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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독서 세 번째 미션 : '아무 책 100page'

어느 책이 나와의 인연에 와 닿을까

by 아인잠

이제는 회원님들이 다음 미션을 궁금해하신다. 매일 달라지는 미션이 벅찰 법도 한데 바쁜 일상 중에 힘껏 즐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이고, 나도 힘이 난다.


@아인잠 : "독서. 어디까지 해봤어요?"


다음 미션은 책장 속에서 손 닿는 책을 꺼내 100page(page no.100)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잘못 이해하신 분은 페이지를 100장 씩이나 사진 찍어 올릴 뻔도 하셔서 모두에게 큰 웃음을 선사해주셨다. (그나마 50장 사진 찍다 말으셔서 정말 다행)

200장이라고 했으면 더 큰일 날 뻔하셨을지도^^

임의로 100이라고 했지만, 20이든, 33이든, 48이든, 254쪽이든, 펼쳐보는 것이다. 때로는 그런 우연한 만남에서 책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새삼 책에 다가가게 만드는 마법가루에 취하기도 한다. 물론 이 또한 '운이 좋다면!'

우리의 ('운'이라 쓰고) '마법같은 만남'도 독서에 맡겨보기로 했다. 과연 아침이 되면 어떤 내용이 올라올지 너무 기대되었다.



>>> 우리에게 다가온 각각의 100page! 두둥!



@보리 님

<약간의 거리를 둔다> , 소노 아야코

"우리는 외부 의견에 따르게 될 때가 많다. 대답이란 사고방식에서 나온다. 나와 세상의 대답이 다른 이유는 사고방식에서 나온다. 나와 세상의 대답이 다른 이유는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지 정답이 틀려서가 아니다. 그러므로 외부 의견에 일일이 상처 받을 필요가 없다."




@감겨 눈 님

<안녕, 나의 모든 하루>, 김창완

"주머니 사정이 영 시원찮으면, 내가 맡은 주인공은 주머니가 두둑하지 못한 배역이구나, 역할이 그러니 좀 가벼운 게 자연스럽다, 오히려 캐릭터에는 잘 맞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또 걱정거리가 많으면, 이 역할이 고뇌가 많은 설정이구나, 고민들이 어색하지 않구나, 하고 여기면 어떨까요.

너무 억울해할 일도 아닙다.
그냥 잠깐 맡은 배역일 뿐이잖아요.



@모두미 님

<한때 소중했던 것들>, 이기주

"우리는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 하고만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특히 사랑은, 내 시간을 상대방에게 기꺼이 건네주는 일이다."


'나는 어떤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지 누구와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내가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는 그것에 마음을 쓴다는 말이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그만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정말 공감이 되었어요.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좀 더 시간을 많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



@에이미 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지음.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게다가 아렌트는 '평범'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우리도 누구나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악을 저지를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다른 말로 바꾸면 보통 악이라는 것은 악을 의도한 주체가 능동적으로 저지르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렌트는 오히려 악을 의도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저지르는 데에 악의 본질이 있다고 보았다.


'어제부터 또 하나의 뉴스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악플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설리의 죽음을 두고 사람들은 악플러의 만행이네, 기레기가 부추겼네, 하며 또 한 번의 이슈를 만든다.

“평범한 인간이야 말로 극도의 악이 될 수 있다.”

사실 알고 보니 나치 정권을 주도한 많은 사람들은 유대인을 증오했다기보다는 본인의 출세를 위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 평범한 이유가 사회의 악이 되었다.

내가 익명으로 쓴 단 한 문장이 그 사람의 가슴에 꽂혀 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사람들은 마녀사냥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악플을 달기도 하고, 무리들이 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한 줄 끄적이기도 한다.

설리를 죽이려고 그런 악플을 달진 않았을 것이다. 기자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그렇게 이슈를 만들었고, 악플러들은 재미 삼아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사람은 본인이 악마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이렇게 훌륭히 글을 쓰시고도 @에이미 님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저책은 제가 좋아하는 책은 아니에요.. 읽다가 짜증 나서... 마지막 몇 장 남겨두고 다 못 읽었어요.. 근데 미션 하면서 읽으니까 진짜! 완전! 머리에 쏙쏙 들어와요. 대박 신기 방기!!"

