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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플리트 Dec 10. 2019

중국의 지불결제로 본 신뢰이동

U-Biz Consulting Div. 소맥


2014년 9월 19일, 월스트리트의 역사적인 날!
오전9시 30분 장이 열리자 마자 한 회사의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이날 마감시간,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무려 2,3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대표를
 보겠다고 나온 사람들이 증권거래소 앞에 줄을 서고 거래소 안에도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날 그 회사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늘 여기서 치솟은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들의 신뢰입니다"라고...

레이첼 보츠먼의 『신뢰이동』中


현재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은 500억 달러 대 수준이다. 제조업인 삼성전자가 300억 달러 대임을 감안하면 보이지 않는 물건을 파는 이 기업은 엄청난 디지털 공룡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바로 마윈이 창업한 알리바바(Alibaba)이다. 



2000년 대 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은 꽌시(關系)라는 문화적 바탕 때문에 모르는 사람에게 신뢰를 구축하지 못하는 저신뢰문화가 저변에 깔려있었다. 그래서 인터넷 등장 후 한동안은 택배기사가 물건은 배달하고 난 후 물건 값을 지불하는 '훠따오푸콴(貨到付款)'이라는 방식도 많았다. 
나는 중국의 시골 마을에서 잠시 살았었는데, 실제로 2000년 중반까지도 주문 한 물건 값을 배달원에게 지불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이런 문화때문에 2000년대 중국의 전자 상거래는 두가지 문제에 항상 맞닿들였는데, 그것은 바로

당신이 결제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내가 결제하면 당신이 물건을 보내줄지 어떻게 알겠는가?

중국의 엄격한 금융법상 허가 없이 결제 시스템을 운영한다면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윈은 시도해보기로 하고 2004년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출시했다. 페이팔 같은 직접 결제방식이 아니라 알리페이에서 구매자에게 돈을 받아 에스크로 계정에 돈을 예치했다. 판매자가 돈을 보내면 구매자가 물건을 확인하고 만족한다고 확인해야 에스크로 계정이 묶인 돈이 풀리는 방식으로 결제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줄였다.


중국의 금융 낙후 수준은 2002년 중국은련이 출범하기 전까지 같은 은행이라도 다른 지점의 ATM을 쓸 수 없을 정도 였다. 마윈은 겨우 은련 출범 2년 후인 2004년에 마윈은 알리페이를 설립한 것이다. 기존 중국인들의 저신뢰 문화를 이겨낸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그 후로 타오바오를 중심으로 한 알리바바의 다양한 커머스 채널에서 수 많은 거래가 알리페이로 이뤄지게 됐고 2011년 오프라인 생활밀착형 소액결제 부분까지 사업분야를 넓히게 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알리페이QR이다. 


그리고 이러한 알리페이는 엄격한 중국의 금융법을 이겨냈다. 실제로 중국 금융법은 묵시적으로 이러한 서비스들을 인정하는 추세이기도 하고 2010년 비금융 지불업체 관리방법제정이나 2017년 QR결제 관리 방법 제정 등 공룡기업의 시장 혁신이 법마져 흔들어놓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내가 중국에서 지낼 때만 하더라도 가게에서 현금을 내면 100위안 지폐에 있는 마오쩌둥 머리를 손톱으로 긁어보았다. 위폐가 하도 많아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나름의 방법이었다. 손님은 지폐 여러장을 내고 주인은 지폐를 확인하고 당연히 계산대에서 소요되는 시간이 현재보다 길었다. 신용카드가 현금보다 결제 시간이 더 걸렸고, 돈을 던지고 거스름돈을 계산대에 두는 문화도 있었다. 게다가 노점 음식 문화가 발달됐고 위생문제로 현금보다 페이를 더 선호하게 되면서 발전의 가속도가 붙었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쳇페이 점유율은 중국 지불결제의 93%를 차지한다. 모바일 결제 총액은 연간 4경원에 이른다고 한다. 포털사이트에서 알리페이의 성공전력을 검색하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모든 근원에는 중국문화 저변에 있던 꽌씨와 저신뢰 문화를 뒤짚어 엎는 서비스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신뢰라는 이미지를 검색하면 의외로 위험한 그림이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서로 손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지만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 이미지같은 것 말이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틈새를 위험이라 할 수 있다. 신뢰와 위험은 남매같다. 이 사이를 틈새로 끌어 당기는 힘이 필요하다. 

알리페이의 성공은 낯선사람이 우리를 배신하면 어쩌지?라는 근원적인 위험을 없애고 신뢰도약을 통해 믿음을 준 대표 케이스이다. 이를 통해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야 거래가 성사되는 것은 아님을 증명해 냈다.


우리는 때로는 좋은 UX를 만들기 위해 유려함과 트렌드를 쫓으려 한다. 하지만 좋은 사용자 경험이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로 부터 그리고 사용자가 불안해하던 위험을 신뢰로 바꾸는 일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한다. UX설계자에게 1st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참고가 된 이야기들

- 나의 중국 살이 경험

- 신뢰이동 / 레이첼 보츠먼

- 2019년 제 10회 스마트금융콘퍼런스 



다음 편은 중국지불결제 시장의 아이러니에 대해 쓸 예정이다. NFC보다 QR코드를 쓰는 것처럼 사용성이 좋지 않더라도 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우리에게 어떤 인사이트를 주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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