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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독서 첫 번째 미션 : '만남'에 대하여

미션 임파서블

by 아인잠

첫 번째 주제독서 미션으로 '만남'을 드렸더니 조금은 낯설으셨는지 다소 어려워하시는 듯했다.

또한 나의 설명이 부족하기도 했을 터.



@모두미 님

"미션을 주실 때마다 책을 찾아가며 읽어야 하나요? 한 가지 책을 읽다 보면 그 주제에 안 맞는 게 나올 수도 있잖아요?"

(학창 시절에 공부 잘하셨을 듯^^ 수업시간에 이렇게 핵심을 짚고 질문하는 학생들 꼭 한 명씩 있었던 것 같다.)



@아인잠

"<만남>에 대한 책을 일부러 애써 마치 숙제하듯 찾아보시기보다는 읽고 있는 책 중에서, 자연스럽게 <만남>에 대한 가치나 생각거리를 떠올릴 수 있으시면 공유해보았으면 합니다^^ 소설일 수도 있고, 여행기일 수도 있고, 인문학일 수도 있고요. 우리가 읽고 있는 현재의 책중에서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만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문맥을 찾아 올려주세요."



@에이미 님

"만남에 대해 생각하느라 책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 중에 <기억전달자>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있는데, '만남'을 생각하며 읽으니 전에는 미처 놓쳤던 글과 생각이 보여요."



이런 식으로 우리는 대화를 통해 독서모임의 방향을 잡아갔다.


@에이미 님

"내일의 과제가 꽤나 흥미진진해서 오늘 새벽부터 일어나서 다시 책을 읽었답니다. 전 원래 하루 만에 책을 못 읽어요. 근데 후딱 다 읽었어요. 역시 전 누군가 멱살 잡고 끌고 가줘야 하는 스타일이에요. 내일이 무척이나 기대되어요, 무언가 미션이 주어지고 퍼즐을 푸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동감, 공감, 이야기, 나눔, 경청...


우리는 앞으로 이어질 독서모임을 기대하며 마음을 함께 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드디어, 독서모임의 공식적인 첫날이 밝았다.

(2019년 10월 14일 월요일!)

회원님들이 각자의 계신 곳, 각자의 상황에서 '만남'에 대해 사색하신 글들을 올려주시기 시작했다.





@보리 님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제임스 도티

"루스는 미소를 보냈다. 왜 루스가 미소를 짓고 있었는지 정말 알 수 없었지만, 그건 정말이지 아무 이유 없이 내 안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온화한 미소였다."

(한 사람의 인생 경로를 바꾸도록 돕는 진짜 마술 같은 '만남'. 실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집세를 내지 못해서 노숙자 쉼터에서도 생활하는 가난한 집안의 12살 도티는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가져주는 마술가게 할머니 루스에게 마음의 치유와 환경과 자신을 분리시키는 명상법을 배웁니다.

평정심을 찾고 평화를 유지하는 법을 배우고, 소망하는 바를 현실에서 실현하는 힘을 키우게 되어 결국 도티는 현재 뇌를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사가 되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신경외과 교수)

'인생을 포기하고 충분히 나빠질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아무 대가 없이 도티에게 친절과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명상법을 가르쳐준 루스 같은 어른이 있었다는 건 큰 행운임에 틀림없을 겁니다. 제게도 그런 사람이 분명 있었을 테고, 저의 선한 영향력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 또 전달되길 소망해봅니다.'





@아인잠

<인생수업>

내가 어떤 파이였는지조차 모르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누구인지 나에 대해 알아가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가장 멋지고 행복하게.

지금 우리 삶에 나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만남들을 생각해보건대 나는 누구에게 내 소중한 파이 한 조각을 기꺼이 내밀고 있는가 생각하면서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나기도 했고, 이왕이면 더 맛있고 좋은 파이를 내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감겨 눈 님

<끌림>, 이병률 작가의 산문집을 보고...


"우리는 익숙한 것들, 그리고 삶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한다. 다양하게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과 행색으로 부를 가늠해보기도 하고 나보다 잘난 사람인가 못난 사람인가 판가름 내어서 적당히 무시도 하고 적당히 굽혀가며 살게 된다. 처음 만나지는 사람들의 옷매무새며 들고 있는 가방이 명품인지 차는 어떤 차인지 눈에 보아지는 사물로 판단하여 그와 친해져야 할지 거리를 둬야 할지를 첫 만남에서 정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뜨끔했다..."




