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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플리트 May 17. 2024

잠시 불편할 뿐

솔직함과 갈등이 있는 조직이라야 발전한다.

지난 타운홀미팅에서 윈디님은 ‘수평 문화와 자율 문화에 대한 오해’라는 김도영 휴넷 수석 컨설턴트의 글을 소개했습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평 문화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수평 문화를 안정적이고 편안한 회사로 오해하는 것이다. 심리적 안정감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게 피드백하고 건전하게 토론하며 갈등을 마다하지 않는 문화가 더 심리적 안정감을 중요하는 문화에 가깝다. 

수평 문화가 추구해야 할 본질적 지향점은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말하고 실패에 대한 걱정 없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탁월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는 솔직함과 갈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평 문화에서는 갈등보다 편안함을 경계해야 한다. 물론 개인적 감정으로 갈등하거나 사소한 모든 일에서 갈등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목표 달성 과정에서의 불편함과 갈등은 반드시 필요하고 당연한 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기분이 상할까 봐 서로 비판하지 못하고 친절하기만 한 조직은 솔직히 피드백하고 토론하며 이를 받아들이는 문화를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리하여 우리 5월에는, 나아가 올해는 무슨 일이든 어떤 이슈든 어려움에 봉착하거나 서로 갈등이 있을 때 두려워하지 말고 솔직하게 같이 얘기하고 건전하게 의논하면서 그 갈등을 풀어가자고 제안하셨습니다.

<풀어야 제 맛>



나이스한 피드백은 이렇게.

참 공감이 가는 메시지였습니다. 하지만 갈등을 각오하고 솔직하게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즉각적으로 가슴이 벌렁거리기 시작했어요. 여러 번 고백했듯 필자는 새가슴이라서요. 다행히도 얼마 전 접했던 작가 유시민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너무 와닿아서 적어두기까지 했는데, 마침 이 주제에 딱 맞아서 공유할게요. 

워낙 호불호가 강하다 보니 자신의 말하는 방식을 되새겨 보며, 다음 세 가지 단계를 거쳐 말하기로 했다네요.


첫째, 옳은 말인가.

둘째, 꼭 필요한 말인가.

셋째, 친절한 말인가.


그것이 옳고 상대방에게 필요한 말일 때에야, 그리고 그것을 친절하게 전달할 수 있을 때에야 입 밖으로 내야 한다는 ‘말의 조건’이 너무 와닿았습니다. 우리는 내 말이 옳다는 이유로, 내가 해봤다는 이유로 푹푹 찌르면서 말할 때가 있잖아요. 팩트를 친절하게 전달할 수 있는 요령을 익혀야 건강하고 활기찬 피드백 문화가 정착될 거라 믿습니다.


*여기서 잠깐!

2년 전 회사에서 엑스퍼트 포럼을 진행했는데, 참조할 만한 글 두 개를 공유드리니 한 번 훑고 가시죠.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리더의 피드백 https://brunch.co.kr/@upleat/134

오류를 줄이는 커뮤니케이션 https://brunch.co.kr/@upleat/133



언제나 시작은 라포(rapport, 상대방과 형성되는 친밀감 혹은 상호신뢰관계)

상대를 알면 그 사람의 말을 한 번 거를 수 있는 필터가 만들어집니다. 같은 말이라도 해석의 여지나 헤아리려는 노력이 개입되죠. 

얼마 전 전 사수였던 제이스님과 통화하다가 말실수를 하게 됐어요. 바로 사과드렸는데, “괜찮아요, 차장님은 그렇게 말해도 돼요.”라는 답을 들으니 마음이 따뜻해지더군요. 오랫동안 합을 맞춰 일하다 보니 라포가 형성됐고, 어떤 뜻으로 하는 말인지 서로 속내도 알고, 작은 실수는 쉬이 넘길 수 있는 사이가 된 거죠. 

이렇게 라포가 형성되면 상대의 피드백이 고마워집니다. “아무 반응하지 말고 그냥 그렇게 살게 냅두라.”는 태도가 상대에 대한 복수가 되기도 하는데, 내가 부족하거나 엇나갈 때 바로잡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요. 

나의 실수나 실패를 지적당하면 살살 치든 세게 치든 아픈 법입니다. 어차피 맞는 거, 기왕이면 아는 사람이 애정을 담아 피드백 주면 좋겠어요. 필자는 그렇습니다. 자, 내가 믿고 신뢰하는 동료가 있다면 내가 먼저 가서 소통하기로 해요. 내 아이는 나만 때릴 수 있어, 내 남편은 나만 때릴 수 있어, 이런 마음이랄까? 딴 데 가서 맞는 걸 보기 싫고, 내가 어르고 달래서 가고 싶은 동료가 있다면 당신과 당신의 동료에게 참 행운입니다!

<공범이 있어 다행이야>



상대의 말할 권리를 존중할 것.

