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먼지부터 털자
"사람이 오직 자기 자신의 일을 생각하는 마음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그저 인간들의 착각일 뿐이고 실제로는 인간은 사랑의 힘에 의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태어남은 스포츠카를 받고서 곧바로 열쇠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태어남은 삶을 주지만 삶에 필요한 의미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태어남 자체만 봐도 그렇다. 우리는 태어났지만, 거기에 대한 어떤 발언권도 없다."
하느님, 제가 바꿀 수 없는 일들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바꿀 수 있는 일들을 바꾸는 용기를 주시며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십시오. - 라인홀트 니부어(신학자)
"인정받지 못하면 괴롭다. 타인으로부터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자신감을 잃는다. 그러한 삶이 과연 건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신이 보고 있으므로 선행을 쌓는다"라는 생각. 그러나 그것은 "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악행이 허용된다"라는 허무주의와 등을 맞대고 있는 사상이라네. 우리는 설령 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신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도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하네."
그리스인들에게 우정이란 이런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같이 사랑하고, 내가 살아가는 곳에 같이 살아가고, 내가 아끼는 것을 같이 아끼는 사람, 그것이 친구이고, 친구에게는 모든 선의를 베풀어야 하는 것, 그것이 그리스인들의 명예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우정'이란 말의 의미다. 이 우정은 곧 명예이고, 거기에 용맹을 더하면 탁월함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 명예를 누구보다 드높인 사람을, 그들은 '영웅'이라 부른다.
"나는 각 시대마다 저마다의 '아우성'이 있다고 믿는다네. 따라서 지금 우리 시대의 외침을 듣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길에 최선을 다하는 인간만이 진정한 구원을 얻는다고 믿는다는 걸세.
다만 우리들은 자기가 사는 시대를 제대로 보기 힘들지. 언젠가는 우리들이 살았던 이 시대도 중세라고 불리지 않겠나? 중세란 일종의 과도기일 터, 그러니 모든 시대는 늘 과도기이고 새롭게 태어나려는 무엇을 위해 격심한 산고를 겪는 것이지. 이런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시대의 요구를 읽고 애쓰는 삶, 그것이 바로 참구원 아니겠는가. 그러니 천상의 구원과 지상의 구원은 다르다는 뜻일세."
- <문명의 배꼽, 그리스> 중에서, 박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