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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플리트 May 19. 2023

누구에게나 서사가 있다.

아마존에 최근 입사한 직원들에게 회사에 다니며 가장 크게 놀랐던 경험을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 이렇게 답할 것이다.

“회의가 시작되면 첫 20분 동안 으스스한 침묵이 흐르지요.”

회의 참석자들이 인사 겸 잡담을 짧게 나누고 테이블에 앉으면, 그다음부터는 완벽할 정도로 고요한 침묵이 회의실을 감싼다. 

-지구상 가장 스마트한 기업 아마존의 유일한 성공 원칙, 순서 파괴 중-



20분의 침묵, 너를 알아가는 시간

회의에서 침묵이라니, 왜일까요? 회의 참석자들은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6페이지짜리 문서를 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문서를 꼼꼼히 읽고 난 후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됩니다.

아마존인들은 어느 날 다음과 같은 선언을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발표용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다. 파워포인트가 아니다. 워드에 익숙해져라.”


분석이 인과관계적이고, 변수가 많으며, 상호 비교적이고, 근거를 파고들면서, 상세할수록 글머리기호로 된 목록은 더욱더 해롭다는 통찰력에서 시작된 혁명입니다. 쉽게 말해 분절된 슬라이드 화면이나 요약된 글머리 기호로는 복잡한 이슈를 담아내기 어려울뿐더러 유의미한 실행이나 해결을 도출해 내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발표자가 해설, 혹은 해석해 줘야 의도를 파악할 수 있고, 그래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죠. 

아마존은 회의 시작 후 20분 동안 내러티브가 담긴 6페이지의 문서를 각자 읽으며 메모하거나 주석을 답니다. 눈은 입보다 빠르기에 금세 정보를 습득할 수 있죠. 모든 사람이 문서를 읽고 나면 발표자가 앞으로 나오는데 초보 발표자는 보통 “문서의 내용을 구두로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하는데 이건 시간낭비일 뿐입니다. 참석자들은 바로 본격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면서 토론이 시작됩니다. 

이러한 아마존의 회의, 혹은 소통에 대한 방법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순서 파괴] [아마존처럼 회의하라]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흥미로운 내용이고, 우리처럼 회의가 잦은 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어 적극 추천 드립니다. 



모른 척하기 없기

우리 유플리트에서도 내러티브 방식의 회의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매주 진행되는 경영협의회의에서 먼저 시작했는데요, 늘 ‘이번 주 할 일 뭐뭐뭐, 이슈 뭐뭐뭐’ 글머리 기호로 요약해서 표현했다면 이제는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어쩌고 저쩌고..’ 구어체로 서술하는 거죠. 네, 아마존의 내러티브 회의에서 착안한 방식이죠. 우리 잠깐, 내러티브에 대해 정리하고 갈까요? 


사전적인 정의는 ‘정해져 있는 시공간 안에서 인과 관계로 이어지는 허구 또는 실제 사건들의 연속’이고,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서사’라고 하죠. 스토리와는 조금 다른 의미인데, 일련의 사건이 가지는 서사성을 말해요. “그냥 친구사이였는데 벚꽃이 흩날리던 어느 날, 공강 시간에 캠퍼스 벤치에서 잠깐 자판기 커피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이 사람이 남자로 느껴지는 거야.”는 스토리의 시작이고, “그때 그 공기, 습도, 빛, 흩날리는 벚꽃.. 모든 것이 이 남자를 사랑하라고 아우성치는 장치 같았어.”라고 말하면 서사의 시작이죠. 뭐, 대충 이런 거예요. 말이나 언어에 플러스 알파가 더해지는 것. 