(@에이미 님은 분명 그동안 해오신 독서와 글쓰기로 아마 자신도 모르게 폭넓고 점점 더 깊이 있는 독서로 단련되었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미션이 아니었어도 소화가 가능했을 듯싶지만, 나는 애써 자축해본다. 우리의 독서모임의 힘으로 좋은 영향이 각각의 삶 속으로 전파되어 나가기를! 독서의 힘! 함께하는 힘! 먼 길을 빠르고 쉽게 가는 방법은 여행 동선을 잘 짜거나 고급 전용기를 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독서에 적용할 때 나는, 마음을 함께 나누며 사색하며 서로가 이끌어가는 힘이 독서를 편안하고 꾸준하게 해 나갈 수 있는 좋은 연료가 된다고 생각한다.)



@Nightfall 님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그러나 '나'의 죽음은 특별하다. 타인의 죽임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 사건에 지나지 않는 반면, '나'의 죽음은 그런 감정을 느끼는 주체 그 자체의 소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세상은 그대로 있는데 '나'의 존재만 무無로 바뀐다는 것, 이것보다 더 처절한 상실이 있을까. 죽음에 대한 공포감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아무리 두려워도 의미 있는 삶을 후회 없이 살아가려면 이 숙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면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낫다. 자기 자신의 죽음까지도 냉정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타인의 죽음보다는 나의 죽음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는 내용인데, 그러자니 몇 개월 전에 읽었던 다른 책이 떠올랐습니다. <나의 차례가 왔습니다>라는 책이었는데, 작가가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그리고 그 잔상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묘사한 책이어서 마치 내 부모님의 죽음을 미리 떠올리는 것 같았습니다.

평소에는 나를 포함한 나의 가족의 죽음은 떠올리는 것 자체가 괴롭기 때문에 외면하고 마는데요, 그 책을 읽는 내내 가족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내 생에 마지막에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죽을 때 내 아이가 나에 대해 기억했으면 하고 바라는 게 무엇인가, 그리고 그에 대한 준비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것들이요. 그러고 보면 일상의 아주 작은 행복들을 평소에 공유하는 것, 그래서 문득 길을 지나다, 하늘을 올려다보다 우리 엄마 생각이 나는 것, 그래서 한번 하늘을 향해 씩 웃어 줄 수 있는 것. 이런 작은 소망이 생기더라고요.

우리가 보통 헤어질 때 하는 인사말은 ‘잘 지내세요~’, ‘건강하세요~’ 인데요, 작가는 하나를 꼭 덧붙입니다. ‘안전하세요~’. 언제 어디서 갑자기 사고를 당할지 모르고 그것이 갑작스러운 죽음과 이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기에, 미리 그런 일이 생기지 말라고 빌어주는 것이지요. 저는 그 말이 참 와 닿았습니다. "



(우리의 대화는 독서를 통해 무르익고 공유하는 부분이 늘어나고 있다.)


@보리 님

"현실에 충실하고 만족한 삶을 살아가다보면 미래도 죽음도 두렵지않을 것 같습니다."


@Nightfall 님

"현실에 충실한 삶. 그래서 저는 오늘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에 대해 집중하려고 하는 중입니다."



(이렇듯 독서는 독서를 부른다. 책은 또 다른 책으로 우리를 이끈다. 독서를 통한 사색과 나눔의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인잠

<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오늘 우리가 나눈 100p는 100점이었다.



이처럼 우리에게 다가온 마법같은 독서는 오늘도 따로 또 같이, 공감어린 메세지를 주고 우리를 사색의 깊이로 이끌었다.

내가 선택한 <인생수업> 속 100 페이지에는 이런 오늘에 주는 선물같은 하나의 문장이 담겨있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해줄 사람은 이제 나 자신이예요."




>>> 친애하는 독자님들, 현재 읽고 계신 책의 100페이지엔 어떤 글귀가 담겨있나요? 궁금합니다. 댓글 남겨주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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