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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Apr 21. 2019

본격 리얼 부부싸움 에세이

내가 남편에 대한 글을 쓴다고 해서, 지금 몹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거나 심각한 갈등으로 매일 불행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글을 씀으로써 지금까지 억눌러왔던 나의 감정들에 자유를 허락하고 나는 이렇게 비워냄으로써 더 나은 나의 삶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믿  하고 싶은 ,  하지 못했던     .

결혼해서 만나게 되는 이웃들의 이야기에는 부부싸움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나보다는 나은 상황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 듣다 보면 자랑 같을 때도 있었고, 듣다 보면 '그래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나는 이야기 같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부부싸움 이야기로 맞장구치며 듣다가도 헤어지며 혼자 집에 오면서 생각할 때에는 동질감보다는 이질감이 더 많이 느껴지는 만남도 많았다. 왠지 모를  ,     .


몇 년 전, 한창 힘들었을 때 마음으로 의지하는 어른께 나의 부부이야기를 상담했던 적이 있었다.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사는 것 같지. 아무 문제없을 것 같지, 너보다는 덜 힘들 것 같지. 아니야, 그렇지 않아. 그들에게는 각자의 어려움이 있고, 못지않게 힘든 일들이 있어. 일일이 말하지 않을 뿐이야. 너만 힘든 건 아니야.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많아..."


부부 사이의 문제든, 남편의 외도이든, 도박이든, 사업실패든, 경제적인 문제든, 시댁과 처가의 갈등 문제든

혹은 자녀문제든, 각각의 사연과 정도는 저마다 다르고, 각자의 무게가 있다는 것이다.


친정아버지께서 예전에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결혼한 새댁들이 유모차 끌고 가거나 아기 업고, 아기 손잡고 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 딸 생각이 나서 한참을 보게 된다. 그래도 내 딸보다는 덜 힘들까, 내 딸보다는 괜찮게 지내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본다."


나는 나를 아는 어른들을 많이 걱정시켰다. 결혼생활 동안...

내가 많이 힘들 때는 표시를 안 내려고 해도 얼굴에 그늘이 있었을 것이다. 나를 잘 아시고 예민하신 분들은 다 알아챘을 것이다. 그래도 모른 척해주신 분들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 나를 챙겨주시고 도와주시려고 노력한 손길들도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너무 감사한 분들의 마음을 받고 살아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우리 가정에서 내 존재가 '청소기'처럼 느껴졌다. 항상 청결상태를 강조하는 남편과 지내면서 적잖이 스트레스가 있었다. 당연히 그랬다.

그런데 어느 분이 내게 '너는 청소기가 아니라, 공기청정기야'라고 말해주었다.

내가 있음으로 인해서 우리 집의 공기가 정화되고 편안해지고 가족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에 굉장히 위로가 되었다. 나의 자존감이 청소기에서 공기청정기로 격상되는 느낌이었다.

   .

             .     .


부부싸움에 대해서 많은 책을 읽었지만, 그것이 몇 권 읽을 때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10권, 20권을 읽어도 내 삶에 변화가 없고, 적용되지 못할 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책을 읽는다면 그중 한 가지라도 내 생활에 적용될 때, 책으로 인해 내 삶이 변화된다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나의 생활에 실천할 수 있는 '거리'들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찾아내며 읽게 되었다. 오늘도 그래서 책을 읽는 중이다. 책은 끊임없이 나에게 이야기를 걸어주고, 희망의 이야기를 하며 괜찮다고 속삭여준다.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친구가 책이고, 나는 책과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나와 남편은 참 많이 다르다. 살면서 더 달라진 느낌이다.

내가 육아를 우선순위로 둘 때, 그는 청결을 우선순위로 두었고, 내가 가족 구성원의 평화를 생각할 때에 그는 '밥상'을 중요하게 여겼다. 내가 현재의 행복을 원할 때 그는 미래의 안위를 생각했고, 내가 외로움으로 침몰해갈 때 그는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갔다.

내가 대화를 원할 때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원했고, 내가 혼자 있기 원할 때 그는 함께하길 원했다.

무엇하나 맞는 생각이 없었고, 일치하는 타이밍이 없었다. 우리는 계속 빗나갔고 빗나가다 보니 각자 지내는 것이 편안해졌다.


마음이 힘들 때는 편안한 곳으로 숨는다. 힘든 감정에 사로잡혀있으면 모든 것이 땅 밑으로 함몰되는 느낌이다.


결국엔 혼자 감당해야 한다. 누군가 부부의 일로 힘든 분들이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누군가에게 주절주절 이야기하지 마시고, 힘들 때 책을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말을 하면 어느 구멍으로든 소문이 퍼져간다.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된다. 되돌아오는 나의 이야기에 나는 한없이 얼굴이 붉어지고 마음을 닫게 된다.

나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없다. 내가 해결해야 한다.

나는 그랬다.

한 번 말을 뱉어버리면, 주워 담을 길이 없다. '지금은 그만큼 힘들지 않아요, 지금은 안 그래요'라고 굳이 가서 변명할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누군가에게 말한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 온다.

책을 보든, 산을 가든, 기도를 하든, 자신을 위해 자신을 사랑하며 다독이며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시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 내 경우는 책이었지만...


그래서 오늘도 책을 읽는다.



저는 이런 이유로 실패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조심하세요.

처음에는 제가 본 손해를 보여주면 사람들이 '뭐하러 그런 걸 보여줘? 생각보다 별 것 아니네'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늘 성공만 하는 잘난 사람인 줄 알았는데 호감이 생겼습니다'라는 반응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이런 경험으로 저는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약점이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재산이 되기도 하는구나'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후회 없는 삶을 살지 생각해보세요. 자신을 속이고 사는 것도,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인 사람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보내는 시간도 인생의 낭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릇 인간은 고군분투하는 인간을 응원하고 싶어 하고 그러한 사람을 보고 자극을 받고 감동하는 동물입니다.'


     - <혼자서도 강한 사람>, 고도 토키오/전경아






더러는 굳이 부부 얘기를 왜 쓰냐고 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듣기 불편하고 불쾌해지는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쓰고 싶다. 나의 실패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공감과 위로를 주고 나아가 어떤 식으로든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것도 내게는 그만한 가치가 충분한 일이니까.

이제와 가타부타 잘잘못을 따지자고 적는 글이 아니다.

내가 나의 껍질을 깨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국가에 과거사위원회가 있는 것은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다.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고 공정하고 바른 미래사회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그것이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는 길이고 제대로 된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불평등했고 불합리했고 행복하지 않았던 나의 결혼 과거사를 딛고 서서 나는 나의 행복하고 나다운 미래를 열어가려 한다. 그 길에 책이 있고, 글이 있고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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