@에이미 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미치 앨봄

"사실 내 안에는 모든 나이가 다 있네. 난 세 살이기도 하고 다섯 살이기도 하고, 서른일곱 살이기도 하고, 쉰 살이기도 해. 그 세월들을 다 거쳐 왔으니까 말이야. 나는 그때가 어떤지를 알지. 어린애가 되는 것이 적절할 때는 어린애인 게 즐거워. 또 현명한 노인이 되는 것이 적절할 때는 현명한 어른인 게 기쁘네. 어떤 나이 든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게. 지금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나와의 만남-

“하수구에 마구 흘러들어 가는 물처럼 시간이 쑥쑥 빠져나가는 것만 같아서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글을 쓴 미치 본인도 앞만 보고 달렸듯이, 나도 한 때 경주마가 되어 달려 나가던 때가 있었다. 그 어느 누구도 내게 서두르라 재촉하지 않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쉼 없이 구르고 달렸다. 가끔은 내가 얼마만큼 달렸는지 뒤돌아 볼 새도 없이 뛰었다. 그 흔한 하늘조차 볼 시간도 없이 바삐 살았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라. 과거를 부인하거나 버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타인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라. 너무 늦어서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마라.”





@모두미 님

"만남에 대한 책을 생각하다가 떠오른 것이, 바로 제가 첫 번째로 사랑하게 된 책입니다.

<너에게 행복을 줄게>라는 책인데요. 작가가 그린 그림과 함께 일상 에세이를 써놓은 것입니다. 저는 만남이라는 주제가 주어졌을 때 이 책과의 만남을 생각했어요.

세상 모든 일들이 힘들게 느껴지고 무기력해졌을 때, 가까이 있는 가족들까지도 짐처럼 느껴졌을 때 그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네요. 이 책은 일상 속의 기쁨을 그림과 글로 표현해 놓았답니다. ‘와 이런 소소한 것들이 이렇게 행복한 것들이었구나.’ 했어요. 그때부터 아이들과 또는 저 혼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초등학생 수준이고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작지만 행복한 순간들을 요즘도 모으고 있답니다.

제게는 이 책에서 만난 이 그림과 이야기가 인생에 큰 변화를 주는 만남이었습니다."





@숙아 님

"제가 많이 좋아하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또 읽었어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제가 울고 싶을 때 봅니다. 어린 제제를 보고 싶을 때, 그 속에 가난과 가족들의 짜증과 화풀이 대상이 되어 맞으면서도 그들을 이해하는 5살 제제가 발라디스 를 만나 자기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유일한 사람을 만나지요. 제제는 말하지요, '제게 사랑을 가르쳐 주신 분은 당신입니다'라고.

그러나 그가 곧 죽지요,

아기 예수에게 그를 돌려달라고 하고 그 아이는 어른이 되지요.

그 애의 고백 속에... 그 시절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먼 옛날 한 바보 왕자가 제단 앞에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물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Nightfall 님

저는 요즘 무라카미 류의 <55세부터 헬로 라이프>라는 소설을 읽고 있었어요. 제 나이가 40대 초중반인데 가장 안정되고 있어야 할 나이에 왠지 하나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예전만도 못한 상황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좀 희망적인 책을 찾다가 제목만 보고 고른 책이에요. 55세부턴 좀 나아지려나? 하고요. ^^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사회에서 절망에 빠진 4050 세대의 모습을 그린 것이더군요. 이런... 그래서 중간에 접을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독서모임도 시작한 김에 일단 읽자 하고 읽고 있어요. ^^

만남에 관한 얘기는 여러 가지가 나오지만, 그중에 전 이혼하고 우연히 크리스마스에 만난 젊은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며 생긴 에피소드를 골라 봤어요. 그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가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꽃다발과 샴페인을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국 오지 않았고 대신 호텔 바의 맞은편에 앉은 50대 후반의 여자 주인공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죠. 그 하룻밤에 원래 여자 친구와 보려고 준비했던 <해바라기>라는 영화도 보고 헤어진 여자 친구 얘길 많이 했어요. 나카고메 시즈키라는 여자 주인공의 아래 대사들이 저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나는 소중한 만남에 있어 진심을 다 했을까? 다른 인생이 시작되고 허물을 벗어던지면 어떤 다른 사람이 될까?

