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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Sep 10. 2019

엄마가 먼저 보여주세요

"아이에게 책을 읽게 하고 싶으면 엄마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가 글을 쓰게 만들고 싶으면 엄마가 먼저 글을 써서 보여주세요."


나는 그렇게 말한다. 아무리 책을 읽지 않는 아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엄마가 내민 '편지'의 글은 읽게 된다.

(그조차 읽지 않는다면, 그건 글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이다.)

엄마에게 있었던 하루 동안의 일, 엄마가 느낀 감정을 글로 쓴다고 가정해보자.

아무 글이 아니라, 자녀에게 향한 마음이 담긴 글이라면?


"00야, 엄마는 오늘 정말 멋진 하루를 보냈어. 엄마를 사랑하는 친구가 맛있는 점심을 사주셨거든, 스파게티 위에 문어와 전복, 새우가 올려진 맛있는 요리였는데, 엄마는 먹으면서 우리 00가 생각이 났어. 다음에 우리 00랑 같이 먹으러 와야겠다고^^

사람은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왜 즐거움을 느낄까? 행복함을 느낄까?

맛있는 요리에는 요리사의 정성과 솜씨가 담겨있고, 재료의 영양이 담겨있고, 먹거리가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정성, 행복, 열심, 꿈, 배려, 용기, 헌신, 희망이 담겨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먹는 요리 한 그릇은 단순히 음식의 맛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 거기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있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눈 앞의 음식을 먹으면 더 행복하고, 소중하고, 맛있는 음식이 될 것 같아. 그래서 엄마는 음식을 먹을 때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단다. 우리 00도 엄마 마음 이해할 거라 믿어. 00은 오늘 점심 먹으면서 어땠어? 친구와 나눈 이야기는 무엇이었어? 오늘 하루를 보낸 소감은 어때? 우리 00대화하는 순간을 기다리며 엄마도 오늘 열심히 일했어. 요리사가 음식에 마음과 정성을 담아내듯, 엄마도 이 편지 속에 엄마의 마음과 사랑을 담아 보낸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즐겁고 좋은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으면 좋겠어. 내일도 기대해보자. 사랑해, 00야."


엄마의 마음이 담긴 글을 자주 접한 아이들의 특징은 자신의 마음도 말로써, 글로써 기꺼이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도 힘들고, 그렇게 되기는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의 어려움을 관계에서 찾는다. 분명히 '글'을 막는 시점이 언젠가부터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래서 나는 그 계기가 되었을만한, 감정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내가 심리상담사는 아니지만, 지나온 나의 인간관계를 통한 경험이나 독서를 통한 이해력, 나의 사고력과 판단력, 정성을 총동원해서 내 앞에 있는 아이와 1대 1의,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마주하고자 한다.

내가 마음을 열면, 아이가 마음을 열어주는 때가 지금까지는 반드시 왔었다.

그래서 내게 오는 학생들은 다른 학원에서 글쓰기로 도움받지 못했던 아이들이 많이 오는 편이다.

이 학원 저 학원 보내봤자 아이가 힘들겠다는 판단이 설 때, 나에게 보내지는 아이들이 많다.

나는 수업시간에 아이와 논다.

한동안 논다.

논다.

계속 논다.

그리고 마음을 열어주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내가 좀 더 그를 이해하고, 그가 나를 알아가게 되면서 서서히 우리가 마음이 열릴 때, 나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고, 우리는 함께 글을 쓰기 시작한다.


3줄 쓰던 아이가 노트 한 권을 채웠을 때, 아이의 노트를 보며 어느 어머니가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순간을 기억한다. 그 한 번의 경험을 서로 나누면, 아이가 힘차게 글을 써나가게 되었다.

가정에서도 할 수 있다.

우선 글이 막혀있다면, 관계를 열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노력해달라고, 내게 온 학생의 부모님께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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