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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플리트 Aug 18. 2023

다 안다는 오해


오늘은 이야기로 서두를 열어보겠습니다. 정확한 출처가 표기되지 않아 당황스럽지만 구전 동화와 같은 느낌이기에 망설임 없이 옮겨 적어봅니다. 



저희 엄마 아빠는 결혼하실 적에 아버지의 부모님에게서 낡은 찬장을 하나 받았습니다. 몇십 년 간 닭장 안에 있긴 했지만, 친할머니는 우리 부모님이 신혼집에서 이 찬장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지요. 찬장은 오랜 세월 동안 뒤덮인 먼지와 닭똥, 몇 세대에 걸친 암탉들이 날린 깃털에 뒤덮여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찬장을 깨끗하게 만들려고 하셨지만 불가능한 일임을 깨닫고, 흉측한 올리브그린 색 페인트를 발라 잔여물을 그대로 덮어 버렸습니다. 

악취가 나는 이 올리브그린 색 찬장은 저의 어린 시절 내내 2층 복도에 놓여 있었습니다.

결국 엄마는 찬장에서 황록색 페인트를 벗겨 내기로 했습니다. 우리 가족과 친하게 지내는 한 아저씨가 자기 차고에서 가구 끝손질을 하는 일을 하셔서, 엄마는 찬장을 그분에게로 가져갔습니다.

어느 날 아침에 차로 찬장을 그 집으로 가져갔더니, 바로 다음날 C 아저씨가 전화로 ‘와서 찬장을 가져가라’고 말했습니다. 심하게 망가진 가구를 어쩌면 이렇게 빨리 수리했는지 믿을 수 없었던 엄마는 어떻게 작업을 24시간 만에 끝냈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C 아저씨 말에 따르면, 그 찬장을 잘 살펴보니 독립 전쟁 때 만들어졌고 값을 매길 수도 없는 가보라는 겁니다. 옛날 조지 워싱턴 대통령을 위해 만들어진 가구를 연상시킬 정도라는군요. 아저씨는 이 찬정을 손질하고 싶지 않다며, 수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고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는 이 유서 깊은 가구를 손질할 수 있는 사람은 C 아저씨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저씨가 찬장을 공들여서 원상태로 복구시키기까지 몇 달이 걸렸습니다. 오물을 제거한 뒤, 찬장을 닦고 광택을 내가 찬장은 원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당신이 바로 이 찬장과 같습니다. 당신은 귀하고 소중한 존재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닭장 안에서 살기로 하고는 똥과 깃털, 수십 년짜리 먼지를 뒤집어쓰고 위장했습니다. 그러자 어떤 주도적인 권위자가 좋은 뜻을 가지고 당신의 겉모습에 흉측한 색깔을 발랐습니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제거하고 원래의 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아야 합니다. 



엄청난 임팩트나 감동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지만 잔잔하게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왜냐면 필자가 요즘 심사가 꼬일 대로 꼬여 되는대로 심술을 부리고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접하고 진정하기 시작했거든요. 만사가 그렇잖아요. ‘그래, 난 소중해.’라는 자각이 찾아와야 진정이 되는 법이죠. 


살면서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몇 명 만나기 마련입니다. 그중에는 쉽게 끊을 수도, 그렇다고 개선할 수도 없는 관계가 있어 퍽이나 괴로운데 필자가 요즘 그런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위장이 요동치고 있는 중입니다. 배경자아니, 비-사랑은 흘려보내야 한다느니, ‘진짜 나’는 내 마음이나 감정을 관찰하는 의식자로서의 나라느니 잘도 배워놓고는 또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또 그 사람 때문에 말이죠. 왜 저 사람한테만큼은 적용이 안 되는 거죠? 정말이지 그 사람은 너무 답 없습니다. 그리고 매번 흔들리는 나는 더 바보멍충이입니다!

내가 그 때! 그랬어야 했는데!! 분해서 잠이 안 와..


왜 이렇게 되고야 마는지 생각해 봅니다. 얼마 전 접했던 전문가의 말이 뽀록 떠오르더군요. 

“아이에게 아무리 설명해 줘도, 아이가 안다고 고개를 끄덕여도 돌아서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죠. 아이의 뇌를 보면 이해의 영역과 행동의 영역이 달라서 그래요.”

아이만 그러는 게 아닌가 봅니다. 그렇게 좋은 책을 많이 읽어 놓고… 기분 좋은 깨달음에 콧노래를 불러 놓고… 적용하는 건 다른 문제였네요. 다시 겸허한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안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어요. 아는 것을 적용할 줄 알아야 진짜 아는 겁니다. 그래서 심술 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적용을 해봤습니다.

‘그 사람이 아무리 똥칠해 봐라. 내가 하찮아지나. 아무리 깃털 날려봐라. 무심한 척 시크하게 털어버리고 말지.’

내가 보는 나. 난 소중해.


필자는 꼬꼬무 기질이 있어 자꾸 생각하고 되새김해서 답을 찾으려 해요. 답은 그럴싸하게 찾아내는데 과정은 그리 아름답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매우 편파적으로 각색해서 기어이 악인으로 만들어놓죠. 그래놓고 나 자신은 그런 악인을 용서하고 사랑으로 품어내는 스토리로 만들어요. 저도 참 악질입니다.

이제는 이런 시뮬레이션을 끊으려고요. 진정한 흘려보내기를 실천해 보렵니다. ‘그만 생각하자!’ 이게 정말 안 되는 기질인데 반복적으로 해볼까 합니다. 한 번 생각을 끊어보니까 마음이 가볍더라고요.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꼭 아름다운 결론을 냄으로써 끝내나 싶었어요. 에이, 그냥 내 할 일이나 하자, 이게 엄청난 자유를 주더군요. 상대가 뭐라 하든 ‘난 소중해.’라는 마음으로 꽃길을 걸으렵니다. 


얼마 전 유플위클리에 소개한 내용이 있는데 다시 한번 옮겨봅니다. 

자아라는 개념 자체는 본질적으로 ‘이야기로 구성’됩니다. 의식은 다양한 경험들을 하나의 플롯으로 만들어 의미 있는 사건으로 구성해 냅니다. ‘나’라는 관념, 즉 ‘자의식’은 내 몸이 자각하는 온갖 경험에 대한 스토리텔링의 결과입니다.

내 자아가 긍정적으로 만들어지려면 오늘 하루를 긍정적으로 스토리텔링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 다가와도 ‘나는 소중해.’라는 관점은 놓지 말고 스토리텔링하세요. 주체는 ‘나 자신’이어야 합니다. ‘저 사람은 왜 저러지?’라고 시작하면 스토리텔링이 아름답지 않게 시작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으로 시작하세요. 저 사람을 이해하는 스토리, 이 상황에 감사하는 스토리, 이 짜증남을 이겨내는 스토리로 채워지는 유플리더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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