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드라마 ‘미생’이다. 다음 장면이 기억나는가?
‘우리 애’란 말에 감동을 받는 주인공의 모습이다. 자신을 밀어내는 것만 같았던 상사의 입에서 ‘우리 애’란 말이 나왔다. 나도 팀원이었구나, 그동안의 서러움을 씻어내는 감격의 눈물이었으리라.
윈디님이 ‘one team’을 말씀하셨을 때 필자는 이 장면이 떠올랐다. 팀으로 일한다는 것의 로망과 애환, 의지와 위기를 모두 보여주는 드라마가 미생 아니던가. 그토록 완벽해 보이던 상사가 말했다. 우리는 아직 다, 미생이라고. 대사가 너무 좋았기에 여기에 옮겨본다.
어떻게든 버텨봐라.
여긴 버티는 게 이기는 거야.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거니까.
바둑에는 이런 말이 있어. 미생, 완생.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우린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아는 상사와 일한다는 건 축복이다. 팀의 목표를 위해 죽을힘을 다하고 그럼에도 절망적인 결과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오상식’ 같은 상사가 있다면 함께 힘낼 수 있을 것 같다.
미생 얘기를 조금 더 하고 가겠다. 등장인물을 설명하는 한 줄을 보면 이 팀이 왜 그토록 끈끈했는지 알 수 있기에 남겨본다.
오상식 : “장고 끝에 악수 둔댔다. 감 왔으면 가는 거야!” - 승부사적 기질의 워커홀릭
김동식 : “전 오과장님만 보고 갑니다.” - 의리와 뚝심의 2년 차 대리
장그래 : 죽을 만큼 열심히 하면, 나도 가능한 겁니까…?” - ‘갑’의 세계에 들어간 이방인 ‘을’
‘그냥 버는 거지, 뭐.’ 하는 상사에겐 적당한 타협과 무기력이 학습되지만 일을 사랑하는 워커홀릭 상사와 함께라면 그저 함께 있기만 해도 열정에 물들게 된다. 리더를 믿고 가는 팀원이 있어야 리더가 달릴 수 있다. 배우겠다며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후배가 있어야 선배들의 하루하루가 의미로 채워진다. 가르칠 게 있는 사람이 성장하는 법이다. 후배들에게 전할 지식과 지혜를 언어로 표현해야 하니 선배들은 자신의 일에 의미를 찾아내며 통찰력을 기르게 된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정법이 팀 안에서 오롯이 적용된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청팀, 백팀으로 나눠 경쟁함으로써 체육시간이나 오락시간을 즐겼다. 이겼다는 짜릿함과 졌다는 상실감을 자연스레 접하며, 이기려고 애쓰는 과정의 소중함을 학습한다. 어른이 되면 내 팀, 상대팀으로 갈라 경쟁하기보다는 자신과의 싸움, 우리 팀만의 목표 등 성숙한 형태로 노력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때, 팀으로 일하는 게 뭔지 아는 팀원을 만나는 게 행운이다. 혼자 하는 것보다 팀으로 일할 때 얻는 게 더 많을 때 팀이 성장하고 그 팀은 오래갈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합이 맞아 “우린 찰떡궁합이야” 한다면 좋겠지만, 저마다 다른 개성의 사람들이 모일 땐 삐걱거리기 마련이다. 이것부터 알고 가야 한다. 처음부터 모두 다 좋을 순 없지.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속한 팀이 있다. 주변인물이 주인공의 협력자가 될 때, 주인공이 속한 팀이 승리할 때 시청자는 짜릿함을 느낀다. 우여곡절 끝에 성장하는 팀의 이야기는 비록 클리셰라 할지라도 매번 감동을 준다. 우리가 하는 일이라는 게 나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영업, 전략, 기획, 디자인, 개발 모두의 합이 맞아야 프로젝트 기간 동안 행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에이전시에서 팀은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프로젝트별로 꾸려지기에 만났다 헤어지는 게 익숙하고, 앞으로 두세 번 더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유플리트는 올해의 목표로 ‘애자일 UX팀 만들기’를 선언했다. 시행착오 끝의 결론이 바로 ‘팀’이다. 팀이어야 우리가 일하는 동안 행복할 수 있겠고, 팀이어야 오래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으리라.
문득 대학생활의 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동기 8명과 뜻이 맞아 잘 놀다가 제법 한 술 하는 모임이라는 뜻의 ‘한술회’라는 이름을 짓게 됐고, 이름이 생기니 더 잘 모이게 됐다. 이름답게 늘 술 앞에 모였다. 모이기 위해 명분을 찾게 됐고 그러다 보니 생일, 연애 등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요란하게 파티를 열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졌겠는가. 그때 그 생일잔치, 그때 그 연애, 그때 그 여행 등 20년이 지나도 추억할 거리가 산더미같이 쌓였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선배들이 사조직을 만들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사조직이 끈끈해질수록 다른 학생들과의 연결이 느슨해지고, 소외되는 학생들이 생긴다는 이유에서였다.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몰래 만나게 됐고, 아이러니하게도 더 끈끈해졌다.
팀이란 게 이렇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나에게로 와 의미가 되고, 공동의 적이 있을 때 더 끈끈해지며, 팀이 지속된 시간만큼 추억할 이야기들이 쌓이게 된다. 팀이 오래되면 잠시잠깐의 오해와 다툼이 심지어 팀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슬기롭게 봉합하기만 하면.
유플리더들에게 팀으로 함께 하잔 말이 어떻게 들렸을지 모르겠다. 필자는 너무 좋았다. 사회성이 떨어지고 개인적인 성격임에도 좋았다. 공동 운명체가 생긴다는 것은 내가 의지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고, 나도 한몫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부여되는 거고, 억지로라도 힘을 내서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는 뜻일 테다. 혼자라면 못했을 것을 해볼 수 있고, 관계 속에서 나의 부족함을 채우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좌절하고 함께 기뻐하는 팀이 있다는 건, 내 인생이 혼자일 때보다 다채롭게 채워질 것이란 뜻이다.
앞으로 유플리더들에게 어떤 이야기가 쌓일지 기대된다. 어차피 팀이 꾸려진다면 내 팀이 전설의 팀이 되어보겠다며 욕망이 피어오르지 않는가? 팀으로 시작하는 올 한 해, 기분 좋은 설렘이 있기를 응원한다. 좋은 팀원을 만나 좋은 경험을 하는 한 해가 되길 응원한다. 미생의 오상식 같은 리더와 김동식, 장그래 같은 팀원이 나오길 바란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몽글몽글 만들어지는 유플리트의 2023년을 응원하며 마무리한다.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