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사이

by 유플리트

광고계의 유명인이자 작가인 박웅현님이 이런 말을 했다.


‘회의실에서는 화학 작용이 일어나야 합니다. “이 사람이 가져온 아이디어는 다섯 개다. 저 사람이 가져온 아이디어는 일곱 개다. 그런데 그중에 네 번째 아이디어가 제일 좋다. 그걸로 하자” 이것은 물리 작용입니다. “이 사람이 어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 사람이 오늘 이런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그걸 합쳐 보니 뭔가 새로운 게 나왔다.” 이것은 화학 작용입니다. 물리 작용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하지만 화학 작용은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수십 년 간 회의실에서 전설적인 캠페인을 꽃피운 크리에이티브 고수가 한 말이니 더 와닿는다. 무언가를 이뤄낸 사람들은 안다. 태초의 아이디어는 불완전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우리 회의나 할까?]라는 책을 펴낸 광고인 김민철님도 책 서두에 이런 말을 남겼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여기에 도대체 가능성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 싶은 의구심만 활활 타오른다. 그렇다고 일찌감치 포기해 버리면, 짐작하다시피 아무것도 안 된다. 불완전하다는 태생의 한계를 인정하고 불완전함 속에 숨어 있는 일말의 가능성을 찾으려 눈에 불을 켜야 된다.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문득 가능성이 엿보이는 자그마한 씨앗이 보인다. 회의실 안의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그 씨앗을 흙에 고이 심고 물을 주고 햇볕을 쪼여 주고 진심으로 대하며 성심성의껏 돌보기 시작하면 마침내 조그마한 새싹 하나가 자라나는 것이다.’


불완전한 아이디어 몇 가닥이 팀원들 간의 화학반응을 거쳐 하나의 결과물로 탄생한 과정을 지켜본 사람은 회의의 힘을 믿는다. 이 결과물의 시작이 누구였는지,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사람이 누군지 도통 가려낼 수 없는 화학반응의 결정체는 “이게 된다고?”라는 놀라움과 환희를 안겨준다. 회의론자, 염세주의자, 완벽주의자도 불완전함이 완전체로 거듭나는 회의를 몇 번 거쳐보면 팀원과 머리를 맞대는 행위의 유용함을 깨우치게 된다. 마음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게 되겠어?” 가 “뭐든 되겠지!”로 바뀌며, 내 비록 지금은 아무 아이디어가 없으나 맑은 머리로 회의실에 들어가 뭐라도 건져내리란 고수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스프린트 1일차.png <유플리더가 머리를 맞대는 현장>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회의가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첫 반응은 효율성이 떨어진다,였다. 어서 코로나가 끝나 다시 사무실에 모여 얼굴을 보고 회의를 하는 게 ‘정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재택근무와 온라인 회의가 경영 손실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게 여기저기 통계 결과로 드러났다. 오히려 발 빠르게 전환한 기업들의 성공사례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온라인 리더십]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퍼지는 가운데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이유로 생각만 하고 시행하지 않았던 재택근무와 온라인 회의가 확산되고 전형적인 직장의 모습에 변화가 일어났다. 구글, 골드만 삭스, HSBC, 스탠다드차타드, P&G, 트위터 등 세계적인 기업은 모두 원격근무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페이스북은 전체의 절반 정도 인력을 2030년까지 원격근무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위기에서 기회를 발견한 기업을 통해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던져주기도 했다. 대한항공 사례를 보자. 코로나로 여객이 90% 이상 감소하여 1분기 56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유휴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역발상과 화물기 가동률을 높여 늘어난 화물 수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항공사 중 유일하게 2분기 흑자를 냈다. (매일경제, 대한항공 1500억 깜짝 흑자. 역발상 빛났다. 2020.08.06)


코로나19 때문에.. 란 말로 일상을 제한했던 필자에게는 이러한 내용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안전을 지향하며 완벽해야만 움직이는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걸 서두부터 주장했으니 이를 뒷받침하는 문장들을 보태보겠다.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아이데오IDEO가 혁신하는 방법은 “빨리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이다.

변화는 완벽이 아니라 타이밍이 중요하다.

리더들은 이러한 급격한 환경변화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기 위해서 새로운 업무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원격근무와 온라인 회의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남들보다 먼저 시도하고 경험하고 지혜를 얻으면 된다.


역시 애자일한 시대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완벽하게 할 게 아니라 빠릿빠릿하게, 남들이 위기를 볼 때 기회를 보며 나아가야 성공한다고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입을 모아 주장한다.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온라인 시대는 이미 도래했으니 어서 기술을 익혀 온라인 환경을 구축하고 이제 ‘진짜 일’을 하자는 거다. 진짜 일이라는 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서 머리를 맞대 크리에이티브한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거다. 이게 되겠어? 란 말은 앞으로 쭉쭉 나가려는 사람의 앞에 굳이 놓아보는 걸림돌이다. 되게 해 보자며, 디딤돌을 놓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플리트에서는 오늘도 일일 스크럼, 팀 스크럼, UX 스프린트 등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사람들과 머리를 맞댈 것이다. 나의 이 불완전함이 타인의 불완전함과 만나 결국 완전체로 빚어질 거라는 믿음과 내 눈과 귀와 입과 마음을 열어 팀원들과 하나가 되겠다는 결단이 있다면 2023년 유플리트의 OKR인 ‘애자일 UX팀 만들기’는 어느새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꽃봉오리가 열리듯 유플리더들의 마음 또한 한껏 열리길 응원한다.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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