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뒤통수보다 눈, 코, 입이 있는 얼굴을 볼 때 더 기분이 좋고 설렐까?” 아이는 무심결에 엄마를 바라봤을 뿐인데, 엄마는 또 행복감에 젖어 아이에게 질문 같은 고백을 내뱉는다. 아이는 익숙한 꽃노래를 들은 듯 그러려니 하고, 엄마 혼자 꽃밭에서 뒹구는 듯 요란하다. 꽃밭에서 뒹구는 엄마는 필자고, 확신컨대 여러분의 부모님께서도 여러분의 눈 맞춤 한 번에 마음속 폭죽을 터뜨리실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마음이 어떤 건지 잘 알 것이다. 독신주의자로서의 신념을 접고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무사히(?) 마친 필자는 평균적인 인간의 생애주기 상 애정과 열정이 아이에게 몰빵 된 상황이다. 몇 시간 떨어져 있다 만나면 반가운 게 당연하고, 심지어 같은 공간에 있어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아이의 양 볼을 꽉 잡아 고정시킨 후 요구한다. “우리 10초만 마주 보자!”
서너 살 때부터 요구한 거라 지금은 익숙하게 응한다. 맑고 맑은, 깊디깊은 눈을 들여다보자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애정이 샘솟는다. 눈을 봐야 진짜로 본 것 같고, 눈을 봐야 상대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10초도 아쉽지만, 아이는 10초를 견뎌낸다. 그래야 끝나니까. 어쨌든 오늘도 확인한다. 내 애정도 이상 무! 아이의 애정도 이상 무!
문득 2년 정도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생각났는데 그는 좀처럼 눈을 보며 대화하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얘기할 때 딴청을 피우며 귀를 파기도 했다. 상대 얘기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전형적인 바디랭귀지였다. ‘참나, 자기가 먼저 사귀자고 해놓고선 저렇게 지 얘기만 하고 남 얘기엔 귀를 닫다니!’ 이렇게 예의 없는 사람은 겪어본 적도 없고 겪고 싶지도 않아 몇 번이고 찼다. 그런 게 아니라며 번번이 매달리더라.
어쩌다 보니 그 남자친구는 남편이라는 이름으로 호칭을 갈아 끼우고 여전히 3초 이상 눈을 맞추지 않으며 제 할 말만 하고 산다. 사랑인지 아닌지 때론 헷갈리게 하지만 묘하게 안정감을 주며, 본인의 사랑은 엄청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눈을 10초 이상 보지 않는 이상 확인할 길이 없다. 남편에게도 요구한다. “그럼 내 눈을 똑바로 봐봐!”
본인의 사랑을 증명하겠다며 두 눈에 힘을 빡주고 나를 노려보지만 3초만 지나면 고개가 꺾인다. 되려 억울해하는 걸 보니 애초에 아이컨택이 안 되는 사람이 있나 보다. 자신의 감정을 증명하거나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을 남들보다 조금 더 해야 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또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눈은 많은 정보를 주고받는 도구란 걸 새삼 느낀다.
코로나가 눈으로 전염되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입이 아니라 눈을 가려야 했다면 어땠을까? 속마음이나 진짜 뜻을 헤아리기 위해 두 세배의 노력이 필요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카톡이나 문자, 잔디나 이메일 등의 활자로는 상냥했는데 대면했을 때 딱딱해서 놀랐던 적도 있고, 반대로 활자로는 메말랐는데 대면했을 때는 사려 깊게 존중받는 느낌을 받아 놀랐던 적도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보여지는 성격이나 성품이 반드시 일치하지만은 않았고,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운지 무 자르듯 통계치를 낼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표정과 바디랭귀지에서 드러나는 쪽이 그 사람의 실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중요하거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얼굴 보고 얘기하자.’ 말하는 이유는 진심인지 아닌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겠다는 뜻 아닐까?
눈은 많은 정보를 준다. 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대화할 땐 상대의 눈을 바라봐야 한다. 아이컨택은 집중과 존중, 애정과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도구다. 준비물은 두 눈뿐이다. 빼먹고 오거나 잃어버릴 일 없는 도구니 잘 활용해 보자. 말주변이 없어도 고양이 눈빛으로 오해와 억울함을 풀 수 있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우아하게 분노와 바로잡을 기회를 전할 수 있다.
2023년의 첫 월요일이다. 동료의 눈을 3초 이상 바라보며 고마운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보자. 말을 곁들이지 않아도 그 따스한 눈빛 선물 하나가 동료의 하루를 힘 나게 할 것이다. (정초부터 남의 기분을 망칠 심산으로 째려볼 거라면 어여 그 눈빛을 거두시라.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집에 돌아가서는 부모님과 배우자, 아이에게 10초 아이컨택을 시도해 보시라. 새삼스럽더라도 사랑받는 느낌은 천연면역제이자 비타민이다. 보약 한 채 지으려 해도 몇 십만 원 훌쩍 넘는데 눈빛 하나로 누군가를 살 맛 나게 할 수 있다면 아낌없이 퍼주자. 닳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퍼주면 퍼줄수록 그 방법이 세련되어지고 풍성해지는 게 사랑 아니던가. 연말에도 고백했듯이 유플리더에 대한 필자의 사랑은 어마어마하다. 연초에도 변함없는 사랑을 전하며, 첫 해의 첫 주의 첫날을 해피해피하게 보내길 응원한다.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