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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Sep 15. 2019

글쓰기 연습 3. 다른 사람의 생각에 덧붙여 이어 쓰기

 나는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할 때 목표 한 가지만 생각한다.

그룹에 따라서 말하기가 부족한 아이들이 있고,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이 있지만, (혹은 둘 다이거나) 목표 하나를 생각해본다면 결론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어느 세월에?

충분한 시간을 주고 차근차근 책 읽히고 글 쓰게 만들면 좋겠으나 주로 독서논술 수업이라는 것이 일주일에 한 번의 만남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이용해서 차근차근 코스 밟아서 가르치기란 노력과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책은 평소에 집에서 읽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수업시간엔 내가 준비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수업방식과 교재를 내가 만든다.)


 바쁜 세상에 내가 추구하는 한 가지는, 적어도 아이들이 나와 함께 하는 순간에는 "재밌어요'라는 말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3번은 웃기려고 노력한다. 웃어야 머릿속에 들어가고, 웃어야 마음이 열린다. 마음이 열려야 생각이 열리고, 입이 열린다.

세상에! 글쓰기 수업이 재밌다니!

"언제부터 그랬니?"라고 물으면 자기들도 어이가 없어서 웃는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의 웃는 얼굴을 보며 말한다.

"그렇지, 지금 우리는 너무 재미있지..."


웃음이 채 잦아들기 전에, 나는 거기다가 찬물을 확 끼얹는 말을 한다.

'언제까지 선생님과 수업을 할 수가 없어. 선생님이 없더라도 글쓰기, 말하기, 생각하기, 책 읽기가 재밌을 수 있도록 선생님과의 시간을 기억해주기 바래, 혼자서도 할 수 있도록. 우리의 최종 목표는 그거야. 알았지?'


매 시간 세뇌를 시킨다.

'아... 나는 선생님 없이도 재미있게 책 읽고 글 쓰고 생각해야지. 나는 잘할 수 있어. 선생님과 했던 것처럼 꾸준히 하면 돼."


그래서 내 수업은 세뇌시키는 수업이다.

선생님 아니면 안 되는 수업이 아니라, 선생님이 없더라도 할 수 있는 스스로의 작업이 될 수 있도록 나는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이론과 방법을 가르친다.

뇌의 구조와 성격이 어떻길래 독서와 인터넷 게임이 병행되면 안 되는지, 글을 쓸 때 어떤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면 덜 노력하고도 멋지게 보일 수 있는지, 생각의 회로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 세뇌를 시킨다.

그렇다 할지라도 아이들에게 실제 변화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로 엄마의!


나는 학생에게 변화가 더디 나타나더라도 조바심이 나지 않는다.

앞으로의 과정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마는 조바심을 낼 수도 있다. 낼모레 중학교 가야 하는데, 낼모레 고등학생인데.

언제까지 책만 붙잡고 앉아있을 수 없는데! (책 읽기가 중요한 것을 알면서도 엄마는 학원으로 등 떠밀어 보낸다.) 노트에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 더 눈에 들어오고, 아이가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글씨는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는 하얀 바탕에 아이가 써나간 부분이 더 크게 와 닿는다.

채 열리지 않은 마음으로 '이만큼만' 보여준 아이의 씀씀이가 나는 와 닿고, 다음엔 조금 더 그 문을 열게 하고 싶은 소망을 품는다.

그래서 나는 잘 기다린다. 아이가 마음과 생각의 문을 열어줄 때를.

내가 기다린다는 것을 아는 아이는 점점 마음을 열어준다. 한결같은 기다림이 전달되면, 아이의 잠긴 빗장 문도 서서히 열리는 시기가 온다.


빼꼼 내다보는 자아에 성급하게 인사하고 들어가면 안 된다. 서서히, 조심스럽게, 편안하게, '문을 조금 더 열어주어도 괜찮아'라는 사인을 보낸다.

