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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플리트 Sep 08. 2023

I love UP

오늘은 가볍게

뉴욕 얘기를 해볼까 해요. 우연히 집어든 책이 ‘가식적이지 않고 당당해서 행복한 뉴요커 라이프 에세이, 리얼:하다.’인데 얇아서 금방 읽었고, 마카롱 하나 먹은 듯 상큼한 기분을 느꼈어요. 게스트하우스에서 말솜씨 좋은 친구를 만나 흥미로운 얘기 한 보따리 들은 기분이랄까? 


낯선 사람, 낯선 장소가 유익한 이유는 내 지경을 넓혀나갈 수 있어서입니다. 나에게 몰입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내 세상을 확장하는 시간도 중요하잖아요? 나와 별 상관없는 뉴욕 얘기를 활자로 접하면서 ‘세상은 진짜 넓고, 사람들은 다 다르다.’ 새삼 느꼈습니다. 이렇게 한 번 내 우물 밖으로 나와 콧바람 쑀더니 근심걱정이 먼지만큼 하찮고 가벼워졌어요. 그래, 이게 뭐라고. 털어낼 거리가 있다면 내게서 눈을 들어 그저 문화생활을 합시다. 필요하거나 의미 있거나 유익하지 않아도 그냥 향유에서 오는 즐거움이라는 게 있잖아요? 우리 뇌는 낯선 자극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점 하나를 찍어보아요. 그러면 뇌가 새로운 방향으로 가지치기하며 다른 세상과 이어 줄 거예요. 



뉴요커들의 무례함은 겉치레가 없는 것일 뿐

뉴욕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뉴요커의 빠른 말투에 한 번 놀라고, 뉴요커의 빠른 발걸음에 두 번 놀란다고 하네요. 서바이버들의 도시기 때문이래요. 그런데 일할 때 고도의 집중력과 긴장도로 임하지만, 인생을 즐길 때는 또 아예 풀어진대요. 주말에 뉴욕 부촌에 가면 공원이나 커피숍에서 헐렁하고 편한 잠옷 비슷한 차림으로 눈곱조차 안 떼고 <뉴욕 타임스>의 문화 섹션을 읽으면서 커다란 리트리버 애완견을 쓰다듬고 있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유플리더분들은 잘 쉬고 있나요? 뉴요커들이 잘났다는 건 아니지만 이건 배워도 좋을 것 같아요.

“뉴요커들은 굉장한 텐션으로 일한다. 하지만 24시간 일에 얽매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 사람에 비해 오히려 발걸음이 가볍고 여유로워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는 군더더기를 빼고 고강도로 업무에 임해 필요한 일을 마친 후 가질 수 있는, 그들이 즐기는 ‘다운타임’이라는 개념 때문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뉴요커들은 할 땐 하고 안 할 땐 안 하는 똑똑이들로 느껴지네요. 사실 책에서 묘사한 그들의 특징은 무례함이었는데요. 

‘나는 뉴욕에 갈 일이 생기자 바로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먼저 그에게 소개해준 사람에 대한 감사와 좋은 인연에 대한 기대치를 잔뜩 써서 A4 반 페이지 정도의 긴 이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내가 답변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에는 인사말도 없었고, 대부분의 사람이 상투적으로 말하는, 만나서 반갑다거나, 소개해준 사람이 참 좋은 사람이라거나 이런 이야기도 전혀 없는 다음의 단 한 줄 뿐이었다. “How can I help you?(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중략)… 어쨌든 나는 나중에 아시아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고 싶어 미국 방송계에 대해 알고 싶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랬더니 그에게서 또 답장이 이렇게 왔다. “Lunch or happy hour?(점심, 아니면 해피아워?)”’

구체적인 용무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한잔 가볍게 할 수 있는 해피아워를 골랐던 글쓴이는 “One beer(맥주 한 잔만)”이라는 답장을 받았고, “무엇에 관련된 다큐를 만들려고 하며, 우리 회사가 어떻게 도와 드리면 되죠?”라는 질문에 아직은 다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작가이고 방송 출연자인데, 언젠가 다큐를 제작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하자 서슴없이 팔뚝을 들어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맥주를 죽 마시면서 뭔가 프로포절이나 블로그 같은 게 생기면 연락하라고 말했답니다. 

