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플리트 Jun 09. 2023

상어는 수영을 멈추지 않는다.

암투병을 했던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암병동에는 두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본인의 암을 남 탓으로 돌리는 유형과 그저 복불복으로 받아들이는 유형. 5인실에 머물렀던 지인은 어느 아주머니의 ‘남편 때문에 암에 걸렸다’는 레퍼토리를 하루에 수십 번도 더 들어야 했다며, 그렇게 수십 번을 얘기해도 속이 풀리지 않으니 얼마나 가여운 인생이냐 말했습니다. 결국 남 탓으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데 말이죠. 어디 암뿐이겠습니까?


“자신을 반성하는 사람은 일에 부딪힐 때마다 모든 일을 약으로 만들지만, 남을 탓하는 사람은 생각을 움직일 때마다 모두 창이 된다. 하나는 모든 선으로 향하는 길을 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악의 근원을 파내니, 둘 사이의 거리는 하늘과 땅만큼이다.”

-채근담 147. 남을 탓하는 자, 자신을 반성하는 자-


남을 탓하기만 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으로 타인은 물론 자신마저 창으로 찌르는 셈이지요.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잠시 멈춰야 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멈춰서 생각해봐야 해요. 어지러운 마음은 휘저어봐야 더 뿌옇게 되는 법입니다. 가만히 두어야 불순물이 가라앉고 비로소 투명해져요. 

필자도 참 남 탓을 많이 합니다. 남 탓은 본능이기도 하고 습관이기도 해서 어떤 일이 틀어지면 탓할 대상부터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다행인 것은 본능이 다녀간 뒤에 교양이 수습을 합니다. 남 탓도 습관이라며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고 우아하게 말을 걸어옵니다. 조금만 더, 한 번만 더 생각하면 탓하려는 마음이 사라지고 해결할 방법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남 탓하는 습관 대신 잠시 멈춰 정리하는 습관이 자리 잡겠죠. 남은 고치기 힘들어도 내 마음은 고쳐먹을 수 있습니다. 할 수 없는 건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걸 해야 내 마음이 편해집니다.



일하다 보면 내 맘 같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럴 땐 분노의 불길을 내뿜지 말고 조금 기다려 봅시다. 이런 말도 있더군요.


“일을 성급하게 하여 분명하지 않은 것도 너그럽게 하면 간혹 저절로 밝혀지니, 조급함과 성급함으로 노여움을 재촉하지 마라. 사람 중에 시켜서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이 있어도 내버려 두면 간혹 저절로 교화되니, 너무 닦달해서 완고함을 더하지 마라.”

-채근담 153. 일을 푸는 법-


그냥 내버려 두면 명백하게 가려질 일을 서둘러 처리하려다 더욱더 엉키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도 그러합니다. 너무 닦달하며 살고 있지 않나요? 한국인들은 너무 몰아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이제, 즐거운 부지런함인지 닦달하는 부지런함인지 분별하기로 해요. 집에서는 게으르고 나태한 시간으로 충전해야 할 때도 있지만 직장에서는 그럴 수 있나요? 부지런하게 최선을 다하되 그 시간이 즐거울 수 있도록 열심히 밸런싱해야 합니다. 



상어는 수영을 멈추지 않는다고 합니다. 바닷속에 사는 생명체가 대부분 물속에서 끊임없이 헤엄치고 움직이는 것 같지만 우리처럼 쉴 때가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상어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활동해야 한대요. 5~7쌍의 아가미를 가지고 있는데, 계속 움직여야 숨을 쉴 수 있어서 모든 아가미를 항상 열어놓고 천천히 가더라도 계속 수영해야 합니다. 인간의 시각으로 보면 상어가 피곤할 것 같지만 상어는 계속 움직여도 피곤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럼요, 창조주가 창조물이 괴롭길 바랄리 없죠. 

로랑스 드빌레르 작가는 같은 바다를 두 번 헤엄치지 않는 열정적인 상어를 보며 ‘모든 삶은 흐른다’라는 책 94~96 페이지에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수동적으로 살아간다. 다시는 안 하겠다고 하면서 어느 순간 똑같은 일을 또 반복한다. 하지만 새롭게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관성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 수 있다. 철학 책을 읽으면 어떨까? 휴양지에 가보고 평소에 입지 않는 옷을 사는 것도 사소하지만 좋은 방법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먹고, 일상생활에서도 마치 여행을 온 것처럼 다녀보자. 퇴근 후 집으로 곧장 가기보다는 집 앞 작은 술집에서 맥주 한잔을 마셔보는 것도 좋다. 새로운 계획을 짜고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을 떠올려보자. 우리를 관성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행동, 감정, 방식이 무엇인지 나열해 보자. 우리는 늘 같은 행동을 하면서 앞으로 가지 못한다. 앞으로 나아가고, 바꾸고, 숨 쉬자.”


일에 몰입한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귀한 경험입니다. 그런데 몰입이 관성이 되면 지치기 때문에 반드시 이완도 필요해요. 계속 움직여도 피곤하지 않은 상어처럼 일과 직장생활이 즐거우려면 여러 길로 다녀야 합니다.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지친다면 몰입이라는 이유로 같은 자리만 맴돌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해요. 다른 길로 가라는 신호입니다. 그 자리에 털푸덕 앉아 오래 머물게 되면 우울감이 깊어져요. 남 탓이 찾아와요. 처지를 비관하게 돼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납시다. 일어났다면 한 걸음 걸읍시다. 걷다 보면 뛸 힘이 찾아와요. 뛰다 보면 다시 설레기 시작합니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일로 풀기보다 다른 곳에서 놀다 오는 게 나을 수 있겠습니다. 사무실에서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것을 멈추고 친구와 차 한 잔 해요. 서점에서 책 한 권 읽어봐요. 공원에서 아무 생각 없이 걸어봐요. 많은 선배들이 그렇게 답을 찾았습니다. 일로 사람으로 지칠 때, 그 현장에서 자신을 쏙 빼내는 것도 지혜로운 처세입니다. 너무 염려 말고 너무 열심을 내지 말고 때로는 흐르는 인생에 나를 맡겨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SNS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키크니라는 작가를 알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키크니 작가의 그림을 통해 ‘모든 것은 흐른다.’라는 메시지로 마무리합니다.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회는 어떤 모습으로 오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