“난 당신의 애인이나 소피아 로렌처럼 무언가를 찾아가 전해주려고 멀리까지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어서 실감할 수는 없지만, 그건 진심을 다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아주 먼 곳에 있는 상대를 찾아가 중요한 무언가를 전한다는 것, 그것 만으로도 굉장히 가치 있는 것 같아요... 진심을 다 한다는 게, 말 그대로 다 써버 린다는 의미와 상대를 위해 뭔가 노력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그 두 가지 다 당신의 연인에게도, 소피아 로렌에게도, 그리고 소련에서 가정을 꾸린 원래 남편에게도, 물론 당신에게도 필요했던 게 아니었나 싶네요.”
우리는 다른 인생이 시작되면 다른 사람이 된다. 나카고메 시즈케는 그렇게 생각했다. 남편과 헤어지고 나서 자신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얼굴이나 이름이나 성격이 바뀌는 게 아니라 곤충의 허물이 벗어지듯 무언가를 벗어던지고 다른 것이 새겨진다. <해바라기>가 그토록 서글픈 까닭은 세월과 상황으로 인해 사람이 바뀐다는 사실을 노골적일 만큼 정확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Heeeeeji 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이 책에서는 남녀를 각 행성에 사는 우울증 환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다 무기력해져서 망원경으로 바깥 세계를 관찰하던 중 다른 행성에 사는 새로운 존재에 한 순간 매료된다. 그들은 지구로 거처를 옮겨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남자와 여자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 버린 운명적 만남이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는 내 앞의 상대가 다른 행성에서 다른 생활양식을 갖추고 살아가던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상대의 생활양식이나 소통 방식에 대해 점점 망각해버렸다. 그것이 지구에서의 남녀의 현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남녀의 차이에 대해 기술하고 있지만 비단 남녀 관계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모든 새로운 인간관계에 대해 이 책의 대전제를 적용해 봄이 옳다 생각한다.

(중략) 그리고 그들의 '만남'은 각 사람이 지구에 오기 전 머물던 행성에서 어떤 언어를 쓰고 어떤 생활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파악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비단 남녀 관계뿐 아니라 아이와 부모와의 만남(탄생으로 인한), 시댁과 며느리의 만남, 사위와 처가의 만남, 직장에서의 동료와의 만남. 모든 것에 다 적용할 수 있다. 그런 전제를 모두가 염두에 두고 새로 만나는 이들을 대한다면 적어도 응당 XX는 이래야만 한다~는 고리타분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관계를 망가뜨리거나 상처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Heeeeeji 님

"모임에 들어오길 잘했다고 정말 생각이 듭니다. 행복해요. 글을 쓰는 동안만에라도 잊고 있던, 깊숙이 묻어둔 이상향에 제 자신이 근접하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우리의 모임은 책 한 권을 읽고 토론하자는 게 아니다. 내가 꿈꾸는 모임은 생활 속에서 '독서와 생각'을 유지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글쓰기'로 나아가는 것이다. 책 한 권을 다 읽어야만 독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게 어려워서 독서를 힘들게 느끼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다. 안타깝다. 단 몇 줄의 글에서도 독서는 사람을 다른 세상으로 기꺼이 인도해주는 삶의 동아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독서의 힘을 믿는다.



"별에 이를 수 없는 것은 불행이 아니다. 불행한 것은 이를 수 없는 별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류시화 옮김.



독서의 생활화와 생각 공유, 유연하고 깊이 있는 사색과 나눔


"우리가 독서라는 코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함께 있지는 않지만 서로를 향한 긍정적 기운을 얻으시고, 나 혼자가 아님을 생각하시면서 힘을 내실 수 있는 모임이 되면 좋겠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순간, 내가 한 약속대로 그렇게 우리의 독서모임 '해피트리'에 행복 열매가 주렁주렁 맺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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