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노트에 끄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글을 쓰고, 게다가 책을 낸 저자라면 보는 눈은 더 매서워져요. 잘해도 본전이고, 잘못하면 바로 빈 구멍들이 보이죠. 욕 안 먹으면 다행이고요.(제가 들은 최고의 욕은 "그런 글은 나도 쓰겠다"입니다.)
대게는 저 스스로 느끼기에도 잘 썼다고 만족하는 글은 없어요.
그런 경우는 있어요. 오래간만에 정말 맘에 들어서 혼자 뿌듯한데, 정말 희한하게도 그런 글은 제가 뭔가를 눌러서 날려버려요. 무슨 이유 엔지 삭제가 되어있거나 최근에도 그랬지만... 제가 기존 쓴 글에 다른 글을 덮어써버린 경우였죠.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글은 꼭 그렇게 나의 코를 붙잡고 코끼리 코 장난질을 치는 것도 같습니다.
그 자리에서 맴맴 돌다 보면 어지러워요. 나중엔 제대로 숫자를 센 건지도 모르고, 돌고 나면 다른 방향으로 가버리죠.
그래도 또 다른 대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다입니다.
수영을 하려면 물속에 들어가고
요리를 배우려면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운전을 배우려면 면허를 따야죠.
한 번에 뚝딱 잘 되는 것은 재수 좋아서 용케 맞아 들어가는 농구공, 볼링, 축구공 정도 아닐까요.
글을 쓰고 싶으면 써야 해요. 하나마나한 '쌀로 밥 짓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더 정확한 대안은 없다고 봅니다. '글을 쓰고 싶으면 써야 해요, 직접'
글을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데요?
정석대로라면 책을 많이 읽으면서 내면의 소양을 쌓고 생각을 풍성히 만들면서 나름의 소화작용을 거쳐... 그런 소리는 책에도 많이 나오고요
제가 볼 때, 책을 잘 못 읽고 안 읽어도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은 글을 쓰는 것이 정신건강과 삶의 만족에 있어서 좋다고 저는 봅니다.
글을 쓰려면, '책'은 두꺼워서 못 읽더라도 '남의 글'은 많이 읽으세요. 신문 사설도 좋고, 수필도 좋고, 기고문도 좋고,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각 신문사별로 글이 차고 넘쳐요. 그중에 A4 한 장 정도의 글을 고르셔서 읽고 또 읽고 그 정도의 글은 읽어보는 겁니다. 그 글의 느낌과 표현, 주제, 소제, 길이, 느낌, 어감, 말투, 단어들을 흉내 내 보는 겁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접하기 쉬운 나의 일상부터 표현해보는 거예요. 일상의 게으름, 분주함, 꿈, 약속, 사건, 분노, 기쁨, 사랑, 행복, 미안함 등등, 내가 가장 표현하기 쉬운 가까운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표현을 따라 써 보는 거예요, 그렇게 몇 번 하시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나의 표현을 끄집어내고 있는 순간의 나를 만나는 날이 와요. 그때부터 시작될 거예요, 나만의 글쓰기는.
떠듬떠듬.... 조금씩, 어린 아이가 서툴게라도 말을 배워나가듯이 시작하시다 보면, 간절한 꿈은 이루어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돈을 내고 글쓰기를 배우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주변에 활용할 수 있는 매체가 많아요. 돈부터 내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만큼 진보가 없으면 또 자괴감이 빠지고 지쳐요...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써보세요. 오늘의 할 일, 내일의 할 일, 일상의 작은 주제 하나부터 나만의 글쓰기를 시작해보시길 응원합니다.