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한번도 안해봤었는데 직업이 될 줄 나도 몰랐지
버디버디
싸이월드
네이트온
페이스북
그리고 인스타그램까지
오히려 아주 싫어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누군가의 관심없는 생활을 살피고 나도 모르게 스스로 비교하게 되어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인생 살기도 바쁜데 다른 누군가에게 관심을 줄 여력도 없었다. 외국에 사는 친구와 연락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잠시 했을 뿐, 역시 나와 안맞는다는 생각에 모두들 인스타그램으로 대이동을 할 때 나는 "여기까지다"라고 마침표를 찍었다.
14년지기 친구와 일을 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항상 구경하는 사람으로 SNS를 이용해왔던 내가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인스타그램을 하게 될 줄이야.
처음엔 모든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이래서 SNS 중독이 되나 싶었다. 아는 사람들과 팔로우를 맺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딱히 나와 다른 이들을 비교할 새가 없었다. 나와 같은 주제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즐거웠다. 사람들은 내가 재미있다고 했다. 나를 재미있어해주는 그 사람들이 나는 재밌었다. 처음엔 그저 많이 하면 됐고 그에 따르는 책임이란 게 딱히 없었기 때문에 그냥 하고 싶은대로 무조건 했다.
낮이든 밤이든 하루 종일 수다를 떨듯이 인스타그램을 돌아다녔다. 나는 어느새 3천명의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점차 이야기하는 게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전 게시글의 댓글에 다 답변하고 나와 이야기했던 사람들에게 하루라도 방문하지 않으면 내가 그냥 좋아요만 받고 댓글만 받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그게 싫었다. 모두와 이야기하는 게 재밌었고 난 인터넷 상에서 모르는 사람들 중 누군가가 나에게 섭섭함을 느끼거나 하지 않았음 했다. 이전 댓글에 답글을 달지 못한 날 나는 그 다음 게시글을 업로드하지 못했다. 압박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음식을 주제로 계정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은 문득 밥을 먹기가 싫었다. 밥을 먹으면 게시글을 올려야만 할 것 같았다. 음식이 식는 게 싫어 절대 사진을 찍지 않던 내가... 사진을 찍지 않으면 음식을 못먹을 것 같았다. 이걸 저장해두지 않으면 나는 언젠가 이야기할 거리가 떨어지고 그러면 계정을 운영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 수 없는 압박감과 불안감이었다. 내가 도대체 어떤 것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지도 못했다. 어쩔 줄 모르겠는 날들이 하루 이틀 흘러갔다.
그리고 알았다. 가끔 나타나지 않다가 어느날 문득 나타나 "인태기 인가봐요"하는 그 말의 뜻을.
어려운 일이다. 무언가를 꾸준히 좋아한다는 것은. 특히 그것이 순수하게 좋아만 할 수 없고 일이 되었을 땐 말이다. 일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데에는 정말 많은 노력이 따른다는 걸 알았다. 일과는 그저 좋기만한 사이일 순 없었다. 진짜 가끔은 권태가 오기도 하고 너무 싫기도 한데 서로가 너무 필요하기도 하다는 점에서 정말 연애가 따로 없다. 그저 쉬면 괜찮아지는 것일까. 난 뭘 해야 이 지점을 돌파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꼭 인스타그램 때문 만은 아니다. 그 시기에 우연찮게 두가지의 인태기가 온 탓이다. 인스타그램 권태기, 그리고 인생 권태기.
가끔은 그냥 살아가는 것 자체가 번거롭고 벅찰 때가 있다. 그냥 쉬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우린 너무 많은 곳에 소속되어 있다. 직장도 있을 것이고, 가족도 있고, 모든 관계에 발을 들이고 있다면 내가 그냥 쉬는 것을 두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나 스스로 쉼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혹시나 내가 쉬어서 누군가에게 폐가 된다면, 그리고 내가 쉬는 동안 세상에 다신 없을 기회가 지나간다면 어쩌지?
나는 이런 고민과 함께 엄청 쉬지도, 엄청 열심히지도 못한 날들도 보낸다. 마치 시험이 내일이라 공부는 해야할 것 같은데 공부는 안되는 그런 쓸모없는 시간들. 나는 언제쯤 이도 저도 아닌 시간들을 꽉 채워나갈 수 있을까. 고민이 와글와글 시끄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