의 2023년이 편하고 무탈하게 채워지길 응원한다.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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