<그래서... 뭘 하면 되는데?! 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무례하죠. 하지만 뉴요커들에겐 그게 일하는 방식입니다. 왜 그런지 배경이 나와요. 참 흥미롭더군요. 그래서 제가 느낀 게 뭐냐면요. 일하면서 ‘저 사람 참 예의 없네, 경우 없네.’ 싶은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뒷담화 아닌 척 교묘하게 무리 지어 씹어도 봤으며, 타산지석으로 삼아 나를 조심하는 계기로 삼기도 했던 날들이 떠올랐어요. 이제는 그들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더라고요. 그 사람들의 어떤 말이나 행동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예민했었구나. 사실 그 사람 자체로 봤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다들 그저 자기 할 일을 하는 건데.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 불안한 마음, 사회성 없는 기질, 아웃사이더의 심정 등을 극강의 텐션으로 일하는 뉴요커들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었어요. 스펙트럼이 넓어지면 이해도 넓어지네요. 우리가 욕하는 그 사람들이 뉴욕에 가면 노멀 그 자체겠던데요? 이렇게 또 알게 됩니다. 옹졸한 내 마음은 사실 옹졸한 내 세계관의 반영이란 것을. 자자자, 옹졸한 사람이 되면 안 되니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지경을 넓혀갑시다!



I ♥ NY

책에 재밌는 일화가 있었어요. 

‘뉴욕과 파리 예술의 차이를 한마디로 대변하는 일화가 있다. 뉴욕 브로드웨이의 유명 작곡가 조지 거슈윈이 파리에서 프랑스 클래식 음악 대가 드뷔시의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다고 한다. 드뷔시의 절제미와 부드러운 선율에 깊이 감동한 거슈윈은 관계자에게 드뷔시를 만나게 해달라고 청했다. 거슈윈은 드뷔시를 만나 자기가 지금까지 작곡한 것은 제대로 된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이 공연을 보며 깨달았다며, 견습생으로 돌아가 드뷔시 밑에서 레슨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잠시 침묵하던 드뷔시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브로드웨이에서 작곡을 하면 얼마나 벌어요?”

거슈윈이 솔직히 대답하자 드뷔시를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저를 뮤지컬 작곡 제자로 받아주시죠.”

물론 이것은 줄리어드 음대생과 교수들 사이에 도는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이 일화는 세계 예술의 중심지로서의 파리와 뉴욕의 차이점을 단순 명쾌하게 말해준다. 뉴욕의 예술가들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프랑스 예술의 깊이에 무한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해 프랑스 예술가들은 고지식한 전통에서 벗어나 파격적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할 수 있는 뉴욕의 자유로움과, 시장 경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이런저런 평론가의 잔소리를 듣는 대신 엄청난 보상이 주어지는 뉴욕의 예술시장 시스템에 대한 매력과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

뉴욕이란 도시가 가지고 있는 속물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글쓴이의 경험과 통찰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데 앞서 소개한 일화처럼 쉬이 읽히고 해석이 되어 재미있습니다. 

책 내용 중 도로시 파커의 말이 소개되었는데요, 이렇습니다.

“런던은 만족하고 있다. 파리는 자포자기한다. 뉴욕은 계속 희망한다.”

그러니 지금 다운되어 자극이 필요한 유플리더가 있다면 이 책을 소개합니다. 분명 환기가 될 거예요.



Upleat DNA

마침 프랑스에서 지내는 조카가 방학을 맞이해 한국에 들어와 있습니다. 함께 지내는 중이라 이런저런 대화를 자주 나누는데 대학생이다 보니 진로 얘기가 자연스레 나왔어요. 조카는 프랑스 생활이 조금 답답하다고 하더군요. ‘열심’의 피가 흐르는 대한민국인에게는 프랑스의 시간이 조용하게 지루하게 흐르나 보다 느꼈었는데, 도로시 파커의 말에서도 같은 맥락을 느꼈어요. 그런데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필자는 프랑스의 철학과 교육이 부럽다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 남편과 우리나라의 현 긴장상태를 보며 대화하다가 ‘우리에겐 철학이 없어서 그렇다.’는 결론을 냈거든요. 그래놓고는 뉴욕에 대한 책을 읽은 후 도전의식에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라가, 문화가, 사람이 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내가 있는 곳이 나를 만들어가는구나, 영향을 받는구나, 느끼다 보니 기왕이면 멋지고 도전적이고 너나우리의 모든 도전이 수용되는 곳에 있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유플리더 여러분, 지난 타운홀미팅의 화두는 퍼실리테이터였잖아요? 한 번 흘려듣고 현장의 업무로 돌아갔을지라도 분명 우리의 의식에 새겨졌을 거라 믿어요. 좋은 사람들, 친절한 유플리트, 퍼실리테이터 등등 우리가 같은 시간에 공유하는 메시지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 DNA에 스며들 텐데, 유플리트에서 일하는 동안 멋진 사람, 멋진 동료로 빚어졌으면 좋겠네요. 유플리트 출신은 뭐가 달라도 다르도록이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말을 남깁니다. 뉴욕을 유플리트로 바꿔도 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요. (애증은 정말 사랑 그 이상인 것 같아요.)

“나는 백 번 생각했다. 

뉴욕은 엉망진창이라고.

하지만 오십 번 생각했다.

참 아름다운 진창이라고.”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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