아직 라포 형성 전이거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업무적으로만 만나게 되는 관계도 있겠죠. 그럴 땐 어떻게 소통하는 게 좋을까요?

독일인으로서 한국 문화에 매료되어 20년 넘게 한국에 살며 한국 사회에 가감 없는 비판과 끝없는 애정을 쏟아내는 ‘안톤 숄츠’를 아시나요? 그의 저서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이란 책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겠다.” 영국 작가 에블린 베아트리스 홀은 1906년에 쓴 책, [볼테르의 친구들]에서 썼던 구절이다. 우리가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의 버팀목이 되는 말이다.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때문에 당신에게 공개적으로 수치심을 줄 것이며, 당신을 검열하고 당신이 직장에서 해고당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다. 타인의 의견 따위는 관심도 없으며 그것이 나와 다르면 수치스럽게 만들고 시야에서 사라지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에 살고 있는 나는 이 사회에서 그 강도가 점점 더 세지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


밖에서 볼 때, 우리 한국인은 타인의 말을 검열하려 듭니다. (자기 검열도 지나친 편이죠.) 작은 말 하나도 꼬투리 잡아 심판하려 해요. 콩의 알맹이보다는 콩의 껍질에 집착하는 것처럼, 상대방의 본질이나 핵심을 놓치고 사소한 것에 집착해 비난하는 미성숙한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지금은 교육이 잘 되어있는지 모르겠네요. 우리 아이들은 자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줄 알고, 아울러 타인의 말할 권리도 존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을 미덕으로 알고 자란 윗세대들에겐 건강한 토론 문화가 어색하거든요. 그러니 더 열려있는 우리 MZ 세대들이 본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당당한 태도, 서로의 권리 존중, 나도 맞고 너도 맞다는 자세가 회사 안에 퍼지면 갈등을 봉쇄하기에 바쁜 윗세대들도 마음을 열고 현명하게 중재하며 리더 역할을 잘해나갈 수 있을 거예요. 

늘 기억합시다. 내가 상대에게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일단 타인의 말할 권리 존중! 나를 공격한다 생각하지 말고 나의 어떤 점에 수정이 필요한지 살펴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며 발전합시다. 마찬가지 이치로, 수정할 수 있는 태도, 상태, 상황임에도 마치 그 사람 자체가 잘못인양 비난하지 않기로 해요. 또한 내가 건넨 말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그 사람 몫입니다. 지금 바로 시정되기란 어려워요. 누구에게나 곱씹고 소화할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일의 본질은 나의 행복 추구

안톤 숄츠의 인사이트를 한 가지 더 소개합니다. 우리가 서로 소통하며 일해야 하는 이유를 같이 생각해보고 싶어서요.


‘일과 생활은 서로 상생하며 조화를 이뤄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다른 한쪽의 희생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일과 생활이 함께 굴러가는 순간에 균등한 분할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강박이다. 어느 날은 직장 업무에 신경을 써야 할 때도 있고, 가정을 더 챙겨야 하는 순간도 있을 수 있다. 

워라밸이란 단어에는 분명 ‘일’과 ‘삶’ 모두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강조가 담겨 있는데, 직장인들의 태도를 보면 일하는 시간은 가급적 빨리 벗어나야 하고, 그 시간 뒤에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일은 그저 돈을 버는 수단일 뿐이라는 인식이 담긴 듯하다. 잠깐만 생각해 봐도 우리는 인생의 절반 그 이상을 일하면서 산다. 그 절반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시간일 뿐이라면 우리는 인생의 반 이상을 버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워라밸이라는 규칙이 아니라 어떤 마음과 태도로 일하고 사느냐는 것이 아닐까? 워라밸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열심히 일하는 순간도, 삶을 만끽하는 순간도 모두 내 인생이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멋진 말을 남겼다. “품질이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제대로 하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마음을 담은 일은 고용주나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나와 우리를 위한 것이다. 행동이든 아이템이든 훌륭한 것에는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사생활의 영역에서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평범한 업무라도 주어진 일에 마음을 써보자고 주장하는 안톤 슐츠의 글을 읽노라니 재밌게 일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누가 보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일에 몰두한 경험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렇게 좋은 일을 더 잘할 수 있으려면 좋은 동료가 필요해요. 나를 발전시키는 동료는 적절한 때에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동료죠. 좋은 일, 좋은 동료와 함께 일터에서 즐거이 보낼 수 있다면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은 성공입니다! 이거, 놓고 가지 말아요. 놓치지 말아요. 진정한 의미의 워라밸에 대해 한 번 짚고 넘어가자고요.


신나는 금요일 오후입니다. 즐거이 ‘일’한 당신, 이제 ‘삶’ 속으로 들어가야죠. 유플리더님들의 완벽한 워라밸을 응원하며 이번주 유플위클리를 마칩니다. 

<포인트는 '균형'이야!>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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