유플리트의 경영협의회의에서는 내러티브(서사)로 회의하는데, 오해하지 말 것은 구어체로 서술한다고 해서 회의가 감성적으로 변한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예를 저렇게 든 제 탓입니다.) 같은 서사를 공유하여 저마다의 통찰력을 모아 우리가 실행해야 할 것을 효율적으로 뽑아내자는 의도입니다. 회의의 효율만큼 필자가 주목한 것은 ‘라포’입니다. 소통하며 형성되는 친밀감이나 신뢰감을 라포라고 하는데, 이렇게 전후맥락을 같이 알고, 서로 조언하고 권면하다 보면 라포가 형성될 수밖에 없겠죠. 라포가 형성되면 내러티브 소통이 더 잘 될 수밖에 없고요. 말하지 않아도 아는 관계가 되면 얼마나 든든하겠어요. 유플리트가 원하는 나의 성장, 좋은 동료, 일의 즐거움이 바로 이러한 라포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내러티브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동안 글머리 기호로 표현하는 게 익숙해져서 굳이 내러티브로 작성해야 하는 게 성가실 수도 있고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글머리 기호로 표현되는 보고서는 깊이 있는 사고가 어렵습니다. 요약하여 나열하면 끝이거든요. 내러티브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전후맥락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무엇을 어젠다(agenda, 안건)로 뽑아야 할지 선택해야 하고, 무엇에 대한 결론을 얻어가야 할지 목표가 분명해야 하기에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처음엔 성가실 수 있겠으나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면 문제가 뭔지 해결책이 뭔지 통찰력도 자라게 됩니다.

 

내 볼 일만 보고 끝날 일도 아닙니다. 상대의 보고서를 읽고 그에 대한 해결도 같이 해줘야 하죠. 아마존에서 주장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회의자들은 특정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거나, 발표팀의 의도를 파악한 뒤 통찰력 있는 의견을 제시하며, 개선할 점이나 대안을 제안하기도 한다. 발표팀이 내러티브에 엄청난 공력을 쏟았기에, 참석자들은 그들의 내러티브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책임이 있다. 결국 이 회의의 핵심 목표는 제안된 아이디어나 주제를 두고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회의를 통해 조정되는 아이디어를 최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가치 있는 피드백과 통찰을 제시하는 일도 내러티브 회의의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회의를 통해 내 문제도 해결되어야 하고, 네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공동체죠. 모른 척하기 없기예요. 빨대만 꽂는다는 말, 우리 다 알고 그런 사람 싫어하잖아요?



잘 만들어가는 서사가 곧 성공이다. 

내러티브 회의에서 효과를 보려면 내 보고의 서사를 잘 완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는 피드백은 상대가 감성이라곤 1도 없는 로봇이어서가 아니라 피드백을 줄 서사가 없는 보고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내 일만 하자, 쏙 빠져나갈 수 없도록 이 프로젝트의 서사를 꼼꼼하게 만들어서 모든 구성원이 함께 일하는 팀이 됩시다. 이런 의미에서 내러티브 보고서와 내러티브 회의는 ‘애자일한 전문 UX팀’을 만들겠다는 유플리트의 전략에 훌륭한 연료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라포가 잘 형성된 팀을 보면 서사를 함께 해왔다는 걸 알 수가 있어요. 그때 그 프로젝트에서 같은 서사를 통과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유대감이 눈짓손짓발짓에서 느껴집니다. 상대가 밉상짓을 해도 찐친 바이브로 넘어가줄 수 있는 유대감, 부럽지 않나요? 프로젝트는 그렇~게 힘들었다고 하는데, 돌아온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유대감이 끈끈한 이유는 서사가 잘 만들어졌기 때문일 거예요. 설령 프로젝트가 고됐더라도 소중한 라포를 얻었다면, 그 또한 성공입니다.

유플리트는 ‘one team’, ‘COP(실천공동체)’ 등으로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팀으로 함께 하자고 권하고 있습니다. 우리 에 우리만의 내러티브가 더해지면 나의 성장, 좋은 동료, 일의 즐거움이 실현될 거라 믿습니다. 이번 한 주, 몇 차례의 회의가 있었나요? 문제가 잘 해결되었나요? 이 팀원들이 다 내 편이라는 심리적 안정감이 있었나요? 내러티브를 염두에 두고 효과적인 회의를 성취해 가는 유플리더가 되길 응원하며, 이번주 유플위클리를 마칩니다.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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