문이 마저 열리면 그때부터 속력이 붙는다. 우리는 신나게 대화하고, 신나게 글 쓰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글을 통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신뢰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글쓰기를 앞에 두고 어쩔 줄 모르는 가련한 아이들을 위하여 내가 내리는 처방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글을 이어 쓰게 하는 것이다.

분량을 내가 다 채워야 한다는 부담은 없으나, 내가 이어 썼을 때 채워지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 효과가 꽤 성취감을 높여주고, 글의 이해를 돕는다. 글의 전체적인 구조가 와 닿는 것이다.

남이 쓴 글에 젓가락 하나 더  얹기.

바로 그것이다.




다음은 어린이 조선일보에 실렸던 기사이다.

       


설명 없이 사진만 보여주고, 어떤 상황인 것 같은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장난하는 것 같다고도 하고, 상자를 이용한 재활용 수업이라거나, 종이와 관련된 수업을 하는 것 같다는 둥, 아이들이 재미있을 것 같다며 우리도 해보자는 둥. 아이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서로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듣고 확장해가는 것, 수업의 열기가 오르는 것. 아주 바람직하다.

그 자체로 재미있는 수업이 되고, 분명 아이들은 그 순간 초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력, 사고력, 집중력, 이해력, 판단력, 표현력... 그렇게 키워주고 싶은 능력들이 꿈틀대는 순간이다.



이야기가 오고 간 뒤 열기가 식기 전에, 기사 원본을 보여준다.

기사를 읽으면서 아이들은 그제야 아! 하고 무릎을 친다. 전후 상황이 이제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기사 원본에 나오는 기사 내용에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에 밑줄을 치게 한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쓰게 한다.

내가 항상 추구하는 것은 최소 5줄 쓰기이다.

5줄 정도 써내야 생각의 근력이 키워진다. 3줄 쓰는 건 금방이고 6줄 넘어가면 아이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글쓰기에 지치기 쉽다.

더 쓰고 싶고, 재미있고, 더하고 싶은 그 순간에 아쉽게 딱. 멈추게 한다.

그러면 자동으로 아이들은 수업 마치고 집으로 가는 내내 서로 얘기를 하면서 가거나, 그 뒷이야기를 상상하거나, 토론이 이어진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 와서까지 한마디 더 보태서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시키지 않아도 자동으로 되는 시스템 만들기.

그게 내가 추구하는 수업방식이다.


주의점은 있다.

집에서 엄마가 시도할 때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만한 기사를 잘 골라야 한다는 것.

사진도, 기사 내용도, 글의 표현도 잘 고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래서 엄마도 책을 읽고,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게 많이 도움이 된다.

엄마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하나가 더 추가되는 셈이다.

아이들을 위해서!





>>> 기사 원본 참고


[세계의 초등학교] 종이 상자 쓴 아이들… 이유는 커닝 방지? - 어린이 조선일보                                (2019.09.05)

http://kid.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04/2019090401822.html


                                    

학생들은 모두 머리에 누런 종이 상자를 쓰고 시험을 봤다. 일부 학생이 쓴 상자 앞에는 구멍이 뚫려 정면을 볼 수 있지만, 대부분 학생의 상자에는 구멍이 따로 없어 아래만 겨우 내려다볼 수 있었다. 이날의 사진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지며 '아동 학대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담임교사인 루이스 후아레스 텍시스는 "유쾌한 방식으로 커닝을 막기 위해 생각해낸 활동"이라며 "학생들도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에 대한 인권 모독"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학생들이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신체적, 정서적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동성명서를 내고 교육 당국에 이 교사를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학교의 미온적인 대처에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학교 관계자는 "나중에 재밌는 추억 정도로 기억할 일"이라고 말했다.




글쓰기 연습 TIP     

>>> 위의 글에서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표현을 고른 뒤, 그 주장에 자신의 생각을 이어서 글을 쓰세요.

(최소 5 문장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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