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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독서 두 번째 미션 : '묵은 책장 속의 보물찾기'

책의 먼지부터 털자

by 아인잠

내가 제안한 두번째 미션은 '책장 속의 보물찾기'였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존재감 없이 책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그 책이 어쩌면 진짜 보물일 수도 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일지도 모를 내 책장 속의 보물을 발견하는 일. 과연 어떤 책을 선택할지 기다리는 나로서도 기대되었고, 독서모임의 회원님들도 서로에 대해 기대와 응원을 마지않으며 미션을 수행하셨다.


@에이미 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사람이 오직 자기 자신의 일을 생각하는 마음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그저 인간들의 착각일 뿐이고 실제로는 인간은 사랑의 힘에 의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잊고 산지 오래되었어요. 누군가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도 안 해본 지 오래예요. 내가 너무 바빠서, 먹고살기 바쁘니까, 라며 항상 모른척하고 지나간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베푼다는 것은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스쳐 지나가는 위로의 한마디가 누구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주위를 돌아보며 살아가 보려고 해요. 작은 거에도 감사하며 하루를 보낸다면 의미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아요.'



@보리 님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태어남은 스포츠카를 받고서 곧바로 열쇠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태어남은 삶을 주지만 삶에 필요한 의미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태어남 자체만 봐도 그렇다. 우리는 태어났지만, 거기에 대한 어떤 발언권도 없다."


'탄생부터 죽음, 내세까지 누구나(?) 겪는 인생의 통과의례, 중요한 순간을 20가지로 나열 정의한 작가의, 그 순간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을 엿볼 수 있는 글입니다.

최선을 다해 살고 있든,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든, 어떻게든 살아지는 삶의 여정에서 철학적으로 사고할 줄도 모르고 깊이를 더하지 못했던 나를 순간순간 발견하며 놀라는 재미가 있습니다.

처음이라 설레었던 일들도 일상 속에 묻히어 무덤덤, 소소한 행복감도 잊고 살고 있는, 전혀 철학적이지 못한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사서 읽을 당시엔 통과의례 대부분을 진짜 통과를 다하고 은퇴, 늙어감, 죽음, 내세만 남아있었는데 지금도 다르지 않네요^^ (2014년 발행)

남아있는 숙제가 적어서 좋기도 하고, 살짝 슬프기도 하지만 아주 평범한 순간들을 나만의 특별한 순간으로 바꿀 수 있게 해피트리 여러분들과 쭈~욱 함께 하고 싶습니다~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인생학교'를'



@보리 님은 전날의 우리의 대화를 기억하시고 인용하셔서 내가 잊지 못할 글귀를 만들어 올려주시기도 했다.

'우린 아인잠님의 소중한 파이를 나눠먹고 사이좋은 모임을 지속하고, 영국 택시 드라이버처럼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대하지 않을 거고요, 십 년 후, 이십 년 후에도 당당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나는 이 순간 신께 감사했다. 내가 태어나서 들은 말 중에 제일 감동적이고 잊지 못할 말이 아닐까 싶은... 개인적으로 명예, 이 보다 더한 영예가 있을까. 나는 '다시' '또' '한번' 행복해졌다.)



@감겨 눈 님

<이방인>, 알베르 카뮈


'살인죄로 기소가 된 뫼르소에게 판사와 검사는 엄마의 죽음에도 무심한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 때문에 살인을 한 동기와는 전혀 무관한 상황으로 흘러가버린다. 엄마의 죽음에 마음이 어땠는지를 물으며, 장례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여자와 정사를 나누며 슬픔의 기색은 전혀 비치지 않은 상황들은 이상하리만큼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러므로 아랍인을 죽인 이유와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율법을 무시하고 있으므로 인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본적인 반응도 보일 줄 모르는 사람이므로 인정에 호소할 수 없다며 사형을 내린다.

같은 상황을 같은 감정으로 바라볼 수 없듯이 이방인 뫼르소는 자기감정에 너무 솔직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이 불편한 거다. 이방인은 감정의 이방인으로 관습이나 제도에 얽매이지 않은 약간의 자유로움과 귀찮은 마음이 공존했던 거 같다.'



