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인잠 Apr 05. 2019

"알록달록한 꿈을 꾸고 싶어"

나는 잠을 자는 동안 꿈을 꾸지 않는 편이다.

어쩌다 꾸는 꿈은 기억이 나지 않거나, 아니면 1년에 몇 번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극히 적은 정도의 꿈을 꾼다.

그런데 내가 꾸는 꿈이 있다.

아주 많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있는 경우, 그 스트레스 정도가 극에 달했다 싶으면 꾸는 꿈.

바로, 하늘을 나는 꿈이다.

뭔가 신기하다.

'하늘을 나는 꿈'은 아이들이 상상할 법한 꿈이 아닌가.

내가 바로 그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것이다. 그것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꾸게 되는 꿈 치고는 정말 감사한 꿈이다. 황공하기 그지없다.

악몽을 꾼다거나 밤새 뒤척이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꿈'이라니...

그런 꿈이면 매일 꾸어도 좋을 것 같다.


하늘을 나는 꿈.

꿈속에서 나는 하늘을 날면서 밑에 바다와 초원을 내려다보며 아주 행복해하는 내 모습을 본다.

기분까지도 고스란히 그대로 느껴지는 아주 행복하고 멋진 꿈이다.

그러나 1년에 한두 번 꿀까 말까...

그래서 나는 은근히 그 꿈을 꾸게 되는 순간을 기다리며 살게된다.

하늘을 나는 기분, 꿈속이 아니면 현실에서는 자주 그다지 맛볼 수 없는 꿈.




몇 년 전, 모 유명 아나운서와 점심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가 있다.

일기장에는 그날의 일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000 아나운서와 점심을 먹었다. 그녀는 조금은 피곤한 얼굴에 생기 있는 목소리, 그러나 처절하게 느껴지는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딱 3일간이라도 휴가를 낼 수 있다면 조용한 암자 같은 데로 들어가서 말도 안 하고, 사람도 안 만나고, 실컷 자고, 실컷 쉬고, 조용히... 정말 조용히 가만히 있다가 내려오고 싶어."


그것은 그 당시 바쁜 그녀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였다.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3일간의 휴가를 내고, 조용한 암자 같은데로 들어가서 말도 안 하고, 사람도 안 만나고, 실컷 자고 실컷 쉬고, 조용히, 정말 조용히 가만히 있다가 내려오고 싶다는 꿈.


그토록 그녀는 휴식에 목말라 있었다.

쉬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휴식'은 '꿈'같은 꿈이다.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꿈을 꾼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 중에 내가 좋아하는 표현이 있다.


모리의 파도 이야기.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어?

넌 모를 거야. 우린 모두 부서진다고... 우리 파도는 부서져 다 없어져 버린단 말이야. 정말 끔찍하지 않니?

그러자 다른 파도가 말하지..

아냐... 넌 잘 모르는구나. 우리는 그냥 파도가 아니야.. 우리는 바다의 일부라고...


파도는 꿈꾼다, 더 먼 세상으로 나아가는 꿈,

더 넓은 바다로 더 깊은 바다로 나아가는 꿈.



6살인 막내와 마트에 다녀오는 길,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기에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줬더니

한 입씩 베어 먹으면서 얼마나 행복한 표정을 짓는지~

너무 예뻐서 그렇게 맛있냐고 물어보았더니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오늘 밤에는 알록달록한 꿈을 꾸고 싶어"


얼마나 예쁘고 천사 같은 표현인가!


방정환 선생은 '아이들은 어른의 아버지요, 선생'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 문득문득 나를 가르치고 성장케 하는 힘을 준다.



집에 오는 길에 아이와 함께 보았던 꽃



*** 내 맘에 say :  오늘 밤에는 나도 알록달록한 꿈을 꾸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싸움은 아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