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인잠 Apr 18. 2019

남편은 시어머니의 아들이기에...

 내 주변에는 남편과의 갈등으로 힘든 데다가 고부갈등까지 겹쳐서 무척 어려운 상황을 겪는 분들이 많다. 그에 비하면 나는 고부갈등이나 시댁문제, 시누이와의 관계로 인한 문제는 거의 없는 편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시어머니께 조금 섭섭하다고 해야 하나, 왜 이렇게 말하실까 하고 생각하게 된 적은 있었다.

어떤 경우냐면, 내 남편 시댁에 가면 먹고 자고 쉬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에 나는 눈치껏 치우고, 밥상을 차리고 어머님 일을 도와드린다거나 말벗이 되어드린다거나, 주물러 드린다거나 하는 등 끊임없이 움직이고 말하는 편이다.

비교를 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남편이 처가에 가서는 먹고 자고 쉬는 것 밖에 안 하고, 본가에 가서도 먹고 자고 쉬는 것 밖에 안 하는데, 며느리는 왜 못 쉬고 못 먹고 못 자는가.

(남편에 비해서) 궁금해서 말이다.


예를 들면, 나는 시댁에 가면 대체로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앉아있다면, 남편은 아침부터 밤까지 누워있다.

그런 경우, 어머님께서 한낮에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다.

“가서 살짝 보고, 아비 일어났으면 이불 개어주고 와라.”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나이가 40이 넘었는데 이불 정도는 본인이 개어야죠”

(‘심지어 해가 중천에 떴는데요... 저는 지금 주방일을 하는 중이고요...’)


말 떨어지기 무섭게, 어머니께서는 바로 일어나셔서 아들 이불 개어주러 가셨다.

그렇지 않으면 며느리가 가서 당신 아들에게 ‘본인 이불은 본인이 개시죠'라고 말할까 봐 싫으신 듯이...


나도 아들을 키우지만, 나는 아들에게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하게 되는 하나의 사건이 쌓이고 쌓여간다. 그런 경우 나는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내가 시어머니가 되면 그러지 말아야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그렇게 된다고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나는 정말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팔순 노모가 무거운 것을 들고 가시는데도 벌떡 일어나서 들어드리지 않는 남편을 보면서 나는 참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무거운 것을 팔순 노모와 아내가 낑낑 대며 들어야 하는가.

그런 경우 어머니께서 “됐다, 내가 하면 돼, 아들은 쉬어야 돼”라고 하실 때마다 뭘 그렇게 자꾸 쉬라고 하시는지, 아침부터 밤까지 누워있는데도 자꾸 쉬라고 하시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되었으면 직립보행을 해야 되지 않겠는가!

도저히 나조차 거들어드릴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것(감자 한 박스)을 들고 가셔서 “아비더러 도와달라고 해요”라고 하면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남편 아껴라!”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참 많이 아껴준다고 생각하는데, 더 아껴주어야 하나보다.


우리 어머니는 동네가 유명할 만큼 혹독한 시집살이를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당신 며느리에겐 절대로 시집살이를 시키지 않겠노라 다짐하셨다고 한다.

정말, 어머니께서는 내가 시집살이라고 느낄만한 일을 하신 적은 없으시다. 정말 감사하고 어머니의 삶은 존경스러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아들에 대해서는 굉장히 헌신하시고, 애절하시고, 희생적이신 부분이 차라리 내가 시집살이를 감내하고서라도 좀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때론 너무나 희생적이신 부분이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어떤 분의 말씀이... 시어머니와 메이트 할 것 아니면, 어머니의 말을 마음에 담지 말고 그 순간에 다른 생각을 하거나, 개념치 말라고 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나는 어머니와 성격이 잘 맞는 부분이 많고, 잘해드리고 싶으며 조금 더 편안해지셨으면 좋겠다.

연세도 많으신데 여전히 헌신하시고 희생적이시고 가만히 계시지 않고 끊임없이 일을 하신다.

물론 그렇게 하시는 것이 어머니의 기쁨이고 보람이고 긍지이며 어머니의 사랑인 것이고, 어머니의 삶이라 생각하지만, 그 삶 속에 나에게 하시는 말씀들이 한 번씩 내 마음을 쿵쿵 때릴 때가 있다.

그렇게 헌신적으로 희생해서 키우셔서 아내 된 내 입장에선 힘들 때가 많다. 어머니의 희생적인 사랑과 돌봄에 익숙해져 버린 아들이기에, 나의 헌신과 배려를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무의식 중에라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해 시어머니께 잘해드리자고 다짐한다. 돌아가신 뒤 후회하지 않도록...

작가의 이전글 "알록달록한 꿈을 꾸고 싶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