@숙아 님

<버티는 삶에 관하여>, 허지웅


'나는 그가 좋습니다, 지르듯이 던지는 말이ᆢ

그러나 그 속에 자기만의 선이 있어 보여 좋았어요. 그가 건강히 나와

까칠히... 그러나 속은 여린 그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Nightfall 님

하느님, 제가 바꿀 수 없는 일들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바꿀 수 있는 일들을 바꾸는 용기를 주시며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십시오. - 라인홀트 니부어(신학자)


(지치고 힘든 일이 생긴 일상 속에서도 독서의 끈을 놓지 않고, 공유해주신 @Nightfall 님의 글귀를 보며 우린 함께 서로를 북돋워주고 배려하며 울컥함을 느꼈다. 앞으로 더욱 단단해지고 깊어지고 함께 무르익어가기를 바라며...)


@모두미 님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 중에서 '그 애의 바다' 부분인데요. 풋풋하고 설레는 글귀가 너무 좋아서 읽고 또 읽었어요."



@Heeeeeji 님 <미움받을 용기>


"인정받지 못하면 괴롭다. 타인으로부터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자신감을 잃는다. 그러한 삶이 과연 건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신이 보고 있으므로 선행을 쌓는다"라는 생각. 그러나 그것은 "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악행이 허용된다"라는 허무주의와 등을 맞대고 있는 사상이라네. 우리는 설령 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신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도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하네."





@아인잠

<문명의 배꼽, 그리스> 중에서, 박경철.


박경철 작가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소에 가서 제단 앞에 술을 부어놓고 큰절을 올렸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그리스인들이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며 카메라를 들이댔고 그중에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이것이 무슨 행동인가?" 그러자 작가는 한국식 풍습으로 돌아가신 분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한 거라고 답했고, 이어서 'He's my hero'라고 말했다. 작가의 표현을 들은 그리스인은 자신이 이곳 크레타 섬의 택시기사라며 '내일 하루 당신을 위해 무보수로 크레타 섬에 있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흔적이 있는 곳을 안내해주겠다'라고 한다. 다음날 여행을 마친 뒤 작가는 그에게 물었다.

"왜 내게 이런 친절을 베풀었습니까?"

질문에 그리스인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이렇게 대답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나에게도 영웅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친구입니다"

그리스인들에게 우정이란 이런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같이 사랑하고, 내가 살아가는 곳에 같이 살아가고, 내가 아끼는 것을 같이 아끼는 사람, 그것이 친구이고, 친구에게는 모든 선의를 베풀어야 하는 것, 그것이 그리스인들의 명예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우정'이란 말의 의미다. 이 우정은 곧 명예이고, 거기에 용맹을 더하면 탁월함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 명예를 누구보다 드높인 사람을, 그들은 '영웅'이라 부른다.


나도 그리스인의 우정과 같이, 우리 해피트리 회원님들과 우정을 나누는 것. 사랑하는 것을 같이 사랑하고, 살아가는 곳에 같이 살아가고, 아끼는 것을 같이 아끼는 사람, 우리는 친구, 이것이 우리의 우정이 될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길 바란다.




책은 굉장히 내성적인 친구이다. 애써 들여다보고 다가가고 손을 먼저 내밀지 않으면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친구. 그러나 그 마음은 정말 보드랍고 따스하고 믿음직하고 지혜로움이 가득한...

우린 또 그 친구를 만나러 간다. 매일의 만남이 이렇게 기대될 수가 없다.

이렇게 어지러운 세상 중에 독서로 함께 손잡고 길동무가 되어, 길잡이가 되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묵묵히...

"나는 각 시대마다 저마다의 '아우성'이 있다고 믿는다네. 따라서 지금 우리 시대의 외침을 듣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길에 최선을 다하는 인간만이 진정한 구원을 얻는다고 믿는다는 걸세.
다만 우리들은 자기가 사는 시대를 제대로 보기 힘들지. 언젠가는 우리들이 살았던 이 시대도 중세라고 불리지 않겠나? 중세란 일종의 과도기일 터, 그러니 모든 시대는 늘 과도기이고 새롭게 태어나려는 무엇을 위해 격심한 산고를 겪는 것이지. 이런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시대의 요구를 읽고 애쓰는 삶, 그것이 바로 참구원 아니겠는가. 그러니 천상의 구원과 지상의 구원은 다르다는 뜻일세."

- <문명의 배꼽, 그리스> 중에서, 박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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