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플리트 Sep 01. 2023

돌고 돌아 다시 만난 벽

뭔가를 하기 싫거나 할 수 없다고 느낄 때, 걱정되거나 화가 날 때 내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모든 게 ‘두려움’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 때가 있습니다. 나를 멈춰 세우는 많은 이유들을 들여다보면 두려움이더군요. 

상대의 상황이나 감정을 깊이 헤아릴 수 없으나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걱정하지 마.”란 말을 많이 해요. 특히나 인생의 선배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단언합니다. 걱정하지 마라, 두려워하지 마라, 이 말들이 담고 있는 의미는 단순히 마음 졸이지 말고 몸을 덜덜 떨지 말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길 바란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냐면요.


도망치지 말라

무섭거나 걱정이 될 때 피하거나 숨지 말고 담대하라는 뜻이에요. 생각보다 큰일이 일어나지 않고, 일이 일어난 들 해결할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이 일로 인해 망하지 않을 것이고, 크게 다치지 않을 것이며, 어마무시한 대가를 치를 일은 없다는 걸 경험하게 되니 후배들이 멈칫할 때 담대히 넘어서길 바라게 됩니다. 때론 그저 견뎌내길 바라며 응원하기도 해요. 도망가는 선택만큼은 막고 싶죠. 인간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나는 생각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고 가는 거예요. 선배들이 그랬듯이. 넘어섰든 그냥 지나왔든 지나고 보면 그다지 큰 벽이 아니었기에 후배들도 도망치지 않길 바랍니다. 

<넘어봄직한 벽. 벽 너머에 좋은 게 있겠지. gettyimageskorea.>


모든 일이 잘 풀리는 인생은 없습니다. 하지만 주구장창 망하는 인생도 없습니다. 행복 배틀이나 불행 배틀을 하자는 건 아니에요. 그저 인생의 속성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거죠.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말할 수 없던 헬렌켈러가 한 말이라고 하는데, 어둠 속에서 살았을 인생이 피워낸 말이라 신뢰가 갑니다. 


“행복의 문은 한쪽에서 닫히면 다른 쪽에서 열린다.”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겪었을지 그리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 들리지 않는다는 것, 상상만 해도 두렵잖아요. 그런데 헬렌켈러가 말했어요. 문은 늘 열린다고.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네요. 한계 앞에 설 때마다 도망갈지, 담대하게 넘어설지 한 번은 멈춰서 생각해 봅시다. 혹시 습관적으로 도망치진 않나요? 어차피 못할 거라고, 이걸 해서 뭐 하냐고, 뭐 그리 대단한 일이길래 내 몸과 맘을 바치냐며, 돌아가는 게 현명한 거라며 단 한 번도 맞서 본 적 없는 건 아닌가요? 전 그랬어요. 멈춰서 생각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얼마나 본능적으로 사는지 얼마나 습관적으로 사는지. 가장 쉬운 선택은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선택인 법이죠. 두려운 마음이 생기면 저절로 피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체를 봐야 해요. 알고 보면 두려울 게 아닌데 지레짐작으로 피해왔던 게 너무 많더라고요. 해서 후회했던 건 거의 없는데 (뭘 한 게 있어야죠.), 안 해서 후회한 게 산더미만큼 쌓여 있더군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라는 책을 재밌게 읽고 있는데, 고참 악마가 신참 악마에게 인간을 홀리는 팁을 알려주는 편지랄까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이 보여 아하! 하면서 읽게 되더군요. 책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화자는 악마입니다. 원수는 신(God), 환자는 인간이라고 대입해서 해석하시면 됩니다.)

“우리야 환자(인간)의 앞날이 불확실할수록 좋지. 서로 충돌하는 미래의 모습들이 마음을 온통 채운 채 희망이나 두려움을 번갈아가며 불러일으킬 테니까. 원수(God)가 인간의 마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치기에 불안과 걱정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원수(God)는 인간들이 현재 하는 일에 신경을 쓰기 바라지만, 우리(악마) 임무는 장차 일어날 일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것이지. (중략) 네 임무는 환자가 오로지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는 미래의 일들에만 중창 매달려 있도록 조처하는 거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내일'의 고민거리들. gettyimageskorea>


현재를 누리지 못하고 미래의 일을 당겨서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인생, 저만 그랬나요? 필자는 참 많은 시간을 불확실성을 제어하기 위해 준비한답시고 몸과 맘을 혹사시켰습니다. 이런 이들의 결과는 ‘번아웃’이죠. 조금만 일찍 ‘하나하나, 차근차근’을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아무리 큰 산이라도 한 걸음 한 걸음 가면 그만이지, 아무리 단단해 보이는 벽이라도 차근차근 허물어 보면 되겠지, 이걸 알았어야 했는데. 그냥 하는 사람이 승자더군요. 있어 보이게 표현하자면 그릿(GRIT, 끈기)이고요. 

<한 놈만 팬다. 벽에서 논다. 까르페디엠(carpe diem). 뭐든 좋을 제목. gettyimageskorea>


반드시 주어가 ‘나’여야 합니다. ‘내’ 한계 앞에 맞닥뜨릴 때 두려워하지 말고 도망치지 말기로 해요. 회사를 위해, 가족을 위해, 연인을 위해 도망가지 말라는 말은 힘이 약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회사를 위해,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내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이렇게 내가 주어가 될 때라야 피하지 않고 직면할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어떤 한계 앞에 섰을 때 깊이 생각해야 해요. 본능은 이렇게 말하죠. 내가 왜, 굳이... 습관처럼 떠오르는 불평, 불만, 핑계를 가라앉히고 한계를 넘어선 이후의 나를 상상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번 넘어본 사람이 다시 넘을 수 있어요. 단 한 번도 넘어서지 못하면 늘 같은 한계 앞에서 막힙니다. 


익숙하고 오래된 속담인데 오늘 내용에 딱 맞네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뜻도 있지만 심어야 거둔다는 이치에 주목해야겠습니다. 유플리더 여러분, 선배들의 말을 믿어보세요. 별 일 안 일어납니다. 안 망해요. 그러니 두려워 말고, 도망치지 말고, 한 번 해보세요. 도무지 살 떨려서 안된다면 그저 하던 일 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세요. 전문용어로 ‘버틴다.’라고 하죠 ㅎㅎ 도망가지만 말아요. 


무엇으로부터의 도망인지는 자신만 아는 법이고, 사람마다 다른 법입니다. 유플리더분들에 대한 무한신뢰와 애정을 담아 그게 뭐든 두려워 말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오늘 유플위클리를 마무리할게요.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연히 찾아온 불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